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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2 (2018).9.2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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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기도도량순례] 제24차 완주 위봉사 순례 (무상승 장자를 찾아서)가파르고 험할수록 청정보살 서원 커져가네

신통력과 영험담으로 이름난
진묵대사가 조성한 나한전서
정성껏 기도 봉행…기와불사
장학금 보시도 꾸준히 이어가 

53기도도량 제24차 순례법회는 입춘 기운이 남아있는 지난 2월9일과 10일 완주 위봉사에서 여법하게 봉행됐다. 위봉사는 가파르고 험준한 곳에 위치한 나한기도도량으로 제대로 된 기도를 올린다면 그만큼 확실하게 가피를 받는 곳으로도 이름났다. 아래 작은 사진은 평화의 불 분등 기념비 제막식과 기도하는 순례 회원들.

‘53기도도량’ 제24차 순례법회가 지난 2월9일과 10일 양일간 전라북도 완주군 소양면(所陽面) 추줄산 위봉사에서 여법하게 봉행됐다. 시나브로 봄이 기지개를 펴는 입춘이 지나 ‘53기도도량 순례기도회’ 회원들은 위봉사로 발걸음을 향했다.

길목에 선 나뭇가지마다 잔설(殘雪)이 남아 늦겨울의 적막한 풍경을 자아내고, 숲속엔 풀꽃들이 앙증맞게 새순을 대지위로 밀어올리고 있었다. 입춘은 우리나라의 24절기 중 첫 번째로 대한과 우수 사이에 있는 절기인데 사찰입구에도 ‘입춘대길(立春大吉)’이라는 ‘입춘축(立春祝)’을 대문이나 문설주에 붙인다. 봄이 들어오는 문으로 복(福)이 들어오라는 뜻이다. 위봉사 일주문에 들어서자, 주지 법중스님 이하 대중들이 회원들을 마중 나와 있었다. 회원들도 대중들을 향해 합장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위봉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7교구 본사인 금산사의 말사로서 추줄산 중턱에 자리한 천년고찰로 유명하다. 백제 무왕(5년)때 서암대사가 개창하고 고려 나옹선사 때 거찰(巨刹)의 면모를 갖추었고 신라 말기 최용각(崔龍角)이 산을 오르다가 숲에서 봉황 세 마리가 노니는 것을 보고 이곳에 절을 짓고 위봉사(威鳳寺)라 이름 지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추줄산은 ‘가파를 추(崷) 험할 줄(崒)’ 말 그대로 산이 높고 험한 곳이라는 뜻이다. 구한말에는 31본산(本山)의 하나로서 대가람을 이루었으나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폐사 위기를 맞았다고 한다. 그런 와중, 1988년 현 주지 법중스님이 전국 선방을 다니다가 인연이 닿아서 이곳에 터를 닦았다.

당시 도량에는 문짝하나 없고 절 마당엔 어른 키만큼 풀이 자라있어서 폐사지(廢寺地)와 다름없었다. 이후 범중스님 외 다섯 분의 비구니 스님들이 정진과 공양하는 시간을 빼곤 3년 간 도량을 정비하는데 매진, 지금의 위봉사를 이루었다고 한다. 1990년 가을, 당시만 해도 전라도 지역에는 비구니 전문 선원(禪院)이 전무하여 위봉선원을 열고 27년간 하안거와 동안거 결제를 거른 적 없이 정진했다. 지금도 20여 명의 스님들이 방부를 들일 정도로 비구니 선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위봉사는 나옹·무학·진묵·서산대사 등 많은 도인들이 살았던 대명당지(大明堂地)로서 도량의 기(氣)가 성성한 곳이며 진묵대사가 조성한 나한전은 신통력과 영험으로 인해 해마다 나한기도를 올리는 신도들이 많이 찾아오는 나한기도도량이다. 회원들은 기도처를 잡고 참회기도에 들어갔다. 추줄산 정상에서 불어오는 매찬 겨울바람이 몸을 스치지만 회원들은 아랑곳없이 열심히 기도에 몰입했다.

만약, 그들에게 간절한 신심이 없었다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더우나 추우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먼 길을 달려와서 법회에 참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회원들은 대웅전 앞에서 육법공양, 천수경과 사경, 안심법문, 나를 찾는 108참회기도를 여법하게 봉행하고 선묵혜자스님의 법문을 들었다.

“우리는 무술년 53기도도량 두 번째 순례를 추줄산 위봉사에 왔습니다. 날씨가 무척이나 춥죠. 지금 눈을 감고 가만히 들어보세요.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립니까. 안 들립니까? 내 마음을 청정하게 하고 번뇌를 내려놓으신 분에게는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릴 것이고 그렇지 않은 분은 듣지 못할 것입니다. 기도란 그와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화엄경> 입법계품에 나오는 24번째 선지식인 무상승 장자를 친견하러 왔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이 그토록 간절하게 만나고 싶은 무상승 장자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어쩌면 여러분들의 마음속에 계신 줄도 모릅니다. 무상승 장자가 선재동자에게 준 가르침은 ‘일체처(一體處)에 이르러 닦는 보살의 청정한 법운(法雲)’입니다. 탐욕과 성냄을 쉬고, 원한과 속박 그리고 공포를 벗고, 살생을 끊으며, 삿된 소견과 나쁜 짓을 금하고, 항상 착한 법만을 순종하여 모든 세간을 이익 되게 하라는 것입니다. 만약, 이를 실천한다면 훌륭한 지혜를 증득하게 된다는 가르침입니다.”

