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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2 (2018).8.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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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스님] 서울 제따와나선원장 일묵스님“불행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진정 행복해집니다”
제따와나선원장 일묵스님은 “진정으로 행복을 원한다면 먼저 행복해질 수 있는 정확한 방향을 찾아야 한다”며 “‘나’라는 불완전한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다들 어떻게든 채우려고만 하지 웬만해선 비우려는 않는 게 중생이다. 출가(出家)는 이들과는 정반대로 걷는 길이다. 그래서 세속적 성취가 큰 사람의 출가일수록 세간의 흥밋거리가 된다. 1996~97년 사이 서울대 재학생과 졸업생 8명이 잇따라 출가하면서 화제가 됐었다. 국내 최고 명문대 출신의 ‘비움’을 언론에선 아름답게 누군가는 이상하게 바라봤다. 서울대 수학과 83학번인 일묵(日默)스님도 그 가운데 하나다. 박사과정까지 수료한 뒤 입산했다. 오랜 고생과 경쟁의 과실(果實)을 한순간에 박찰 때, 지인들은 의아해했고 부모는 극구 반대했다. 하지만 정작 스스로는 아주 덤덤했고 평온했다. 이유가 매우 간명했기 때문이다. “남들이 어떻게 보든, 이런 삶으로는 결코 행복을 얻을 수 없다.”

1980~90년대 당시 조계종 종정 성철스님은 철학에 목마른 청년들의 로망이었다. 일묵스님은 대학교 1학년 때 성철스님의 <백일법문(百日法門)>을 접했다. 특히 <선문정로(禪門正路)>를 통해 불교에 대한 눈을 떴다. 함께 출가한 이들은 불교동아리 ‘청정회’에서 활동하던 학우들이다. 그때만 해도 불교는 더 나은 삶을 위한 방편 정도로만 삼을 수도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마음을 크게 다치면서 출가는 운명이 됐다. 돌연 숨이 막히고 당장 죽을 것 같은 공포가 자주 엄습했다. 스님은 “지금 생각하면 그게 요즘 말하는 공황장애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적 재앙 앞에서, 여태껏 쌓아올린 학문과 요령이 아무런 쓸모가 없음을 절감했다. 늘 성철스님을 기억하고 있었고, 성철스님의 유지를 계승하는 해인사 백련암 원택스님에게서 머리를 깎았다. 죽음과 학벌은 무관하다.

 

“죽음 이겨낼 학문은 없다” 통감
서울대 수학과 박사과정 중 출가
분석적 전통 좋아 초기불교 택해
행복 관건은 ‘올바른 방향 설정’

욕망하는 ‘자아’ 버리지 못하면
어떤 성공 이뤄도 결국 목말라
4월 춘천에 새 ‘수행센터’ 개원
불교의 원형 복원해 전법 지속

 

2007년 수행공동체 제따와나를 결성한 일묵스님은 2009년 3월 서울 방배동에 제따와나선원을 열었다. 초기불교를 수행하고 가르치는 도량이다. 5년간 해외를 주유하며 남방수행법을 익히며 초기불교 전문가로서의 이력을 닦았다. 스님은 “한국불교 수행전통인 간화선을 부정하거나 비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세밀하고 분석적인 특징을 갖는 초기불교가 자신의 체질에 맞을 뿐이다. ‘수학도(數學徒)’로서의 적성이 어디 가겠나 싶다. 물론 분석을 하든 직관을 하든, 행복의 본질을 알고 방향을 제대로 잡는 게 핵심이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원합니다. 그래서 행복해지기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왜 세상에는 행복한 사람보다 괴로운 사람들이 더 많을까요? 그 이유는 행복을 원하지만 행복해지는 길을 모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묵스님은 “우리에게 욕망이 있는 한 우리는 결코 행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중생이 지닌 보편적인 행복의 개념은 이른바 오욕락(五慾樂, 재물욕 식욕 색욕 명예욕 수면욕)을 최대한 많이 채우는 것이다. 그러나 부처님은 “얻음의 즐거움이 지닌 필연적 한계를 간파하고 버림의 즐거움을 최초로 체험하고 설파한 분”이다. 돈이든 밥이든 자리든, 공급이 수요를 절대 따라가지 못하니 갈등과 소외는 필연적이다. 궁극적으로 인연에 의해 형성된 것은 인연에 의해 반드시 소멸한다. 스님은 “얻지 못해서 괴롭고 막상 얻으면 사라질까봐 괴롭다면, 곧 불행이 많고 행복은 적으니 산술적으로도 불행”이라고 짚었다.

