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으로 신심 고취... 신도 삶까지 책임지는 도량”

지난 12월15일 찾아간 구룡사에는 불기 닦기가 한창이었다. 구룡사 신도회는 불교대학 주야간반 동문들을 주축으로 운영되는데, 이들은 기수별로 다양한 활동을 벌인다.

통도사 창원포교당으로 91년 전인 1927년 처음 설립됐다. 통도사 주지를 지낸 구하스님이 일제강점기 영남지역 24곳에 포교당을 지어 전법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원력을 세웠는데, 구룡사도 그 중 하나다. 도심포교당으로 출발했지만, 포교환경이 녹록치 않다. 절 입구가 남해고속도로의 굴다리를 지나야 나타나는데, 대중교통편을 이용해서는 다니기가 힘들다. 주변이 그린벨트라 불사하기도 쉽지 않고, 경내가 좁아 행사하기에도 어렵다. 객관적인 조건은 어느 것 하나 받쳐주지 않음에도 소위 ‘잘 나가는’ 절이 될 수 있었던 데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불교대학을 통한 철저한 신도교육과 신도회와 불교대학 동문회를 연계한 네트워크 구축이다. 이를 토대로 어린이 청소년 포교를 하고 지역사회에 나눔과 보시활동을 하며 사찰과 불교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다. 지난 12월15일 구룡사를 찾아가봤다. 마침 그날은 불교대학 재학생들이 모여 불기를 닦는 날이었다.

신공스님이 주지 소임을 맡기 전까지 구룡사는 통도사 산내 암자로 등록돼 있었다. 역사가 90년 가까이 됐지만, 오랫동안 산내 암자로만 머물다보니 지자체와 연계해서 활동할만한 기반이 없었다. “우리 안에서 힘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스님은 신도들의 원력을 토대로 불사를 시작했다. 법당 불단을 새로 조성하는 것을 시작으로 마당에 흙도 새로 깔고 돌도 새로 다지며 경내를 단장했다. 승방과 공양간, 해우소를 지으면서 사찰은 여법한 모습을 갖췄다.

그 사이 신도교육도 꾸준히 진행했다. 초기에는 1년 과정 교리반과 6개월 과정의 경전반을 운영하다가 불사가 마무리 될 즈음 2011년 포교원인가를 받은 불교대학을 개원했다. 구룡사가 불교대학을 신청할 무렵 창원에는 이미 종단인가를 받은 불교대학이 6개나 있었다. 기존 불교대학이 많아서 구룡사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구룡사는 기본교육기간을 2년으로 잡는다. 1년 2학기 기본교육과정은 불자로서 소양을 기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어진 전문교육과정은 교리수업을 바탕으로 신행하고 봉사하는 불자를 만드는 시간이다. 막 출가한 스님이 수행자로서 거듭나는데 10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2년은 길지 않다. 마지막 경전과정은 초기불교부터 대승에 이르기까지 주요 경전을 공부하며 신행과 수행하는 생활이 익숙해지도록 유도한다.

불교대학에서 체계적 교육을 마친 불자들이 배출되면서 구룡사 신도수도 급상승했다. 졸업생들은 동문활동을 하며 자연스럽게 구룡사 신도로 유입됐기 때문이다. 2011년 개원한 이래 기본교육과정을 수료한 이는 1370명이다. 올 2월에도 80여 명이 졸업을 앞두고 있다. 전문교육과정 졸업생도 400여 명에 달한다.

