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머잖아 부처님 깨달음을 기리는 성도재일이라고 해요. 그런데 날짜가 지난해와는 달라요. 엄마한테 왜 해마다 달라지느냐고 물었더니 절에서는 음력을 쓰기 때문이라고 말씀해요. 절에서는 어째서 음력을 써요? 

매달 초하루, 열나흘이나 보름날 
서로 음식을 나눠먹으며 어울리면
‘좋겠다’는 빔비사라왕의 청을 듣고
부처님께서 허락하시게 되었다네… 

A 양력은 지구가 해를 한 바퀴 도는 사이를 한 해로 삼고, 음력은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사이를 한 달로 삼은 것이야. 오랜 옛날에는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대개 음력을 썼다고 해. 달력이 없던 때에 늘 똑같이 보이는 해보다는 날마다 모양이 달라지는 달이 날이 가고 달이 가는 것을 꼽기 쉬웠기 때문이지. 밀물과 썰물이나 월경이라고 하는 여성생리 모두 달이 끌어당기고 밀어내는 힘에서 비롯하는 일이야. 그러나 사철이 뚜렷한 농경사회인 우리나라는 해와도 떨어질 수 없었어. 그래서 음력을 주로 쓸 때도 태음태양력이라고 해서 음력과 양력을 섞어 썼단다. 춘분이나 하지 그리고 추분과 동지 같은 절기를 음력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해를 중심에 두는 양력이란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태어난 카필라국도 우리나라처럼 농업을 본으로 삼는 나라였어. 싯다르타 아버지 이름은 산스크리트 말로는 슛도다나야. ‘슛도’는 ‘깨끗하다’는 말이고 ‘다나’는 ‘쌀’이라는 뜻으로 이름이 ‘깨끗한 쌀’이란 말이야. 슛도다나 임금 바로 아래 동생 이름은 ‘하얀 쌀’이고 셋째가 ‘옹근 쌀’, 넷째가 ‘다디단 쌀’이래. 성은 고타마로 ‘으뜸가는 소’라는 뜻이야. 요즘에는 기계가 많이 거들지만 옛날에는 소 없이는 농사를 짓기 어려웠지. 으뜸가는 소를 성으로 쓸 만큼 소가 소중했다는 얘기가 아닐까. 인도불교가 우리에게 알려질 때 인도도 우리나라처럼 태음태양력을 썼어. 그래서 불교행사는 으레 태음태양력을 바탕으로 해. 

부처님이 살아계셨을 때 마가다국 임금 빔비사라가 부처님에게 “다른 교도들은 다달이 초하루나 초이틀, 또는 열나흘이나 보름날 신도들이 서로 음식을 나눠 먹으며 어울리는데,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려. 그래서 정기법회가 생기게 됐다는구나. 이 바탕에서 모든 절집 행사는 음력을 기준으로 삼아요. 불교 곳곳에서 음력을 찾아볼 수 있는 까닭이지.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달력이에요. 

다른 달력과는 달리 절에서 나오는 달력엔 날마다 음력을 적어 넣었어. 아울러 바쁜 현대인들이 자칫 잊고 지나갈 수 있는 절집 행사가 낱낱이 적바림되어 있지. 부처님오신날(사월초파일)을 비롯해 싯다르타가 집을 떠난 출가재일(이월초파일)이나 부처님이 깨달은 성도재일(십이월초파일) 그리고 부처님이 돌아가신 열반재일(이월보름) 모두가 음력이란다. 

[불교신문3362호/2018년1월20일자] 

변택주 작가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