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존께서 이르시기를 “내가 평안을 얻었노라” 하시니, 
가섭이 묻되 “그대의 발우 안에 무엇이 있는가?” 
세존께서 이르시기를 
“여기에 그대가 두려워하는 독룡이 있는데 
내가 발우 속에 이미 조복시켜 두었느니라.”

- <근본설일체유부비내야파승사권제6> 중에서

며칠, 겨울치고는 기온이 포근하였다. 그 뿐이었다. 깊은 고민들은 이미 부질없었다. 누군가는 웃었고, 누군가는 그 옆에서 울었다. 그리고 어떤 이는 구름처럼 흘러가버렸다.
다들 그것뿐이었다. 가슴이 찢어지는 일도 그것뿐이었다. 해가 뜨고 달이 뜨고 바람이 불었다. 내가 누구냐는 질문에 그저 고개만 끄덕여 주었다. 남의 아픔은 안중에 없는 것이냐는 힐문에는 변명이 필요하다. 두려움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또렷이 물어보는 일이다.

[불교신문3369호/2018년2월14일자] 

도정스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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