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나는대로 기도하고 남을 돕는 삶을 사세요”

지난 1월18일 원로의원 성타스님은 전국의 불자들에게 부처님 정신을 생활화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갈 것을 당부했다. 사진=신재호 기자

제11교구본사 불국사 회주 성타스님에게 법을 청하기 위해 연초부터 전화를 드렸다. 며칠 째 전원이 꺼져 있던 휴대폰 너머로 스님의 목소리가 반갑게 전해졌다. 인터뷰 취지를 설명하자 스님은 잠시 외국에 다녀오느라 전화를 받지 못해 미안하다며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다. “대신 기자님들이 번거롭게 먼 걸음 할 필요 없이 제가 올라갈 일이 있으니 그때 보면 되겠네요.” 예상 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그래도 찾아뵙고 인사드리는 게 예의에 맞는 것 같다며 재차 경주에 내려가 인터뷰 하겠다는 의사를 전했지만 스님의 대답은 똑같았다. “제가 조만간 서울에 올라갈 일이 있으니 그때 보면 여러모로 좋을 것 같네요. 삼보정재인 신문사 출장비와 소중한 시간도 절약할 수 있구요. 편하게 만나 이야기 나누는 게 제일 중요한 거 아닙니까?” 동국대 이사이기도 한 스님의 뜻대로 지난 18일 동국대 이사회에 앞서 교정에서 성타스님과 차담을 나눴다.

 

은사 월산스님 가르침대로

‘상대 배려’와 ‘하심’ 실천

후학에겐 언제 어디서라도

‘불제자 도리 다하라’ 지도

 

종단 호계원장 포교원장 등

소임 맡아 불교 발전 견인

경주 경실련, 지뢰대책 등

NGO 통해 불교위상 높여

 

나눔실천하며 회향 서원해

 

성타스님과 마주 앉아 건넨 첫 번째 질문은 건강 유지 비결이다. 스님은 설날이 지나면 우리나라로 78세가 되는데 몸이 성할 수가 있겠냐며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이어 스님은 누워있지 않고 혼자 힘으로 다니고 밥도 먹을 수 있으니 만족한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나이가 들면 호흡이 가빠지기 마련이기에 ‘호흡’을 중시한다”며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다른 스님들처럼 기본적으로는 간단한 운동과 사찰 주위를 포행하지요. 특별한 게 있다면 나이가 들수록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호흡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제가 만나는 연세 드신 분들에게도 호흡법을 배워 실천하길 권하고 있습니다.”

성타스님은 이날 1시간 여 동안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자리이타행(自利利他行)과 하심(下心),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실천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는 스님의 말로만 끝나는 게 아니었다. 말과 행동 하나 하나에도 배려와 하심이 자연스럽게 묻어 나왔다. 인터뷰 장소 선정에 있어서도 스님이 평소 주석하고 있는 경주 불국사가 아닌 서울에서 만나자고 제안한 것도 상대방인 기자에 대한 배려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이는 은사 스님인 월산스님(전 조계종 총무원장)이 늘 강조했던 가르침을 평생의 지남으로 삼아 정진한 결과이기도 하다.

스님은 자리이타행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곧 상대방에 대한 배려, 더 나아가 겸손한 자세로써 하심해야 한다고 가르침으로 이어졌다. “은사 스님께서는 늘 남을 배려하고 하심하라고 강조하셨지요. 저 또한 상좌들에게 항상 남을 배려하고 부처님 제자로서 해야 할 도리는 언제, 어디서든 해야 한다고 지도하고 있습니다. 절에서 오랫동안 살다보니 자기 잘났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더군요. 남들과 더불어서 사는 게 진정한 수행자의 삶이지요.”

성타스님은 외모와 풍채에서 포대화상을 연상케 한다. 포대에 온갖 물건을 가득 담고 중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나누어준 포대화상처럼 성타스님 또한 중생들을 위한 일이라면 누구보다 먼저 앞장섰다. 1993년 사단법인 대자연보전환경협의회장을 시작으로 조계종 초대 환경위원장, 경주 생명의 숲 공동대표 등 환경단체를 잇따라 결성해 이끌었다. 생명을 존중하는 불교의 가르침대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성타스님은 환경분야로 시작했지만 대사회활동의 활동영역을 점차 넓혀 나갔다. 중생의 아픔과 어려움을 보듬어 안기 위해서다. 경주 경실련 공동대표,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 경주협의회 공동대표, 대인지뢰대책회의 공동대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 등 스님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영역을 가리지 않고 뛰어들었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 많은 단체에서 손을 놓았지만 예전에는 어려움을 호소하며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매몰차게 뿌리칠 수가 없었어요. 그냥 그분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게 저는 외호를 해줬죠. 다행히도 열정을 가진 많은 젊은 분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더 열심히 뛰고 있으니 다행이지요.”

