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을 처음 진단받은 환자에게 약물을 처방할 때 환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 중 하나는 이 약을 한번 먹으면 평생 끊을 수 없다는 생각이다. 심지어 이러한 이유로 약을 거부하거나 처방은 받아갔지만 약을 복용하지 않는 환자들도 있다. 정말로 당뇨병 약은 한번 먹으면 평생 끊지 못할까? 

답을 먼저 하자면 이는 당뇨병 형태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인슐린 결핍을 특징으로 하는 제1형 당뇨병 환자는 당뇨병을 진단받은 직후부터 중단 없이 인슐린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인슐린 분비능이 완전히 결핍되지 않은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일부에서는 약을 중단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비만에 의해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했던 환자가 체중 감량을 하고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하면서 약물을 중단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 특별한 경우이기는 하지만 신장 기능이 저하되면서 인슐린 배출이 감소해 약물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 나이가 들수록 인슐린 분비 능력이 감소하고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게 되므로, 생활습관 전반의 변화가 크지 않다면 당뇨병을 진단 받은 이후 약제 요구량이 줄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정말로 당뇨병 약은 시작하지 않아야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약제 복용 기간을 고민하기에 앞서 평생 당뇨병 약을 복용하는 것이 과연 몸에 해로운가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나는 이러한 질문을 하는 환자들에게 흔히 마약류 약과 비교해 설명해주는데, 당뇨병 약제의 경우 자연적으로 노화에 따라 악화되는 당 대사 장애를 도와주는 약제이기 때문에 의존성이나 중독성과 관계있는 것도 아니며 ‘평생’이라는 단어에 너무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한다. 

앞서 잠깐 언급 되었듯이 제1형 당뇨병과 같이 인슐린 분비가 결핍된 환자들은 반드시 일생동안 인슐린을 맞아야 한다. 반면,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경구 혈당 강하제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고혈당으로 인한 증상이 심하면서 혈당이 아주 높거나 경구 혈당 강하제에 부작용이 있는 경우, 혹은 간이나 신장이 심하게 나쁜 경우에는 인슐린 주사를 사용하게 되며 당뇨병이 오래되어 경구 혈당 강하제로 적정 혈당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도 인슐린을 사용하게 된다.

약제를 시작할 때에는 환자 개인의 특성에 따라 이러한 부가 효과를 고려하여 처방을 하게 되며 따라서 비슷한 시기에 당뇨병을 진단받았다 하더라도 환자에 따라 복용하는 약제의 종류가 다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같은 계열의 약제라 하더라도 종류에 따라 약효나 사용 방법이 다를 수 있어 담당의사가 처방한 대로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만일 약물을 사용하면서 새로운 증상이 발생할 경우 자의로 약을 중단하지 말고 담당의사와 상의를 해야 하며 약물을 잊어버리고 복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다음 복용 시점에 이전 약까지 함께 복용해서는 절대 안된다. 

[불교신문3369호/2018년2월14일자] 

이승은 교수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내분비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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