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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2 (2018).9.2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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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와도 괜찮아요…“신나요! 절에 갈래요!”‘와글와글’ 서울 봉은사 유아법회
서울 봉은사는 매주 일요일 5~7세 아동을 대상으로 유아법회를 열고 있다.

촉촉이 내린 비와 한결 포근해진 날씨가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리던 지난 4일,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천년고찰 적막을 깼다. 다음주면 서울 봉은사 유아법회를 졸업하고 어린이법회로 옮겨가는 서지연(8) 양은 법회가 시작되자 걸음마를 갓 뗀 4 살배기 동생이 두 팔과 다리로 법당 안을 휘젓고 다녀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크아앙!’ 공룡 소리, “엄마, 재미없어~” 하는 징징거림이 들려와도, 스님이 가르쳐 준 대로 합장을 하고 정근하는 모습이 제법 어른스러워 보였다.

매주 일요일 5~7세를 대상으로 열리는 유아법회지만 이날은 한 달에 한번 있는 학부모 동반 가족법회가 열리는 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에도 이른 아침부터 비탈길을 올라 법당을 찾은 가족만 60여 명에 달했다. 코엑스로 직장을 옮긴 남편 덕에 유아법회가 있는 봉은사를 찾게 됐다는 40세 주부, 어린 시절 절에 다닌 기억이 좋아 아이 손을 끌고 법회에 온 아내내 덕에 법회는 난생 처음 들어본다는 30세 남편 등 유아법회를 찾은 계기도 제각기 다양했다.

7살 도윤이 할머니는 이날도 손주 성화에 못 이겨 법회에 끌려 나왔다. “오늘은 엄마가 아프니 다음에 가자”고 해도 도윤이는 “엄마 대신 할머니가 데려가주면 기쁠 것 같다” 했단다. 도윤이 할머니는 “막상 법회에 와도 장난기가 많아 스님 말도 설렁설렁 듣고 진지하게 기도를 하지도 않는 것 같다”면서도 “신기하고 이상하게 일요일만 되면 절에 데려가 달라 조른다”고 했다.

"합장하고 집중해야지", 법회가 시작하자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는 학부모들.
새 친구를 소개하는 지도법사 스님.
"우리 엄마가 잘하나 한번 보세요" 하는 스님 말에 가부좌하는 엄마를 쳐다보는 아이.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것을 좋아하는 요즘 아이, 특히 집중력이 약한 유아들에게 법회는 지루하고 심심한 것으로 여겨질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5~7세 아이 20여 명이 참여하는 봉은사 유아법회는 오전 10시30분에 시작해 낮12시에 끝난다. 1시간30분, 성인에게도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시끄럽고 소란스럽게 떠들다 끝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아이들은 매사 법회에 진지하게 임한다. 

아이들은 삼배로 시작해 어린이집회가, 삼귀의, 보현행원, 한글반야심경을 빼먹지 않고 왼다. 청법가를 불러 스님께 법문을 청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입정은 물론이거니와 법문을 듣고, 석가모니불 정근도 한다. 염주, 연등 만들기를 통해 감각도 키우고 간식을 나눠 먹으며 또래친구도 사귄다. 

텔레비전, 스마트폰은 잠시 잊고 좀처럼 마주하기 힘들었던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와 모처럼 몸을 맞대고 마음도 나눈다. “형만 너무 잘해줘 속상하다” “중학교에 가는 오빠가 머리를 밀었는데 스님처럼 변신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등 사뭇 진지한 속내도 서슴없이 털어 놓는다.

두 아이 모두 봉은사 유아법회와 어린이법회에 보내고 있는 이지영(41) 씨는 “아이들이 조금만 떠들어도 엄하게 혼내는 사찰이나 천도재 때문인지는 몰라도 영정사진이 가득한 사찰은 아이들과 가기에 아무래도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봉은사는 아이들만을 위한 법당이 따로 있는데다 경내도 공원처럼 잘 꾸며져 있어 주말이면 소풍을 오는 느낌으로 자주 찾게 된다”고 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절에 다니며 한결 차분해지고 밝아졌다”고.

지도법사 현혜스님은 “동화를 들려주는 식으로 부처님 이야기를 전하고 반성일기를 쓰는 식으로 참회기도를 하는 법을 알려주곤 한다”며 “시끄럽고 소란스러워 보여도 아이들이 매주 일정 시간을 절에서 보내다 보면 염주가 뭔지, 기도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 스님이 가부좌 가르쳐 줬죠? 우리 엄마가 잘하나, 아빠가 잘하나 한번 봅시다”하는 스님 말에 도윤이가 토라진 듯 “여기 우리 할머니도 있어요!” 입술을 샐쭉 내민다. “우리 엄마는 뚱뚱해서 그거 못 한대요~” 하는 짓궂은 서윤이 대답에 여기저기 웃음이 터진다. 아이들 웃음소리, 와글와글 인기척에 꽃피는 춘삼월, 봉은사가 활발발하다.

"비 내려도 절에 가요." 할머니 손을 잡고 유아법회가 열리는 봉은사 수련원으로 들어서고 있는 아이.

이경민 기자  kylee@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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