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컨대 세존께서는 제자의 청을 받아 주시어 

저희가 사는 곳에 오셔서 집을 편안하게 해주소서

(唯願世尊受弟子請臨降所居賜爲安宅). 

-<불설안택신주경> 중에서

암자에 살 때, 정월달이면 마을에 안택을 다녔었다. 경전에는 “세존이시여, 사람이 사는 세간에 가택(家宅)의 길흉(吉凶)이 있는지 없는지를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묻자, 부처님께서는 “그러한 일은 모두가 중생의 심행(心行)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꿈속의 생각으로 지은 것은 모두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대답하셨다. 세상은 꿈속의 꿈이자 꿈속의 생각으로 지은 것이니 무슨 길흉화복을 논할 것인가 마는 중생은 두렵다. 지붕만 고쳐도 안 좋은 일이 생길까 두렵고, 화장실을 새로 지어도 화가 미칠까 두렵고, 대문을 새로 달아도 악운이 들어올까 봐 노심초사다. 그래서 정월달에 나를 초청하는 집이 있으면 가서 향을 피우고 화엄신중을 청해 경을 읽으며 안택예불을 하였다. 그렇게 안택을 하고 나면 일 년 동안 마음의 위로가 되었다. 그래서 부처는 중생이 원하면 어디든 가야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가도 간적 없이 가야하고, 와도 온 적 없이 와야 한다. 그래야 꿈일 테니 말이다.

[불교신문3361호/2018년1월17일자] 

도정스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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