스님은 후학들을 위한 인재불사에도 적지 않게 힘을 보태고 있다. 11년째 동국대 이사 소임을 맡고 있는 성타스님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동국대에 발전기금을 냈으며 연내에 또 다시 서울캠퍼스와 경주캠퍼스에 발전기금을 각각 내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대외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스님은 수십년째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학업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성타스님은 예전에 비해 조계종단은 안정화단계에 접어들었고 불교계의 위상 또한 비약적으로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더 나아가 스님은 한국불교가 한 단계 더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각 사찰마다 자신에게 맞는 포교방안을 찾아 전법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웰빙에 이은 힐링문화가 확산되면서 템플스테이와 사찰음식 등 1600년 한국불교가 간직한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사격에 맞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복지관이나 무료급식소, 어린이집 등 시설을 운영하거나 어린이법회, 군포교, 교정기관 교정교화활동, 장학금 전달 등 각 사찰의 인적 물적 자산을 적극 활용해 지역사회와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게 스님의 지론이다. “전국 사찰마다 제반 여건이 다르기 마련이지요. 사격이 작더라도 지역사회에서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가야 합니다. 지역사회와 함께 하지 못한다면 한국불교의 미래를 담보할 수가 없습니다. 사부대중의 지혜를 모아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합니다.”

스님은 불자들에게 부처님 정신을 생활화하는 삶을 살아갈 것을 당부했다. 하루 한, 두 번이라도 경전을 읽거나 참선, 염불, 사경 등을 하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일상생활 속에서도 실천해 나간다면 삶이 보다 윤택해 질 것이라며 간곡한 당부를 남겼다. 아울러 성타스님 또한 출가수행자로서 ‘나눔’을 실천하며 삶을 회향하고 싶은 게 마지막 서원이라고 밝혔다. “출가수행자로서 남에게 신세지거나 폐를 끼치기 보다는 남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지요. 우리 주변에는 어려운 이들이 적지 않아요. 저부터 알게 모르게 돕고는 있다고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할 수 있도록 정진하려고 합니다. 불자님들도 틈나는 대로 기도하고 남을 도와줄 수 있도록 노력하길 바랍니다. 그래야만 삶이 더 윤택해지고 건강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 동국대 교정에 선 성타스님.

복 전하는 포대화상처럼

중생 위해 앞장 선 스님

 

1941년 울산에서 태어난 성타스님은 1952년 불국사에서 월산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같은해 3월 학성선원에서 금오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58년 3월 범어사에서 동산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통도사 강원과 동국대 부설 역경연수원을 졸업하고 법주사 승가대학 강사를 지냈다.

특히 성타스님은 1998년과 2006년, 2010년에 불국사 주지를 맡은데 이어 현재 불국사 회주로서 교구발전과 화합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1980년 조계종 교무부장을 맡아 단일계단 시행의 기틀을 마련했으며 당시 비구, 비구니 스님이 별도로 공부했던 중앙승가대의 시스템을 개편해 정규 대학으로 갈 수 있는 터전을 닦는데 일조했다. 10년 넘게 동국대 이사를 맡으면서 종립대학 발전과 불자 인재 양성에 앞장서고 있다. 1995년 포교원장을 맡아 신도증 발급사업을 시작하고 파라미타청소년협회와 교사불자연합회 창립을 이끌어 내는 등 종단 포교행정의 기틀을 다졌다. 2016년에는 종단 사법부 수장인 호계원장을 맡아 종단의 승풍을 진작시켰다. 1980년부터 제6~11대 중앙종회의원도 역임하는 등 오랫동안 종단과 한국불교 발전에 이바지했다.

스님은 조계종 초대 환경위원장, 경주 경실련 공동대표 등 불교계 안팎의 다양한 분야에서 시민사회활동을 이끈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4월 조계종 원로의원으로 추대됐다.

저서로는 <금오집>, <자연과 나>, <마음 멈춘 곳에 행복이라>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 <백암사상>, <경허의 선사상>, <경허선사와 한말의 불교>, <한국불교와 사회적 성격>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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