그러다보니 신도회 모습도 달라졌다. 초기에는 신도회와 불교대학 동문회가 별도로 운영했다. 불교대학 졸업자가 늘어나면서 특단의 조치가 이뤄졌다. 신도회 산하에 불교대학 총동문회를 넣어 신도조직을 재편한 것이다. 주간반 동문에게는 문수법등, 야간반 동문에게는 보현법등으로 명칭을 붙여, 기수별로 역할을 부여했다. 창원 서부경찰서 법당 관리부터 추석이면 자비의 쌀을 후원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김장을 나눠주고, 동지 때면 경로당에 팥죽을 배달하는 등의 일은 법등별로 진행된다. 기수별로 봉사활동하고, 기수가 중심이 돼 조직화되다 보니까 일반 신도들도 자연스럽게 불교대학에 입교했다. 신도 90%가 기본교육과 전문교육과정을 마쳤을 정도다.

불교대학은 새 신도가 유입되는 창구역할을 톡톡히 했다. 체계적인 신도교육을 통해 불자들의 신행과 봉사가 이어지면서 사찰운영은 탄력을 받았다. 실제 구룡사를 지탱하는 힘은 신도회에서 나온다. 활동하는 신도회 임원이 78명에 달하는데, 2년 임기로 활동하며 사중의 대소사를 위해 봉사한다. 새 신도임원이 선출되면 서울 봉은사 조계사 등을 순례하며 사찰운영의 지혜를 보고 배우는 시간을 갖는다.

구룡사의 또 다른 특징은 신도들이 매달 1만원 씩 회비를 낸다는 것이다. 신도회비는 CMS도 아닌 사찰에 방문해 직접 납부하는데, 신도회를 내는 신도가 구룡사의 소위 ‘핵심신도’다.

구룡사 불교대학 동문 체육대회 모습

신도회비는 다양하게 쓰인다. 대표적인 활동이 신도 길흉사를 돕는 것이다. 결혼이나 상을 당했을 때 사찰 명의로 부조를 하고 꽃을 보냄으로써 신도들에게 소속감을 높여준다. 군 입대 자녀들을 위해 부처님오신날과 크리스마스 때 연 2회 선물을 보내주기도 한다. 구룡사 명의로 8만원 상당의 과자와 불서 등을 부대로 직접 보내주는 것이다. 장학지원도 했다. 신도자녀, 지역의 어려운 이웃, 학인 스님 등 장학생을 선발해 소정의 장학금을 후원하는 등 불자인재 양성에 기여해 왔다.

매년 1번씩 종단에 내야 하는 신도교무금도 신도회비에서 일괄 납부된다. 어린이 청소년법회도 지원한다. 여름불교학교 한 번 할 때마다 500만 원 이상 소요되고 어린이 청소년 법회 예산이 3500만 원 이상인데 사찰 경상비로 전액 부담하기 어렵다. 신도회는 사중에 향, 초, 공양미 판매나 다실을 운영하면서 수익금을 사중에 회향한다.

신도회원들이 운영하는 가게들을 모아 상호리플릿을 제작해 나눠주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서로서로 이용해주면서 도움을 주자는 취지에서다.

구룡사는 창원포교당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 교육과 전법포교를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았다. 새로운 불자를 만드는 통로가 불교대학이었다면, 미래 불자를 기르기 위해서는 계층법회가 반드시 필요하다. 격주 어린이 청소년 법회를 진행하는데 셔틀버스를 운영해 아이들이 절에 올 수 있도록 배려한다. 아이들이 자라서 대학에 가면 대학생 법회도 열 계획이다.

신공스님은 사찰법회나 운영이 점차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창원의 경우 공단과 물류산업이 발달돼 있어 젊은 층이 많고,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다보니 평일에 절에 올 수 있는 신도들이 많지 않다. 불교대학도 야간과정 수강생이 더 많아지는 추세다. 스님은 “초하루 법회를 하고 있지만 5년 10년 사이에 법회 패턴도 변화할 것 같다”며 “구룡사는 불교대학 졸업생을 중심으로 한 법등법회를 좀 더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신도회비 납부를 독려해 사찰의 안정적 운영을 구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룡사 신도회에서는 군복무하는 신도자녀들을 위해 부처님오신날과 크리스마스마다 8만원 상당의 선물을 보내준다.

구룡사 주지 신공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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