스님이 젊을 때만 해도 ‘서울대 입학’은 출세가 보장되는 관문이었다. 우리 사회의 황금률이었던 ‘학벌 중심’은 많이 깨졌으나, 여전히 그 바늘구멍을 뚫기 위해 엄마들은 아이를 혼내고 아이는 지쳐간다. 행여 서울대가 망하더라도 중생의 욕망은 또 다른 서울대를 세우고 무너뜨리길 반복할 것이다. 부처님은 ‘발라먹을 살은 한 점도 없는데 고기 냄새는 풀풀 풍기는’ 뼈다귀의 비유로 욕심 많은 몸뚱이들의 전전긍긍과 아귀다툼을 꼬집었다. 반면 욕망을 줄이면 그에 비례해 만족감이 높아진다. 스님은 “행복이란 실체가 없고 단지 심리적인 느낌일 뿐”이라며 “소욕지족(少慾知足)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내 마음을 고쳐먹지 않으면 현실은 죽어도 달라지지 않는다. 내 마음이 곧 현실이기 때문이다.

부처님의 사성제(고집멸도)는 괴로움과 괴로움의 소멸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고통(苦)은 집착(集)에서 생겨나며 그러므로 집착을 버리면(滅) 고통은 사그라진다는, 일견 단순한 해법이다. ‘도(道)’는 고통을 없애기 위한 일상 속의 방법이다. 부처님이 제시한 여덟 가지 바른 방법인 팔정도의 첫 번째는 정견(正見). 일묵스님은 “행복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정견”이라고 말했다. “행복을 원하면서 괴로움이 일어나는 방향으로 간다면 행복해진다는 것은 단지 열망에 불과할 것입니다. 진정 행복을 원한다면 먼저 행복해질 수 있는 정확한 방향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 행복의 정확한 방향이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어디를 가든 ‘행복’이라고 적힌 이정표를 부숴버릴 때 진정한 행복이 다가온다. “부처님은 왕자로서 모든 것을 소유하고 만끽하며 쾌락의 끝까지도 가봤고 피골이 상접할 만큼 자신을 몰아세우며 고통의 끝까지도 가봤습니다. 그러나 어디서도 참다운 행복을 찾지 못했습니다.” 알다시피 양극단을 버리고 부처님은 1주일간의 선정(禪定)을 통해 최고의 깨달음을 획득했다. 그리고 무상정각(無上正覺)의 한편에서 발견한 건, 행복이라는 거창한 목표 안에 도사린 옹졸한 이기심일 것이다. “‘이것은 행복이다, 저것은 불행이다’라고 인지하는 건 결국 ‘나’라고 하는 존재입니다. 궁극적으로 무언가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존재가 있고 그 존재들끼리 부딪히는 한, 싸우고 고민하다가 끝내는 병들고 무너집니다.” 곧 정견이란, 존재가 지닌 근원적인 불완전성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마음이다.”

스님은 태양계의 끄트머리인 명왕성에서 지구를 찍은 사진을 본 적이 있다. 넓고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면, 인류가 벌이는 천태만상이 전부 먼지들끼리의 도토리 키 재기인 셈이다. “우리가 행복에 쳐놓은 프레임을 깰 때, 비로소 참된 행복이 시작된다”는 게 스님의 견해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행복’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자신만의 소소한 행복이란, ‘가끔은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용기에서 비롯된다. ‘포기하면 편하다’는 시쳇말이 경건하게 들릴 수 있는 까닭이다.

스님은 이제 춘천으로 자리를 옮긴다. ‘강촌’ 제따와나선원이 오는 4월 완공된다. ‘제따와나’는 부처님이 <금강경>을 설한 기원정사의 산스크리트식 이름이다. ‘제따 왕자가 소유했던 숲(와나)을 수닷타(법명 아나따삔디까) 장자(長者)가 구입한 뒤 그 땅에 지어 바친 절’이 기원정사의 유래다. 일묵스님의 새로운 기원정사에는 최대 50명이 숙식하며 집중수행을 할 수 있다. 인도에 있던 기원정사와 형태가 동일하다. 파키스탄에서 빨간 벽돌을 수입해왔다. 불교의 원형에 대한 당신의 그리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봄이 무르익으면 거기서 ‘사마따(止, 지)’와 ‘위빠사나(觀, 관)’를 통한 궁극의 평안을 가르칠 계획이다. 모든 수행의 근본인 ‘지관(止觀).’ 어느 베스트셀러의 제목대로, 멈추면 보이고 멈춰야 보인다. 살다보면 아플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그게 삶이다. 벗어나려는 노력보다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더 중요한 이유다. “이런저런 욕심과 잡념을 비워낸 청정한 마음으로 수행하면 어떤 마음을 ‘먹느냐’보다 어떤 마음을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착하게 살면, 행복해져요.” 마음을 곱게 써야 삶이 예뻐진다.

 

 

◆일묵스님은...

1996년 2월 서울대 박사과정 중에 출가했다. 원택스님을 은사로 해인사 백련암에서 사미계를 수지했다. 틱낫한 스님이 세운 프랑스 플럼빌리지를 비롯해 미얀마 파욱 국제명상센터, 아잔브람의 호주 '보디냐나', 말레이시아 '담마난다까', 영국의 아마라와띠에서 정진했다. 2009년 서울 방배동에 제따와나선원을 열어 도심포교를 펼치고 있다. 저서로 <윤회와 행복한 죽음>이 있으며 팟캐스트 '일묵스님 초기불교 수행이야기'와 유튜브 ‘제따와나선원’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장영섭 기자  fuel@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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