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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2 (2018).8.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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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든 사람이든 태어났으므로 행복해야"

어느 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보경스님 지음·권윤주 그림/ 불광출판사

서울 법련사 주지 소임놓고
산중암자 내려온 보경스님

여름 어느날 만난 길고양이
겨울한철 동안 이야기 담아

“내 안에 잠자고 있는 자비심
꺼내게 부추기는 따뜻한 선물”

서울 법련사 주지를 역임한 보조사상연구원장 보경스님이 산중 사찰에서 고양이와 함께한 소소한 일상을 담은 산문집 <어느 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을 최근 펴냈다. 사진은 스님과 함께 지내고 있는 고양이가 법당 한 켠 좌복에서 자고 있는 모습

“산중에서 동물을 내 손으로 기르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런데, 그런데 정말 뜻밖에도 고양이 한 마리가 내 품으로 걸어 들어오는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지난 2017년 겨울, 10년 넘게 대표적인 도심포교당인 서울 법련사 주지 소임을 마치고 순천 송광사로 내려간 보경스님. 어느 날 그곳에서 거짓말처럼 나타난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난다. 스님은 깊은 산중에서 고양이와 함께 지내며 그 동안 느끼지 못했던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함께한 한 철 동안 그 내면의 소소한 기록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현재 보조사상연구원 이사장을 맡으며 “불교의 인문학적 해석을 평생의 업으로 삼고 정진하고 있다”는 보경스님이 최근 산문집 <어느 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를 펴냈다.

시대의 풍속이 많이 변해 개나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반면 무책임하게 버려지는 반려동물들도 적지 않다. 사찰에도 가끔 기르던 동물을 버려놓고 가는 사람들이 있고, 이런 이유로 사찰에서 살아가는 축생들이 생겨난다. 이런 가운데 도시의 습을 버리고 독서와 걷기로 산중 생활에 집중하며 고즈넉한 일상을 지내고 있는 보경스님의 처소 앞에 한 여름 어느 날 고양이가 나타났다. 스님은 토스트 한 쪽과 우유를 고양이에게 대접했다. 스님과 떠돌이 고양이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갑자기 나타난 고양이는 단조로운 삶을 낯설게 하는 존재이자 사건이다. 무엇이든 낯선 것을 경계로, 일상과 생각을 새롭게 바라보는 순간 삶은 깊어지고 넓어진다. 이 책에서는 ‘고양이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정도로 갈음할 수 있다.” 스님은 사료를 고르고 잠자리가 될 상자를 마련하고 털을 빗겨주고 상처에 약을 발라주는 등 고양이와의 관계가 무르익으면서 비롯된 온갖 감정들 속에서 ‘혹시 이런 것이 고양이의 생각일까’라고 넌지시 짚어본다. 이는 침묵하는 고양이와 생각이 일상인 스님이 우리 삶에 던지는 물음이자 위로이기도 하다.

특히 스님은 고양이를 관찰하면서 사람들 속에서는 알기 어려웠던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됐다고 고백한다. 그중에서도 고양이가 안겨준 남다른 교훈이 ‘바라보기’다. “고양이는 정말이지 바라보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1cm라도 높은 자리를 선호한다. 그리고 바라본다. 이 바라보기는 불교적 수행이나 일상의 성찰에서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마음의 모든 것은 진지하게 바라보면 가라앉으면서 소멸한다. 번뇌의 불이 꺼지는 것이다. 고양이의 바라보기를 통해 참선을 색다르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고양이가 스님에게 건네는 교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고양이의 매력은 거의 대부분 눈에 있다”는 스님은 그 눈동자를 보면 꼭 ‘선승’의 눈 같다고 말한다. 고양이는 결코 먼저 말하지 않고 스님이 뭔가 물어보려 하면, “그렇게 생각하는 너는?”하고 되묻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고양이의 눈을 보고 있으면 내가 나를 보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자기관조 내지는 마음의 빛을 돌이키는 회광반조(廻光返照)의 법문”이라고 특별한 소회를 전했다.

하지만 고양이를 바라보는 우리의 눈길은 어떠한가? 도심 길목을 배회하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길고양이에 싸늘한 시선으로 냉대하거나 위협하지는 않았을까 돌이켜보게 된다. 불교에서는 우주만물이 나와 무관하지 않다고 가르친다. 고양이는 물론 산, 들, 바람, 꽃, 나무가 나이고, 마음에 두고 살아가는 시간과 공간, 그 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바로 나 자신이다. 그래서 세상을 잘 살아가는 첫 덕목은 모든 존재에 대한 일체감을 깨닫는 것이다.

스님은 “사람이건 동물이건, 그리고 ‘고양이’건 ‘나’ 밖의 존재를 따듯하게 바라보고 자비로움을 보여줄 용기만 있다면, ‘나’라는 존재는 보다 잘 견디며 살아갈 수 있다”면서 “고양이건, 사람이건 태어났으므로 우리는 행복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기록적인 한파가 이어지는 요즘 고양이를 통해 내 안에 잠자고 있는 따뜻한 자비로움을 꺼낼 수 있도록 부추기는 따듯한 선물로 다가온다.

허정철 기자  hjc@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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