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초하루부터 일주일간 자비도량참법기도를 했다. 해마다 이 기간은 자비도량참법 기도하는 것으로 자리매김해 지역불자들의 동참열기가 높다. 회향하는 날은 성도절을 맞이하며 새벽까지 용맹정진을 했다. 지난여름 수좌 스님 한 분이 운수행각을 하다 들렸다. 도량이 좋다하며 지금까지 정진하고 있는데, 이번 자비도량참법기도를 주관해 주셨다. 신도님들은 천은사 역대급 기도 스님이라며 너무 좋아했다. 그런 스님께서 정성을 다해 기도를 이끄시니 독경소리가 온 산중에 메아리 쳤다. 

나는 법문할 때 마다 ‘간절함’에 대해서 자주 얘기한다. ‘간절함’이란 마치 햇볕을 이용하여 돋보기로 검은 종이를 태우는 것과 같다. 초점만 잘 맞추면 금방 불이 붙듯이, 기도도 집중을 잘 해야만 삼매에 들 수 있고, 또한 가피도 있는 것이다. 몇 년 전 정초기도 때는 사시마지 올린 불기가 정근하는 동안 계속 흔들렸다. 모두 신기하다며 동영상까지 찍었다. 다들 열심히 기도를 하니까 부처님께서 격려해주는 증표라며 좋아했다. 흔들린 원인을 따로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기도 중에 일어나는 이런 신기한 현상들은 중생들에게 신심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우리 절 신도님들의 평균 연령은 60~ 70대이다. 거동이 불편해서 절하기 힘든 분들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소원들이 있어, 엄동설한에 저렇게 힘든 기도를 하고 계실까? 가끔 한국불교가 기복불교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을 듣는다. 복을 빌기만 하고 짓지는 않아,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인 인과의 도리를 간과하기 때문이다. 복전(福田)에 씨앗을 뿌려 가꾸는 노력은 하지 않고, 부처님께 기도만 해서 안 될 일이 되지는 않는다. 원력(願力), 즉 원을 세웠으면 힘을 써야만 한다. 그것도 온 정성을 쏟아서 말이다. 살아가면서 ‘간절(懇切)’ 이 두 글자만 가슴에 새기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 이 첫새벽에 다시 한 번 내게 묻는다. 그대 지금 간절한가? 백퍼센트 간절한가? 

[불교신문3368호/2018년2월10일자] 

동은스님 삼척 천은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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