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쟁위원회 집담회 현장/ 화쟁의 눈으로 본 ‘평창올림픽 이후 남북관계와 한반도정세’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평창올림픽 이후 남북관계와 한반도정세’라는 주제로 집담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말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일촉즉발’이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미국은 강력한 대북제재로 응수했다. 전쟁의 불안감까지 감돌았다. 그러나 지난 2월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평화체제 구축에 다가서는 반전을 이뤄냈다. 올림픽이 끝난 이후 평화의 분위기를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지 논의하고 그 가운데 불교의 역할을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조계종 화쟁위원회(위원장 도법스님)는 서울 전법회관 3층 회의실에서 ‘평창올림픽 이후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를 주제로 집담회를 열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고 온 대북 특사단이 오는 4월 말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을 골자로 한 방북결과 발표 다음날인 지난 7일 진행됐다.

먼저 현안문제에 대한 관심이 쏟아졌다. 집담회에 앞서 발제에 나선 김용현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대북 특사단 성과를 평가하고 불교계 역할을 당부했다. 김 교수는 “노동당 당사 본관인 진달래관을 개방하고 김정은 위원장의 아내인 리설주가 만찬장에 참석하는 등 특사들의 방북 과정은 파격의 연속이었다”며 “최대의 성과는 북핵 문제해결을 위한 출발선인 북핵 모라토리엄(잠정 중단) 공감대 형성”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11년 만에 성사되는 남북정상회담의 장소가 판문점인 것도 눈여겨 볼만 하다”며 “판문점의 의미가 분단과 군사적 긴장의 장소에서 대화와 평화 협력의 장소로 전환되는 순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이 그동안 본인을 옥죄었던 미국과 대화하고자 하는 용의를 밝히는 등 확연하게 한반도 평화의 기운이 높아지고 있지만 김 교수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제 겨우 관계 개선의 걸음마를 뗀 시점에서 북한이 당장 비핵화를 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차근차근 단계별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 당국이 우호적으로 생각하는 조계종을 비롯한 불교계에서 인도적 대북사업, 신계사 복원 등 전통사찰 문화재 교류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사진 오른쪽)는 발제를 통해 대북 특사단 성과를 평가하고 불교계 역할을 당부했다.

이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는 남북관계 개선에 걸림돌이 되는 우리 안의 ‘남남갈등’을 불교계가 나서서 치유해줘야 된다는 것이 요지였다. 진보와 보수, 태극기와 촛불로 표현되는 남남갈등이 한반도 평화를 요원하게 만든다는 생각이다.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누군가는 ‘평화올림픽’의 상징으로 봤지만 2030 세대들은 공정성을 이유로 불만을 터뜨렸다”며 “북한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세대 간 시각차가 커져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왕근 ‘붓다로살자’ 편집장(전 조선일보 기자)은 “남남 갈등을 해결하자고 주장하면 자연스럽게 좌·우 이념갈등으로 비화돼 언급조차 껄끄럽다”며 “어느 누구도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이 문제를 화쟁의 관점으로 불교계가 신중하게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화쟁위원장 도법스님은 “적어도 한반도 문제를 풀어내는데 있어서 여야가 합의하고 국민들의 의견이 통합됐다면 평창올림픽뿐만 아니라 대북특사단의 방북과정에서도 더 많은 성과를 냈을 것”이라며 극단적으로 두 조각으로 나눠진 한국사회를 꼬집었다.

그러면서 “남북이 쌓인 문제를 푸는 것에 공을 들인 만큼 반으로 쪼개진 우리 안의 불신과 증오 등을 녹여내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우리 안의 갈등을 먼저 해결하지 않는다면 남북이 화해하고 평화가 찾아와도 또 다시 폭력과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리란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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