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출가, 양인가 질인가

<上> 절을 지킬 스님이 없다
<中> ‘스님다운 스님’이 먼저 아닌가?
<下> ‘양과 질’ 둘 다 잡을 순 없나?

현장 교역직 스님들
“출가자 수 연연하지 말고
계율 과목 교육 강화해야“

‘발심형’ 출가자 엄선해
가르치는 게 장기적 이익
재가불자 사찰운영 참여
머지않아 현실화될 것

출가자 급감 현상을 둘러싼 담론에는 ‘양적 유지’에 대한 고민과 함께, ‘질적 하락’에 대한 의심이 혼재한다. ‘저출산 고령화’라는 악재에서도, 어떻게든 더 많은 스님을 양성해내려는 종단 중앙의 노력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반면 지방 현장에선 ‘스님다운 스님을 만들어내는 게 먼저‘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최근 종단은 젊은 출가자를 한 명이라도 더 받아들이기 위해 출가자 공개 모집, 2030세대의 눈높이에 맞춘 승가교육시스템 개편 등 다양한 유인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정작 이를 반겨야 할 지역 사찰에선 “절집에 들어오는 사람이 아무리 없다고 해도 아무나 받을 순 없다”며 시큰둥한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단축 시행한 사미사미니계 수계교육에 관한 논박이 단적인 예다. 교육주체인 조계종 교육원은 16일 간 진행되던 수계교육 기간을 10일로 줄였다. 기존에 진행되던 강의 횟수와 시간도 축소했다. 하루 일과 또한 ‘오전3시 기상 오후9시 취침’에서 ‘오전4시 기상 오후10시 취침’으로 늦췄다. 

조계종 교육원 측은 당시 “행자들을 위한 일상 교육이 정착됐고 수계교육기간 편성된 강의들이 기본교육 교과목과 겹치는 부분이 있었다”며 “수계교육기간이 10일로 단축되더라도 기본골격은 유지된다”고 밝혔다. ‘새벽3시 기상’은 매우 힘들지만 견고한 전통이었다. ‘새벽3시까지 잠을 자지 않더라도 새벽3시에 일어나지는 못한다’는 현대인들의 생체시계를 반영한 배려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세속의 호감을 끌기 위해 승가시스템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자칫 불교의 정체성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최대 전통 강원(講院)인 운문사 승가대학장 일진스님은 “이전에는 한 달 가까이 이뤄졌던 행자교육이 열흘로 축소되면서 이제는 옷 입는 것 하나도 제대로 익히지 못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며 비판적인 자세를 취했다. 아울러 “기존 출가수행자 뿐만 아니라 어렵게 출가를 결심한 발심자들에 대한 예우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은퇴출가’ 제도에 대한 반응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본래 취지는 사회의 노장년층들에게 스님으로서 인생을 아름답게 회향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선 사찰의 중견 스님들 사이엔 ‘나이 든 행자’에 대한 이질감이 상당하다. “어르신 같은 행자님들 모시기 힘들고 스님들 모임에 가면 어린아이 취급받기 십상”이라는 불만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청년은 찾아보기 힘든데 나이 들어 먹고 살 길이 막막해 절집 문을 두드리는 중장년 행자는 꾸준하다’는 볼멘소리는 훗날 위계질서의 붕괴라는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오히려 현장의 스님들은 출가자 감소는 시대 흐름 상 어쩔 수 없는 수순이라는 점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있다. 중앙종무기관의 한 교역직 스님은 “젊은 세대에 구태의연하게 비춰지는 승가교육체계의 개선은 필요하다”면서도 “고되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교육과정을 완화한다면 그만큼 나태한 출가자들도 많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랜 경력의 교육소임자일수록 ‘소수정예론’에 대한 지지가 강하다. 영축총림 통도사 율원장 덕문스님은 “출가자 수가 줄어들수록 되레 계율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스님은 “부처님 재세 시에는 구족계를 받은 뒤 5년 동안 계율 공부만 하기도 했다”며 “‘생계형 출가’자보다 ‘발심형 출가자’를 키워내는 데 목표를 둬야만 양질의 수행자를 길러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 출가자가 ‘인천의 사표’로서 모범을 보이기만 한다면 “될 사람은 어떠한 환경에서도 된다”는 얘기다.

물론 ‘발심과 계행이 능사’라는 명분론만을 내세우긴 곤란한 현실이다. 지난 1편에서 밝혔듯 출가자는 20년 전에 비해 3분의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그나마 힘든 결심으로 출가한 행자들의 경우에도 중도포기를 고민하는 비율이 80%가 넘는다. 전체 승단의 30%를 차지하는 법랍 30년 이상 스님들이 물러나면 막막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한편으론 ‘재가불자의 역할 강화’가 필연적으로 대두되는 까닭이기도 하다. 

교육원장 현응스님은 “‘사찰은 꼭 스님이 관리하고 운영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바꿀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며 “재가자들의 권한과 책임을 종법적으로 보장한다면 적은 수의 스님만으로도 사찰 운영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머지않아 사부대중공동체는 ‘장밋빛 이상’이 아니라 ‘불가피한 현실’이 될지 모른다.

출가자 문제와 관련해 한국불교는 어쩌면 과도기일 수 있다. ‘현상유지’에 대한 절박함으로 기본교육 기간의 단축까지 거론된다. 다른 한쪽에선 ‘불교가 망하면 망했지 효율과 편리만을 추구해선 안 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물론 양과 질 모두를 잡을 수 있다면, 완벽한 정답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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