고려전기 조성, 좌우 바뀐 지권인 특징

장곡사 철조비로자나불상 사진=문화재청

청양 장곡사는 독특한 가람배치를 자랑한다. 사찰에 일반적으로 하나인 것과 다르게 장곡사에는 상대웅전과 하대웅전이 높이를 달리해 건립됐다. 하대웅전은 조선시대 조성된 것으로, 보물 337호 금동약사여래좌상이 봉안돼 있다. 하대웅전보다 한 단 높은 곳에 위치한 상대웅전은 고려시대 건축물로 바닥에 전돌이 깔려 있다. 이곳에서 국보 58호 철조약사여래좌상 및 석조대좌와 보물 174호 철조비로자나불좌상 및 석조 대좌를 친견할 수 있다.

보물로 지정된 철조비로자나불좌상은 높이 61cm 소형좌상이다. 고려전기인 9세기 말~10세기 초에 조성됐다고 한다. 본래 철조 불상이었으나 어느 시기 흙을 덮어 소조불로 전해지다가, 1980년 8월 표면에 붙인 흙을 제거하면서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 현재는 개금이 된 상태다. 소불인만큼 불두도 작다. 두상은 삼각형에 가까운데 눈썹이 길고 눈은 가늘고 길게 표현돼 있다. 코도 짧고 작은데, 입술이 콧볼 보다 작아 전체적으로 이목구비가 몰려 있는 형상이다. 우견편단으로 왼쪽 어깨를 드러냈는데 어깨는 다소 넓다. 법의 주름은 두꺼워 도식적으로 처리됐다.

두 손은 가슴 앞으로 모아 오른손 검지를 왼손으로 감싸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비로자나불 수인인 지권인(智拳印)과 유사하나, 오른손과 왼손의 위치가 뒤바뀐 형태다. 일반적인 지권인은 왼손 검지를 오른손으로 감싼 모습인데, <금강정경일자정륜왕유가일체시처염송성불의궤(金剛頂經一字頂輪王瑜伽一切時處念誦成佛儀軌)>을 근거로 한다. 의궤에는 ‘지권대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성연 씨는 논문 ‘보림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 연구’에 따르면 “(오른손과 왼손의 위치가 뒤바뀐 수인)과 변형된 지권인은 9세기 후반으로 갈수록 많이 나타나는 양상을 보인다”고 설명하고 있다.

광배는 목조로 돼 있는데 가장자리에 불꽃문양이 있다. 국보 54호 철조약사여래좌상 광배와 동일하다. 후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함께 보물로 지정된 사각형 석조대좌는 불상에 비해 높게 쌓아져 있다. 본래 불상의 것이 아닌 석등 대좌를 옮긴 것이라고 한다. 상대석과 중대석, 하대석으로 이뤄져 있다. 하대석에는 모서리마다 아랫방향으로 연꽃문양을 중첩해 그렸다. 중대석과 하대석 사이에는 육각형의 높은 판석을 끼워 높이를 높였다. 그 위에 상대석을 올렸는데 상대석 역시 연꽃 문양을 이중으로 표현했다. 대좌 규모가 크고 섬세하고 뛰어난 조각기법에서 통일신라 후반 양식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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