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병원을 찾는 어르신들 중에는 진료를 받고 가면서 당신이 치매는 꼭 걸리지 않도록 해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아마도 여론에서 치매에 대한 홍보가 많이 되어 그만큼 치매라는 질환이 무서운 병임을 자각하고 있는 셈이다. 치매 질환은 최근 들어 연일 매스컴에서 보도되고 있는 ‘문정부 의료케어’에서도 핵심 정책 중의 하나로 내세우고 있는데, 현재까지는 치료보다는 진행의 속도를 완화해 주는 방안이 최선책이어서 예방에 더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이 실정이다.

한의학에서는 일찍이 치매에 대해 치애(癡)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그 증상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인체의 불순물인 담, 어혈, 정서의 불균형을 병증의 원인으로 보고 한약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다. 필자는 ‘양한방융합뇌건강클리닉’에서 연꽃, 당귀, 고수 같은 향이 많이 나는 약제로 뇌기능 향상 및 치매 치료제 개발을 연구하였다. 김장을 담을 때 들어가는 향신료 중 하나인 고수 또한 치매에 대한 효과를 발견하여 수일 전에 특허를 얻었다. 그리고 한약재 중에서도 법당에서 예불할 때 부처님께 향공양으로 많이 사용하는 백단향 역시 뇌기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얻은 바가 있다. 

향 중에서도 최고급품에 해당하는 백단향은 불상이나 염주 제작에 많이 쓰일 뿐 아니라, 예전부터 한약에 자주 사용되어 왔다. 조선시대 궁중에서 임금이 신하에게 단오날 하사한 제호탕이라는 여름철 보약에도 백단향이 재료로 쓰인다. 제호탕은 백단향과 함께 매실, 사인, 초과 등이 들어가며, 이를 가루로 내어서 꿀과 같이 중탕하여 찬물에 타서 마시는데 요즘의 청량음료수와 같은 역할을 하였다. ‘제호(醍)’라는 처방은 불가에서 비교할 수 없는 좋은 맛을 뜻하며 가장 숭고한 부처의 경지를 의미한다고 한다.

<법화경>에서 “장미향, 백단향도 멀리가지 못하지만, 선행의 향기 하늘까지 이른다네, 이는 신들 사이에서도 가장 좋은 향기, 덕이 많은 사람, 항상 깨어있는 사람, 진실의 빛으로 자유를 얻은 사람의 길은 죽음의 신, 마라도 방해할 수가 없다네” 라고 하였다. 비록 향이 좋은 효과가 있더라도, 선행이 향에 비할 수 없이 중요함을 나타내는 문구이다. 아마도 뇌 기능을 향상시키는 최고의 방책은 좋은 향 재료를 사용하는 것도 있지만, 선행을 행하는 것임을 부처님께서 말씀하고 계신 것 같다.

[불교신문3361호/2018년1월17일자] 

구병수 교수 동국대 일산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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