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근대불교학의 탄생

김영진 지음/ 산지니

15년 간 중국불교 연구한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문헌학, 역사학, 철학으로
中 근대불교학 흐름 조명

“당시 학자들 생각 달라도
마음은 수행승처럼 경건“

중국불교를 연구해 온 김영진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학부 교수가 그 동안의 연구성과를 담은 <중국 근대불교학의 탄생>을 선보였다. 사진은 왕언양이 중국 스촨에서 설립한 학교 구산서방(九山書房)의 1936년 졸업식. 가운데 앉은 사람이 왕언양이다.

동서양의 문물이 충돌하고 섞이기 시작한 19세기 근대, 중국불교와 서양학문의 만남으로 ‘중국 근대불교학’이 태어난다. 하지만 당시 서양의 학문 방법론이 유입되면서 중국 내 많은 불교학자들은 부조화를 경험해야만 했다. 전통적인 의미의 종교로서 불교를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이고 불교를 연구하기도 했고, 순수하게 학문의 대상으로 불교를 바라보는 경우도 있었다. 때문에 방법론상에서 어색했을 뿐만 아니라 불교에 대한 시선 자체가 혼란스러웠다.

15년 동안 학술사와 사상사 맥락에서 중국불교를 연구해 온 김영진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학부 교수가 최근 펴낸 <중국 근대불교학의 탄생>에서는 이러한 혼란 속에서 중국 근대불교학이 어떻게 잉태되고 성장하는지 추적해 주목된다.

동국대 대학원에서 중국 근대사상가 장타이옌(章太炎)의 불교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 교수는 중국 근대불교학을 중심으로 철학과 사회학 등 인접학문과의 학제적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2014년 제29회 불이상의 연구분야 수상자로 선정된 ‘중국불교’ 전문가다. “동아시아에서 불교는 매우 오래된 종교이자 문화”라고 전제한 그는 서양제국이 아시아를 향하고, 그것이 학술연구로 확장한 근대시기에 불교는 커다란 변화를 맞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서구 불교학을 전면적으로 수용한 일본과 달리 근대 초기 중국 불교학자들은 전통적인 입장과 근대적인 태도를 공유했다”고 소개한다. 이에 따르면 일부 학자들은 전통적인 교감학을 통해서 불교 문헌학을 진행했고, 1920년대부터 일부 학자들은 서구의 불교 문헌학을 직접적으로 학습하고 활용했다. 불교 원전연구가 불교학의 중요한 영역이 됐고, 문헌학 방법론이 가장 주요한 방법론으로 자리 잡는다. 이는 근대불교학의 초석을 놓으며 불교가 근대시기 정치사상의 철학으로 작동하게 된 바탕을 마련했다.

그렇다면 문헌학의 힘만으로 중국의 근대불교가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불교를 혁명종교로 각색한 장타이옌(章太炎), 불교에 계몽의 옷을 입힌 량치차오(梁啓超), 백화문 연구에서 선종 연구에 도달한 후스(胡適) 등 중국의 여러 사상가와 학자들을 내세우며 이러한 물음에 답을 제시한다.

더불어 서양의 철학을 만나 새롭게 눈을 뜬 중국 근대불교의 발전상을 만날 수 있다. 김 교수는 새로운 불교철학이 민중 계몽과 사회개혁을 일으켰던 당시 사회상을 언급하며 “사실상 ‘철학’의 유입이 중국 근대불교에 가장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왔다”고 역설한다. 그 결과, 서양철학과 불교가 만나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불교철학이 만들어졌다. 헉슬리의 <진화와 윤리>를 번역한 옌푸(嚴復)의 <천연론>, 유교의 대표 이념인 ‘인(仁)’을 불교와 접목시킨 탄쓰퉁(譚嗣同)의 <인학>은 불교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고 중국 봉건사회를 비판하는 역할을 했다. 또 량치차오(梁啓超)와 칸트, 장타이옌(章太炎)과 쇼펜하우어, 량수밍(梁漱冥)과 베르그손, 루쉰(魯迅)과 니체 등 동서양을 막론한 수많은 철학 이론들이 중국불교 재해석의 열쇠가 됐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중국불교의 반성을 이끈 <대승기신론>의 교리논쟁을 설명하며 기존의 중국 불교관과 방향을 달리하는 새로운 태도가 출현했음을 밝힌다. 근대 이전의 중국불교에서 교과서와 같은 권위를 가졌던 <대승기신론>은 1920년대에 접어들며 어유양징우(歐陽竟無)와 왕언양(王恩洋) 등이 제기한 ‘기신론 소승론’, ‘기신론 비불설’과 기신론이 인도가 아닌 중국에서 찬술됐다는 ‘기신론 중국찬술설’ 등의 논쟁이 벌어지며 중국불교의 다섯 가지 폐단과 함께 도마에 오른다. 이 교리 논쟁은 중국불교의 분명한 변화를 보여줌은 물론 근대불교학이 중국사회 전반에 미친 영향을 역설하는 사건이다.

김 교수는 “대다수 중국 근대 불교학자들은 비록 방법이나 생각은 제각각이었지만 마음가짐은 선방에 앉은 수행승처럼 경건했다”면서 “하지만 신중국 건립 이후 불교연구는 이념적 차원에서 제약이 심했고, 쉽게 왜곡됐으며, 21세기 중국불교학은 연구 분야 확대 속에 ‘세계로서 중국’이라는 중화의식의 잔영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중국에서 불교학은 국가적 의도가 반영된 큰 기획으로 전진하겠지만 ‘국가 예속의 불교연구’로 단순화시킬 수 없다”면서 “동아시아에서 중국이 가진 불교의 위상을 복구하고 싶어 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방법론으로 불교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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