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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2 (2018).9.2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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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에세이] 공존의 알고리즘 

변화 발전에 즉응력이 뛰어나고
무엇보다 조리 있고 인간적이다 
이런 ‘공존’이 앞으로의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 것이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세대에게 
이 같은 원리를 가르쳐야 한다 
아니, 그것을 원하고 있다 

아빠가 두 아이에게 케이크 하나를 똑같이 나눠주려 한다. 어떤 알고리즘이 필요할까? 알고리즘이란 문제를 풀기 위한 세부적이고도 단계적인 방법이다. 똑같이 잘라서 나눠준다고 치자. 가장 간단하고 공평한 방법일 것 같지만, 두 아이가 만족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아이 딴에는 양으로 같더라도 질이나 심지어 모양에서 취향이 다를 수 있다. 아빠는 그것을 모른다. 

그래서 아빠는 ‘세부적이고 단계적인 방법’ 곧 창의적인 알고리즘을 고안한다. 

먼저 두 아이 중 한 명에게 케이크를 자르게 한다. 칼을 든 아이는 나름 자기 기준에 따라 양쪽 모두 좋아보이게 케이크를 둘로 나눌 것이다. 제 역할을 한 이것으로 아이는 만족한다. 다른 아이에게는 둘 중 하나를 먼저 선택할 권리를 준다. 더 마음에 드는 쪽을 먼저 선택한다는 것으로 이 아이 또한 만족한다. 케이크를 자른 아이도 비록 선택권은 나중이지만 처음부터 자신이 잘 잘라놓았기 때문에 어느 쪽을 가져도 불만이 없다. 

제바스티안 슈틸러가 쓴 <알고리즘 행성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와이즈베리, 2017)에 나오는 대목이다. 슈틸러는 이것이 원만한 알고리즘을 이룬 중요한 까닭으로 아이들의 자기 결정권을 든다. 결과에 대한 만족은 거기서부터 나온다. 이때 아빠는 알고리즘만 만들었을 뿐 어떤 결정에도 끼어들지 않는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세대에게 이 같은 원리를 가르쳐야 한다. 아니, 그것을 원하고 있다. 

알고리즘은 변화와 발전에 즉응력(卽應力)이 뛰어나다. 그리고 그것은 위의 케이크의 예에서 본 것처럼 매우 조리 있고 무엇보다 인간적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 그것은 바로 공존의 원리를 터득하는 일이다. 얼마나 보기 좋게 케이크를 자를 것인가, 얼마나 공정하게 순서를 정할 것인가. 두 아이는 각자의 결정대로 만족하고, 그래서 평안하게 함께 하는 경험을 한다. 이런 공존이 앞으로의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것이다. 

이를테면 이렇다.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 인지(認知)와 불인지(不認知)를 넘어, 일정한 고리가 있는 일관된 언어로 풀어내는 과정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인식에도 판단 과정에 적용되는 알고리즘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의식과 무의식, 인지와 불인지는 서로 변증적으로 말미암은 상호 및 교호작용(交互作用)의 관계이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두 세계에 대한 면밀한 통찰과 전략적 응용으로 인간에 대한 엄정한 이해를 얻어낸다. 이것은 오랫동안 예지력(叡智力) 높은 우리의 선사(禪師)께서 일관되게 가르쳐 온 바이다. 

나는 이것을 불교적 변증의 알고리즘이라 부르고 있다. 앞의 두 아이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케이크를 둘로 나누는 아이가 양쪽 모두 좋아 보이는 쪽이 아니라 자신의 욕심을 집어넣을 수 있다. 선택권을 먼저 받은 아이는 눈치를 채고 욕심이 들어간 쪽을 가져갈 것이다. 이렇게 되어서야 공존은 어렵다. 두 아이 모두 불행한 길로 들어선다. 사실 우리는 이런 경우를 얼마나 흔하게 보고 있는가. 케이크를 나누는 아이는 이 일 자체에 의의를 두어야 한다. 선택권을 먼저 받은 아이는 케이크를 나눈 아이의 선의(善意)를 믿어야 한다. 이것이 공존의 알고리즘이다. 그것으로 두 아이 모두 행복한 길로 들어선다. 

[불교신문3373호/2018년3월7일자] 

고운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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