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옥천사성보박물관이 오는 21일부터 6월30일까지 ‘만행, 돌아온 성보’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가 특별한 건 도난당했다가 어렵게 되찾은 영남 일대 불교성보를 볼 수 있는 것 외에도 신도들이 십시일반 기금을 마련해 전시 및 성보환수 불사를 후원한다는 점이다. 도난당한 문화재를 환수해 오는 데 소요된 적지 않은 비용을 신도들이 함께 부담하고자 뜻을 모았다는 게 의미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제자리를 찾은 불교성보가 많아졌다. 옥천사 특별전에 나오는 성보 중 하나인 동화사 염불암 지장시왕도는 1841년 도난당한 뒤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는 게 알려지면서 반환 받았다. 옥천사 나한상의 경우 소장자가 도난성보라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면서 사찰에 돌려줬다.

경매를 통해 환수할 때도 있었다. 금정총림 범어사는 2015년 스위스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범어사 칠성도 3점을 낙찰 받았다. 조계종 총무원도 지난 2016년 독일 경매에서 남양주 석천암 지장시왕도를 되찾아 오기도 했다. 

결과는 모두 성공적이었지만 과정은 녹록치 않다. 거기서 빠지지 않는 문제가 바로 재정적 부담이다. 도난당했다는 기록이 명확한 성보를 찾는 과정에도 비용은 든다. 소장자에게 소정의 금액을 지불할 때도 있다. 경매에 출품된 성보를 환수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급작스럽게 큰 비용을 지불해야 했기 때문에 해당사찰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범어사의 경우 다행히 박정오 삼정기업 회장의 후원을 받아 칠성도를 찾았지만, 대다수 사찰은 비용부담을 감수하고 성보를 환수해오고 있다. 재정이 열악한 사찰은 환수를 포기하기도 한다. 그렇게 포기한 성보는 되찾기 어렵다.

도난당한 성보는 물론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해외로 반출된 불교성보를 제자리로 찾아오는 일은 불자로서 우리의 과제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소중한 불교성보가 언제 경매에 나올지 모르고, 소장자가 기증의사를 밝혀올지 모른다. 발 빠르게 대처하려면 ‘문화재환수기금’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 

[불교신문3372호/2018년3월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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