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화쟁의 눈으로 이야기하다’ 집담회 열려

조계종 화쟁위원회(위원장 도법스님)는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등과 함께 ‘낙태, 화쟁(和諍)의 눈으로 이야기하다’라는 주제로 집담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9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낙태죄 폐지’ 청원이 올라왔다. “원치 않는 출산으로 여성은 물론 태어날 아이와 국가 모두에게 비극이니 여성에게만 죄를 묻는 현행 낙태죄를 폐지해달라”는 게 주요 골자였다. 이 글은 한 달 만에 20만 여 명의 추천을 받으며 사회적 논의거리로 급부상했다. 지난 2012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태아의 생명권과 임산부의 자기결정권 중 어느 것이 우선인가’의 갈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가운데 조계종 화쟁위원회(위원장 도법스님)는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등과 함께 지난 2월28일 서울 전법회관 3층 회의실에서 ‘낙태, 화쟁(和諍)의 눈으로 이야기하다’라는 주제로 집담회를 열었다. 낙태죄 폐지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불교의 시각으로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아보자는 취지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까지 주요 쟁점이었던 태아와 임산부중에 선택해야 하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낙태를 결정한 여성의 괴로움과 생명을 잃은 태아의 고통을 함께 해소하자는 것이 요지였다.

‘낙태를 보는 불교의 눈, 화쟁의 해법’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정웅기 생명평화대학 운영위원장은 고집멸도의 사성제를 바탕으로 낙태문제의 실마리를 찾았다. 정 위원장은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낙태를 둘러싼 절망감 죄의식 등 정신적 괴로움에 가득한 여성들이 낙태로 가장 고통받는 존재”라면서 “문제 자체를 각각의 개인에게 넘기기보다 태아와 임산부의 고통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낙태가 강력하게 금지되거나 자유롭게 허용되는 사회 모두 낙태라는 고통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낙태를 사라지게 하는 것이 궁극적 비전”이라며 “낙태는 여성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공업(共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결방법으로 “2010년 이후 진행되지 않은 실태파악 조사와 함께 장·단기적 실천과제와 함께 여성 남성 가정 병원 학교 정부 등 사회의 역할도 나눠야한다”며 “과도기 정책으로는 음지에서 행해지는 낙태를 양지로 드러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낙태, 화쟁(和諍)의 눈으로 이야기하다’ 집담회 모습.

‘낙태죄 다시 묻다’라는 주제로 낙태죄 논란의 핵심쟁점과 과정을 짚은 북 칼럼니스트 박사 씨는 낙태를 결국 임산부와 태아의 ‘고통’ 문제로 바라본 도법스님의 이야기를 언급했다. 박 씨는 “생명존중을 앞세워 무조건 낙태를 반대하는 기존 종교계의 입장은 여성들은 공감을 얻어낼 수 없다”며 “많은 여성들에게 울림을 준 도법스님의 발언처럼 종교계는 제3의 입장을 제시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반면 이날 집담회에서는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박지연 대불련 간사는 “한국에서는 낙태를 시술받는 사람과 시술하는 의사만 처벌 받는다”며 “아예 폐지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줘야 된다”고 피력했다. 이채은 대불련 간사도 “여성들이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는 결국 임신과 출산과정에서 존중받지 못한다는 감정에서 나온다”면서 “낙태에 대한 고통을 여성 혼자 오롯이 짊어져야 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편 화쟁위원회는 이날 집담회에 이어 ‘평창올림픽 이후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3월7일)’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으로 본 탈 중앙화와 공유사회에 대한 논쟁(3월21일)’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사회갈등과 해소방안(4월4일)’ 등 한국사회 이슈를 살펴보는 대화마당을 잇달아 개최한다.

집담회 이후 기념사진 촬영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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