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문

불기 2562 (2018).6.23 토

사이드바 열기
상단여백
HOME 문화
친환경 기저귀까지…백화점 안 부러운 조계사 수유실■엄마와 아기가 행복한 사찰 속 공간

 

지난 6일 늦은 저녁, 14개월 아기를 둔 한 엄마가 조계사 수유실을 찾아 기저귀를 갈고 있다.

2평 남짓한 목조 공간에
개수대부터 수유쿠션까지
페이스북 등 입소문타며
하루 다르게 이용자 증가

지난 5일 서울 조계사 관음전 앞. 칭얼대는 아이를 달래다 모처럼 만의 외출을 포기한 신진이(37) 씨가 경내 수유실을 발견하곤 반색을 했다. 날이 완연히 풀렸지만 8개월 된 아기에겐 아직 쌀쌀한 날씨, 찬바람을 피해 모유 수유할 곳을 찾아 헤매다 마주한 여성 전용 수유실이 신 씨에겐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신 씨는 “바람을 쐬러 나왔다가 ‘젖 달라’ ‘기저귀 갈아 달라’ 칭얼거리는 아이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며 “조계사 안에 이런 곳이 있는 줄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신 씨는 “따뜻한 보일러에 수유쿠션까지 갖추고 있어 백화점 보다 더 좋은 것 같다”며 “진작 알았더라면 커피숍 전전하며 눈치 보지 않고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고 했다.

견지동 인근에서 유일하게 단독 수유실을 갖춘 조계사에 가면 신 씨처럼 갓 낳은 아이를 키우는 젊은 엄마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모두 모유 수유를 하거나 기저귀를 갈기 위해 조계사를 찾은 젖먹이 부모들이다.

지난 2016년 4월 처음 문을 연 이후 언론과 페이스북 등을 통해 조계사 경내에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수유실이 마련돼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하루가 다르게 방문객이 늘고 있는 상황. 수유실 관리를 맡고 있는 조계사 자원봉사자 백용순(71) 씨는 “법회가 있는 주말이면 하루 이용자만 수십명이 되는 것 같다”며 “평일 오후에도 날이 좀 풀리고 해가 난다 싶으면 아기와 산책을 나온 젊은 엄마들이 수유실을 이용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고 했다.

조계사 수유실 내부는 2평 남짓. 사찰과 위화감이 들지 않도록 목조 건물로 지었다. 전통적 느낌을 주는 외부와 달리 내부는 세련된 현대식 분위기를 자랑한다. 넓고 깨끗한 수유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따뜻한 온기에 놀란다. 온도에 민감한 아기와 아기 엄마가 언제 들어서도 추위에 놀라지 않도록 봉사자가 주기적으로 내부 온도를 평균 이상으로 맞춰두기 때문이다.

‘엄마와 아기가 행복한 공간’답게 수유실 가운데는 아기 뿐 아니라 엄마도 편히 쉴 수 있는 푹신푹신한 쇼파도 함께 비치돼 있다. 쇼파 왼쪽에는 아이를 눕힐 수 있는 기저귀교환대가, 오른쪽에는 아이 몸을 씻길 수 있게 온수가 나오는 개수대도 준비돼 있다. 개수대 위 선반에는 여분의 친환경 기저귀 뿐 아니라 생수와 전기포트도 마련해뒀다. 아이가 배가 곯지 않도록 분유와 우유도 준비하고 싶었지만, ‘아무거나 먹이지 않는 요즘 엄마들 취향’을 심히 고려했다는 후문. 온풍기, 에어컨, 수유쿠션까지, ‘엄마와 아기가 행복한 공간’ 뿐 아니라 ‘불편함이 단 하나도 없도록 해주고 싶었다’는 조계사 주지 지현스님 바람이 담긴 공간이다.

조계사 수유실 외부 전경.

애초에 조계사가 ‘사찰 내 수유실’이라는 다소 이색적 공간을 만든 데는 주지 지현스님 원력이 컸다. 모유 수유할 곳이 없어 극락전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아기에게 젖을 물리던 젊은 부부의 모습이 눈에 줄곧 밟혔다던 지현스님은 “주위 시선을 받으면서도 아이의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창피를 무릅쓰고 급히 젖을 물리는 엄마 모습이, 사람들이 볼까봐 불안해하며 옷으로 아기와 아기 엄마를 가려주던 아빠 모습이 생각나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젊은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너무 없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하는 생각이 지금의 수유실 설치로 이어졌고 언론을 통해 ‘독특한 공간’ ‘화제의 공간’으로 소문나면서 수유실 이용자도 날마다 늘고 있다. 지현스님은 “수유실을 찾는 사람이 하루에 딱 한 명 있어도, 혹은 단 한 명도 없어도 괜찮다”며 “사찰에서 아기를 둔 엄마들, 소수를 배려하는 공간이 작게나마 있다는 것을 알면 불교에 대한 이미지도 조금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 6일 늦은 저녁에도 14개월 아기를 둔 한 젊은 부부가 조계사 수유실을 찾았다. “우리처럼 아기를 키우는 사람들은 밖에 나오면 눈치 보지 않고 우유 먹일 곳, 기저귀 갈 곳부터 찾게 된다”는 부부의 말이 끝나자마자 인근에 있던 자원봉사자가 다가와 도움이 필요한 지 물었다. 봉사자 말에 “괜찮다”며 조계사를 돌아서 나가는 부부의 뒷모습에서 안도와 고마움이 읽혔다.

조계사 수유실 내부.

이경민 기자  kylee@ibulgyo.com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경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포토뉴스
여백
여백
여백
여백
icon
"SNS에서도 불교신문
뉴스를 받아보세요"

kakaostory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