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지난번에 결혼한 사람은 스님이 될 수 없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스님은 왜 결혼하면 안 되나요?

자식과 아내에 매달리는 것은 
많은 가지로 얽힌 대나무 같아 
‘수행에 걸림돌’이라고 본 게지

A 음, 깊이 생각해보지는 않았는데 함께 생각해보자꾸나. 부처님이 출가하신 뜻은 사람이 나고 늙고 병들거나 죽어가면서 겪는 괴로움에서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는 있을까하는데 있었어. 수행 끝에 괴로움은 대부분 애착에서 비롯했다는 것을 알게 되셨지. 그래서 “몸으로 느끼는 즐거움을 가까이 말라”고 하셨어. 목마른 사람이 물 찾듯이 즐거움에 매달려 놓지 못하는 갈애를 막아야한다는 말씀이야. 

수행자들에게 “자식과 아내에 매달리는 것은 가지 많은 대나무가 얽히는 것과 같다. 죽순이 서로 달라붙지 않도록 무소뿔처럼 혼자서 가라”고 이르셨지. 부처님은 결혼을 애욕 가운데 가장 뿌리 깊은 것이라고 여기셨던 것 같아. 결혼이 수행에 걸림돌이 되는 얘기를 한 꼭지 들려줄게. 

“요가 수행자 한 사람이 아무것도 없이 숲속에서 호젓하게 살았다. 다른 수행자가 찾아와 <바가바드기타>를 한 권 주고 갔다. 수행자는 이 책을 날마다 읽기로 했다. 어느 날 쥐가 책 한 귀퉁이를 쏠아버렸다. 쥐를 쫓으려고 고양이를 한 마리 키웠다. 고양이에게 먹일 우유가 있어야 해서 젖소를 길렀다. 고양이와 젖소를 돌볼 여자를 데려왔다. 해가 거듭하다보니 커다란 집에 아내와 두 아이 그리고 고양이 떼와 외양간에는 젖소들이 북적거렸다. 이제 수행자는 신을 우러르기에 앞서 아내와 아이 그리고 고양이와 젖소를 보살피지 않으면 안 되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수행자는 책 한 권이 이토록 엉뚱한 결과를 가져온 것을 깨닫고 한숨지었다.” 

우리 현대불교사에 길이 남을 큰 스승, 성철스님은 출가란 ‘저’를 다 버리고 일체를 품어 안는 것으로, 조그만 가정과 식구를 버리고 커다란 가정인 온 누리를 아우르는 그늘이 되는 삶이라고 여기셨어. 그래서 “결혼하여 가정을 가진 사람을 승려라 한다면 그것은 불법이 아니다. 아무리 수십 년을 두고 청정한 수도 생활을 했다 하더라도 일단 결혼을 하면 그이는 신도이지 승려라 할 수 없다”고 잘라 말씀하셨어. 식솔을 거느리면 제 식구만 챙기려는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을 꿰뚫어보셔서 그러셨을 거야. 그래서 부처님은 스님들에게 옷 세 벌과 밥그릇 한 벌만 가지고 집집마다 다니면서 탁발, 얻어먹도록 하셨을 테고. 

그런데 일본에서는 스님들이 결혼을 해도 된다고 해. 우리나라에도 조계종과는 결을 달리해 결혼을 해도 스님이 될 수 있는 종단도 있단다. 

[불교신문3368호/2018년2월10일자] 

변택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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