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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조계종 대사면, 또 다른 ‘해제(解制)’이 산을 넘어야 탄탄대로를 만난다

오는 3월20일 개원하는 제210차 조계종 임시중앙종회에서 멸빈자 사면 문제가 다뤄진다. 멸빈자의 사면을 원천봉쇄한 종헌 제128조 단서조항을 개정하자는 게 의제다(멸빈의 징계를 받은 자에 대해서는 사면 복권 경감의 대상에서 제외한다). 종단 대화합을 위해 이 조항을 고쳐서 1회에 한해서라도 용서해주자는 거다. 단, 당사자의 진심어린 참회와 공정한 심사가 전제조건이다.

무엇보다 이게 해결돼야만 전면적인 대사면이 가능해진다. 이번 종회에서 종헌 개정이 이뤄지면 원로회의 총무원 중앙종회 호계원 교구본사 등이 참여하는 ‘(가칭)대사면위원회’가 출범할 전망이다. 멸빈자를 비롯해 제적 이하 징계자들의 양형(量刑) 이유를 살피고 구제할 만한 사람은 구제하는 역할을 맡는다. 먼저 땅부터 골랐다. 총무부장 정우스님과 중앙종회 수석부의장 초격스님 등 총무원과 종회의 주요소임자들은 2월말 비공개 회동을 갖고 멸빈자 현황을 파악하면서 사면 기준에 대해 논의했다. 1962년 통합종단 출범 이후 현재 멸빈자는 총 230여 명으로 알려졌다. 바라이죄(고의적 살인, 간음, 도둑질, “깨달았다”는 거짓말)를 범했거나 종단 재산을 빼돌리는 등 죄질이 나쁜 파렴치범은 절대 배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참회하고 스님답게 산다면
모든 ‘정치적’ 징계승 구제

물론 헌법을 바꾸는 일은 세간이나 출세간이나 난제다. 멸빈자 사면안은 31대 총무원장 법장스님 당시부터 10여 년간 본회의 석상에 몇 번씩 올랐으나 그때마다 실패하고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분규의 와중에서 스님들 사이에 쌓인 앙금이 결코 적지 않았음을 반증한다. 종단사태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완료되지 않은 점도 작용했다. 3분의2 이상의 표를 확보해야 하는 숫자적 어려움도 있다. 더구나 멸빈(滅擯)은 세간의 사형에 해당하는 승단의 최고형이다. 만약 사면이 이뤄진다면 죽은 사람을 되살려놓는 셈이다. 이래저래 곤란한 일이다. 그러나 반드시 필요한 일이란 게 제35대 집행부의 의지이고 다수의 여론이다.

총무원장 설정스님은 취임 후 첫 신년기자회견에서 “우리 종단에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불가피하게 종단의 제재로 대중들과 멀어진 출가수행자들이 있다”며 모든 ‘정치적’ 징계승에 대한 대사면 계획을 천명했다. 특정한 누군가가 아니라 “이미 돌아가신 분들도 명예회복을 해드리겠다”며 굳은 다짐을 펼쳐보였다. 잘못했어도 진심으로 뉘우치고 스님답게 살아간다면, 흔쾌히 안아주고 다독이는 부처님의 동체대비(同體大悲)를 실천하겠다는 것이다. ‘갑질’과 편 가르기가 횡행하는 일반사회에 울리는 바도 크다.

그만큼 명분은 확실하다. 소통도 이미 시작됐다. 총무원장 스님은 설 연휴를 전후로 전국 교구본사를 권역별로 돌며 원로 및 중진 스님들의 공감을 구했다. 중앙종회 종책모임과도 만나 취지를 설명했다. 더불어 임시종회가 순조롭게 끝나면 대사면을 독려하는 종정예하의 교시와 원로회의의 담화문이 연이어 발표되리란 전언이다. 특별법 제정도 착수된다.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무르익었다.

‘불교다운 불교’ 천명한
집행부 첫 원력 결실 이룰까

중앙종회의원 총원은 81명이며 개헌 정족수는 54명이다. 집행부는 ‘턱걸이’가 아니라 사실상의 만장일치를 바라고 있다. 한편으론 번번이 문턱 앞에서 넘어졌기에 가결조차 장담하기 힘들다는 비관론도 보인다. 종회 핵심 관계자는 “종회의원들과 1대1로 붙어서 기어이 설득시키겠다는 간절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며 집행부의 적극적인 행동을 주문했다. 또한 무슨 일이든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만 지속성과 진정성을 발한다. “종회를 압박하며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려하기 보다는, 최선을 다해 다가간 뒤에는 종회를 믿고 기다려주는 모습이 더 아름다울 것”이라는 제언이다.

종단 내부적으로 올해 가장 큰 이슈는 ‘대사면’과 ‘총무원장 선출제도 개선’이다. 곧 신원(伸寃)과 자비의 길을 여는 종헌 개정은 ‘불교다운 불교’를 역설한 총무원장 스님이 세운 첫 번째 원력이다. 향후 안정적인 순항을 판단할 시금석으로도 관측된다. 궁극적으로 이 산을 넘어야만 탄탄대로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서로 화해하고 묵은 때는 털어내며 종단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계기가 된다는 건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라며 “16대 종회가 집행부에 마지막으로 선물을 주고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도 들린다. 지난 3월2일은 동안거 해제(解制) 날이었다.

장영섭 기자  fuel@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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