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 이것 또한 집착하는 것

자성은 본래 맑아 오가는 것 없어 
‘안다’ ‘모른다’ 거기에 집착 있어
‘부처님의 마음’과 멀어진다네… 

자신의 성품은 본디 맑고 고요한데 그 바탕에서 빛이 뻗어 나와 부처님 세상을 보는 힘이 나옵니다. 수행을 통해서 이 마음을 가져봐야 돈오의 뜻을 확실히 알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제6장에서는 <열반경>에 나오는 이야기를 가져와 다시 한 번 그 내용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원문번역 : 문) 열반경 금강신품에서 “볼 수 없지만 분명히 보되 아는 것도 없고 모르는 것도 없다”라고 한 것은 무엇을 말합니까. 답) ‘볼 수 없다’고 한 것은 자성의 바탕에 어떤 모습도 없어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이를 일러 ‘볼 수 없다’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이 볼 수 없는 것의 그 바탕은 고요하고 맑아 오가는 것이 없지만 세상의 흐름을 벗어나지 않는다. 세상의 흐름이 이 바탕을 어지럽게 하지 못하지만 그 바탕은 너그럽고 자재하여 세상의 흐름을 분명히 알고 본다. 

강설 : 이 단락에서는 ‘텅 빈 고요한 마음(空寂)’에서 빛이 나와 그 어떤 경계도 분명히 보고 ‘신령스럽게 아는(靈知)’ 공적영지의 개념을 물어보고 있습니다. 자성의 바탕인 ‘텅 빈 고요한 마음’은 볼 수 있는 어떤 모습도 없으므로 ‘볼 수 없다’고 말한 것이며, 볼 수 없으므로 당연히 그 자리는 대상을 아는 주체가 없어 ‘아는 것’도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텅 빈 고요한 마음만을 지목하여 하는 말입니다. 이 마음은 고요하고 맑아 오가는 것이 없지만, 여기서 흘러나오는 빛이 세상의 흐름을 드러내 분명히 보고 그 실체를 신령스럽게 알기 때문입니다(靈知)’. 바탕이 너그럽고 자재하여 세상의 흐름을 분명히 알고 보는 것을 부처님 지혜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원문번역 : ‘아는 것이 없다’ 함은, 자성의 바탕에 어떤 모습도 없어 본디 분별할 것이 없기 때문에 이를 일러 ‘아는 것이 없다’고 한 것이다. ‘모르는 것도 없다’ 함은, 분별할 것이 없는 바탕에 갠지스강 모래알만큼 많은 공덕의 작용을 낱낱이 갖추어 모든 것을 분별할 수 있는 것처럼, 곧 어떤 일도 알지 못할 것이 없으니 이를 일러 ‘모르는 것도 없다’고 한 것이다. 그러므로 반야의 게송에서 “반야는 아는 것이 없지만 어떤 일도 모르는 게 없고, 반야는 보는 것이 없지만 어떤 일도 보지 못하는 것이 없다”고 하였다.

강설 : 온갖 시비분별이 사라진 부처님의 ‘텅 빈 고요한 마음(空寂)’은 대상경계를 분별하여 집착하는 어떤 마음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존재하지 않는 중생의 마음으로 어떤 경계를 보고 분별하여 아는 것이 있을 수 없습니다. 온갖 시비분별로 오염된 중생의 마음이 사라진 부처님의 마음은, 티끌 하나 없이 밝고 깨끗한 거울과 같아서 저절로 밝은 빛이 나와 온 세상을 환하게 밝힐 수 있습니다. 그 빛으로 이 세상에서 주어지는 온갖 인연을 차별하지 않고 신령스럽게 빠짐없이 낱낱이 아는 작용(靈知)을 우리는 갠지스강 모래알만큼 많은 공덕이라 말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부처님의 지혜라 하고, 이 지혜를 반야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은 부처님의 마음을 드러내는 입장에서 말하는 것이요, ‘모르는 것도 없다’는 것은 부처님의 지혜를 드러내는 입장에서 말하는 것입니다. 이 도리는 중생의 집착만 사라지면 드러나는 것입니다. 

“반야는 아는 것이 없지만(空寂) 어떤 일도 모르는 게 없고(靈知), 반야는 보는 것이 없지만(空寂) 어떤 일도 보지 못하는 것이 없다(靈知).” 

‘안다’ 하면 아는 것에 집착하는 것

‘몰라’ 해도 이것 또한 집착하는 것

집착하는 그 속에는 내 생각 있어

부처님의 마음과는 멀어진다네. 

[불교신문3370호/2018년2월24일자] 

원순스님 송광사 인월암 삽화=손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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