선묵혜자스님의 법문이 끝난 뒤에 주지 법중스님의 법문이 이어졌다.

“위봉사는 나한도량입니다. 부처님과 보살이 깨달음을 상징하는 근엄한 존재라면, 나한님은 친근하고 익살스런 존재입니다. 나한님은 중생의 희로애락을 얼굴에 담고 계시며, 중생의 얼굴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기도 중에서도 가장 힘들고 어려운 기도가 바로 나한기도입니다. 왜냐하면 바른 몸과 바른 마음을 가지고 기도를 올리지 않으면 바로 채찍질을 내리는 기도가 바로 나한기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힘든 만큼 제대로 된 기도를 올린다면 그만큼 확실하게 가피를 받는 것도 나한기도입니다. 53기도도량 순례 회원님, 오늘 위봉사에서 정성껏 기도 올린 인연공덕으로 나한님의 지혜·공덕·위신력의 가피를 받아서 좋은 과보 받고 무량공덕을 누리시기를 기원합니다.” 회원들은 순례를 봉행한 뒤 기와불사와 직거래장터, 국군장병 초코파이보시, 소년소녀가장 장학금, 108약사여래 보시금 수여행사도 가졌다. 

‘내안의 부처’ 만나는 실천행

■  순례도 하나의 수행

불가(佛家)에서의 수행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외부와 일체의 소통을 끊은 채 한정된 공간에서 오로지 수행에만 몰입하는 무문관(無門關)결사, 결제 정주(定住)하면서 정진하는 안거, 해제 후 바람소리 물소리를 들으며 구름 따라 걷는 운수납자(雲水衲子)의 만행(萬行) 등도 하나의 수행이다.

견주자면, 산승(山僧)에게나 우리 회원들에겐 ‘53기도도량 순례’도 하나의 수행이다. 물론 옛날 천목산 사자바위 서편 바위동굴 속에서 ‘사관(死棺)의 패(牌)’를 내걸고 ‘비장한 마음으로 성불을 이루지 못하면 이곳에서 죽겠다’며 정진에 들었던 고봉원묘 선사와 같이 정주하면서 무문관 결사를 하는 선승(禪僧)들에게 비할 바는 아니다. 그렇지만 공부와 포교는 둘이 아닌 하나이기에 포교에 정진하여 부처님의 법을 전하는 것도 참된 수행이라 할 수 있다.

‘53기도도량순례법회’는 매번 고되다. 염불과 108참회문, 축원문을 낭송하고 법당에 정좌(定座), 수천 여명의 회원들에게 일일이 염주를 나누어 주고 나면 목이 쉬고 온 몸이 다 저려온다. 어쩌다 비가 오거나 추울 때는 가사 입은 것만으로는 강추위를 견디기가 여간 곤혹스럽지 않다. 

간절한 기도 진정한 보살행 
이루어 질 때 그 가치 실현

회원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꼭두새벽부터 전국 각지의 법등에서 일제히 출발하여 법회를 마치고 귀가하기까지 꼬박 하루가 걸리기 때문에 몸은 천근만근 무겁다. 그러나 이제껏 그들에게서 몸이 ‘힘들다’는 소리를 들어 본적이 없다. 오히려 즐거운 마음으로 순례에 나선다. 여기에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우리는 산사에 계신 부처님을 만나기 위해 순례를 나서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일찍이 부처님께서는 “너희들도 나와 똑같은 부처임을 일깨워 주시기 위해 나는 이 땅에 왔느니라”라고 말씀한 바 있다. 이 말씀은 ‘너희들도 부처처럼 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깊은 뜻이다. 이처럼 우리가 산사로 순례 가서 기도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내안의 부처’를 만나기 위해서이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나를 찾아야 한다.

관세음기도를 할 때는 먼저 자기 자신이 관세음보살이 되기를 서원하고 지장기도를 할 때는 자신이 먼저 지장보살이 되겠다는 서원을 세우고 기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른 기도법이다. 그 어떤 서원(誓願)도 간절한 기도 없이는 결코 성취될 수 없다. ‘53기도도량순례’도 진정한 보살행이 이루어 질 때만이 그 가치를 얻을 수 있다. 단순히 마음에 있는 것만으로는 종교의 가치를 획득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실천하지 않고 생각만 하는 종교는 한갓 교학(敎學)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진정한 종교의 가치는 실천에 있음을 옛 선지식들이 몸소 보여주었다. 

선묵스님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주ㆍ군종교구장 

[불교신문3374호/2018년3월10일자] 

선묵 혜자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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