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포교 활성화를 위한 과제는…

사회적으로 종교인구가 감소하며 불교도 영향을 받고 있다. 젊은 불자들의 유입 정체와 신도들의 고령화로 인해 불교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종교인구 감소 시대, 가족포교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사진은 ‘우리는 불자가족입니다’를 주제로 봉행된 화성 신흥사 가족수계법회 모습. 불교신문 자료사진

가족은 가장 작은 공동체
가족 함께하는 타종교 비해
불자들은 홀로 사찰 찾아
신행하는 경우가 대다수

가족포교 활성화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
프로그램 마련이 절실
가족상담소 운영도 대안

“어떤 사람이라도 우리 집에 있으면 그는 깨끗한 믿음을 얻고 목숨을 마치면 천상에 태어날 것입니다. 집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를 삼보에 귀의시키고 그 아리가 철이 들면 깨끗한 계를 갖도록 하고 있습니다.” 기원정사를 부처님께 보시한 수닷타 장자의 일화다. 수닷타 장자는 부처님께 이같이 이야기했고, 이에 부처님께서는 수닷타 장자를 칭찬하며 당신의 뜻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인정했다고 한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종교인구 감소는 모든 종교가 직면한 과제다. 지난 2015년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는 탈종교가 가속화되고 있는 세태를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조사 결과 전체 종교인구는 2155만4000명으로, 2005년 2452만6000명에 비해 297만2000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교 역시 마찬가지다. 갈수록 줄어드는 불자 인구에 더해 신규 불자들, 특히 젊은 불자들의 유입 정체와 신도들의 고령화로 인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소위 불교 위기론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종교인구 감소 시대, 가족포교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가족은 세상 그 누구보다 가까운 존재다. 가장 작은 단위의 공동체로서 모든 일상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1인 가구 500만 시대에 접어들면서 현대사회 가족의 형태가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지만 2015년 통계에 따르면 4인 가구는 여전히 전체 인구의 26.4%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많은 사찰에서도 가족이나 부부, 자녀 대상 등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주제의 법회를 마련해 가족포교에 나서고 있다. 특히 영·유아 및 어린이법회를 통해 가족들이 함께 사찰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서울 조계사는 최근 ‘아이좋아 V선포식’을 열고 한국불교의 미래인 어린이·청소년 포교에 주력할 뜻을 밝혔다. 어린이·청소년 포교를 중점 과제로 삼겠다는 의지다. 서울 봉은사도 유아수계법회와 영·유아 돌맞이 마정수기법회 등 아이와 부모가 함께 사찰을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서울 성림사는 가족법회를 운영하며 불자 가족들의 신행을 돕고 있으며, 서울 법안정사 부부불자회는 부부가 함께 신행활동을 하며 가족 간 화합과 포교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기적으로 가족수계법회를 봉행하는 사찰들도 많다.

많은 사찰들이 가족포교에 힘을 쏟고 있지만 여전히 가족포교는 불교의 취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가족들이 함께 교회나 성당을 찾는 이웃종교와 달리 불자들은 경우 가족과 함께 하기보다는 홀로 사찰을 찾아 신행활동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성 불자들만이 사찰을 찾아 신행을 하고, 오히려 가족들이 함께 사찰에서 신행활동을 하는 풍경이 이색적인 일이 되고 있다.

온 가족이 함께 신행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기원, 이화숙 씨 가족이 봉화 청량사에서 차담 중인 모습. 불교신문 자료사진

가족포교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찰에서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 마련이 절실하다. 가족이 사찰에 함께 도착해 어린이와 청소년, 성인, 부부 등 각각 계층에 맞게 법회를 봉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이와 더불어 가족들이 공동으로 참여할 수 있는 법회 프로그램 마련도 요구된다. 

가족 수계법회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가족 수계법회는 온 가족이 함께 사찰을 찾아 수계를 받음으로써 가족 중심의 신행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평소 사찰에 다니는 불자들이 가족들과 함께 사찰 법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가족 수계법회를 봉행한다면 가족포교에 기여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마음 치유를 위한 상담소 역할도 필요하다. 복잡다단한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은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고민이 있어도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눌 사람도 많지 않다. 대부분의 불자들은 초하루법회나 일요법회 때 마다 사찰에서 스님들의 법문을 듣거나, 불교교리 및 경전 공부를 위해 강의를 듣거나, 마음의 안정을 위해 참선이나 명상 등 수행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마음이 병들고 지친 이들에게, 고민으로 힘들어 하는 이들에게 사찰은 더없이 좋은 상담소가 될 수 있다. 부처님 가르침은 현대사회 문제에 대한 다양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

또 조용하고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환경도 사찰 내에 충분하다. 가족들이 사찰을 찾아 스님들을 만나고 스님들이 상담자가 되어 고민을 치유하는 역할을 한다면 자연스레 가족포교도 활성화 될 것이다. 가족포교와 가족법회 운영을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스님들과 가족상담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이에 대해 포교부장 가섭스님은 가족들이 사찰에서 함께 할 수 있는 환경 조성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섭스님은 “가족 포교를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선결되어야 할 것이 가족들이 사찰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함께 사찰을 찾아 아이들은 어린이 법회로, 부모들은 성인 법회로 유도할 수 있는 공간, 아이들은 믿고 맡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가족법회라는 이름으로 신행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법회가 다양화돼야 한다. 부모와 자녀가 한 자리에서 부처님 말씀을 배우는 신행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는 가족포교 활성화를 위해 대상을 명확하게 정하는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응철 교수는 “가족들 사이에서 세대 간 격차가 크다. 초등학교 아이를 둔 30~40대 부모들이 가족포교의 핵심 대상이다. 가족포교 활성화를 위해서는 가족 구성에 맞춰 포교 대상을 타겟팅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가족포교에 앞서 무엇보다 가족 구성원 간 소통을 활성화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부모와 자녀 간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가족포교도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범수 동국대 교수는 “현대사회에서 가족들의 수가 줄고 있고 가족 간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부모 자녀 세대, 부부간 갈등의 원인은 의사소통 문제에서 비롯된다”며 “사찰에서 이같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가족상담을 강화한다면 젊은 세대들의 유입이 가능할 것이다. 과거와 달리 젊은 세대들은 맹목적으로 사찰을 찾아오지 않는다. 가족상담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면 젊은 세대들은 물론 가족포교도 활성화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성권 대한불교청년회장은 “가족포교를 이뤄지기 위해서는 계층포교가 활성화돼야 한다. 아이들과 함께 절에 왔을 때 아이들이 불교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린이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전문 강사, 아동지도 전문가들이 많아져야 할 것”이라며 “또 일회성 프로그램이 아닌 지속적으로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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