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위에서의 1년이 어느덧 끝났다. 지난 1년을 천천히 곱씹어보니 모든 기억들이 하나하나 소중하게 여겨진다. 사진은 말라위에서 만난 아이들의 모습.

지나가지 않을 것만 같던 1년이라는 시간이 어느새 흐르고 서울로 출국을 앞두고 있다. 말라위에 처음 와서 느꼈던 감정은 행복이다. 이후 잠깐 자괴감의 늪에 빠지기도 했지만 다시 말라위의 따스함을 가득 느끼며 행복이라는 감정으로 마무리한다. 짧은 1년이었지만 많은 경험과 함께 풍부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언제부터 이곳에서 생활하는 날들이 정말 행복하고 흥미롭게 느껴져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이별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물론 이곳에서 기억이 전부 좋지만은 않다. 오히려 나쁘고 힘든 기억이 더 많다. 하지만 난 생각한다. 이곳을 마주친 수많은 인연들을 만나기 위해 그리고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을 위해 힘든 일을 다시 겪으라고 한다면 나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지금까지 나는 늘 어떤 경험을 한 이후에 “이건 이래서 싫었고, 저건 저래서 싫었어”라며 불평만 늘어놓았다. 그러나 한국에 돌아가서 누군가 나에게 아프리카는 어땠냐고, 말라위에서 1년은 너에게 어떤 흔적을 남겼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 할 것이다. “너무 재미있었어.”

돌아보니 참 꿈같다. 거창하지만 내 꿈이라는 문을 열고, 내가 걸어야할 길을 봤으니 이제 그 길을 내 삶으로 만들어 나가야겠다. 그렇게 내 삶이라는 길을 묵묵히 걷다보면 내 삶이라는 길은 꿈으로 다시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

어쩌면 생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말라위에서의 마지막 밤에 선물 같은 지난 1년을 천천히 곱씹어보니 모든 기억들이 하나하나 소중하게 느껴진다. 말라위에서의 1년이라는 나만의 영화는 이렇게 끝나버려다. 하지만 머릿속에 그리고 가슴속에 가득히 채워진 기억과 추억들 덕에 이 영화의 에필로그는 꽤 길게 이어질 것 같다.

1년을 뒤돌아보다 먹먹해지는 마음을 추스르며 문득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라는 유명한 말이 떠오른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당연한 것인데 난 아직도 이별이란 게 너무 서툴다. 하지만 난 몇 번의 이별 앞에서 늘 그래왔듯이 많이 서투르지만 이번에도 웃으면서 말한다.

‘안녕, 언젠가 다시 만나자. 안녕 아프리카. 안녕 다시없을 내 스물일곱 살의 말라위.’

[불교신문3373호/2018년3월7일자] 

송인근 더프라미스 말라위지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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