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개막한 평창동계올림픽이 16일간의 열전을 마치고 여법한 회향을 앞두고 있다. 이번 평창올림픽은 전 세계인의 축제라는 이름에 걸맞게 총 92개국 2925명의 선수들이 함께하며 사상 최대 규모로 열렸다. 특히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북한 고위급 대표단 및 응원단 방남, 남북 대표팀 공동입장 등 올림픽을 계기로 그동안 답답하게 막혀있던 남북관계가 대화와 교류 무드로 변환되는 효과도 덤으로 얻었다. 

물론 일부 국민들은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이 북한 체제선전에 악용됐다는 혹평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김정은 북한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평양을 방문해줄 것을 공식 초청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전기를 마련한 것은 자명해 보인다. 

남북불교교류도 활로가 열릴 것이란 예상이다. 종단의 대북 민간교류 업무를 담당하는 민족공동체추진본부(민추본)의 활동에도 눈길이 쏠린다. 그간 얼어있던 남북관계 탓에 제대로 된 교류조차 어려웠지만 최근 긍정적인 흐름을 타고 많은 활약을 해주리라는 기대감일 것이다. 내심 민추본이 올림픽 기간에 진행되는 남북공동행사를 앞장서 주최했으면 좋겠다는 기대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조용히 이 시간을 보내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진정한 남북교류의 시작은 올림픽이 끝나는 ‘이 순간’부터다. 민추본도 떠들썩한 분위기에서 잠시 비켜나 차분하게 내일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지난 7일 정기이사회에서 밝힌 2018년도 사업계획을 살펴보면 이 같은 마음가짐은 여실히 드러난다. 부처님오신날 기념 남북불교도 공동행사, 금강산 신계사 등과 같은 불교계문화재 보수 공사 및 발굴 보존 사업 등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보다는 장기적으로 진행될 사업을 착실히 펼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지금 우리에게는 빨리 끓었다 금방 식는 ‘양은 냄비’가 아니라 열이 달아오르는 속도는 더디더라도 오랜 시간 온기를 유지하는 ‘뚝배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어렵게 피어오른 남북 화해의 불꽃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는 불자들의 자세가 절실하다.

[불교신문3370호/2018년2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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