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과함께’ 관객 1200만명 돌파

지난 12일 12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신과함께’의 한 장면. 한국적 사후 세계관을 기반으로 불교적인 가르침을 풍성하게 담았다.

귀인(貴人)은 이타행 하는 보살
49재 인과 등 불교가르침 풍성
미국 영화매체 ‘진리 다뤄’ 극찬
불교문화콘테츠 가능성 보여줘

불교적 내용을 담은 영화가 관객 1000만명을 돌파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20일 개봉한 판타지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가 1000만명을 넘어, 지난 12일에는 1200만명을 돌파했다.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함께’를 스크린에 옮긴 이 영화는 사람이 세상을 떠난 후에 저승에서 각기 다른 지옥을 경험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국적 사후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불교 가르침을 풍성하게 담아 개봉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불교 영화는 1960년대~70년대에는 사명대사와 서산대사 등 주로 호국(護國)을 소재로 삼았다. 군 출신의 박정희 정권이 국가에 대한 충성을 의도적으로 강조하면서 영화까지 그 영향을 받았다.

1980년대부터는 보다 불교적 소재를 다룬 영화들이 줄지어 선보였다. 만다라(1981), 비구니(1984), 아제 아제 바라아제(1989),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1989) 등이 1980년대를 장식했다.

그후에는 꿈(1990),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1991), 화엄경(1993), 달마야 놀자(2001, 2004), 동승(2002),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 오세암(2003), 내 마음의 고향 (2014)이 제작됐다. 일부 영화가 국제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불교영화의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신과 함께’처럼 10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지는 못했다.

이번에 나온 ‘신과 함께’는 불교적 모티브를 전면에 내세워 1200만명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승을 떠난 망자가 49일간 7번의 재판을 받는 것과 선인선과(善人善果), 악인악과(惡因惡果)의 인과응보 등이 대표적이다.

주인공(자홍)과 동생(수홍)이 ‘귀한 사람’ 즉 귀인(貴人)으로 나오는데, 이타행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위기에 처한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려다 세상을 떠난 소방관(자홍)과 부대 내에서 ‘왕따’를 당하는 관심사병을 따듯하게 돌보는 과정에서 숨진 군인(수홍)이 귀인이라는 메시지를 영화는 전하고 있다. 결국 귀인은 불교의 ‘보살(菩薩)’과 같다. 대승불교에서 가장 이상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는 보살은 깨달음을 이루기 위해 정진하면서 동시에 이웃과 중생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는 저승에 있는 7가지의 지옥이 등장한다.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 지옥이 그것이다. 역설적으로 이승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 강조하고 있다. 7가지 지옥에 떨어지지 않으려면 불교의 계율을 바르게 지키면 된다. 신구의(身口意) 삼업(三業)을 바르게 하고, 불살생 불망어 등 오계(五戒)를 지키며 또한 정정진 등 팔정도(八正道) 수행을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폭력, 정의, 효도 또한 불교의 가르침과 어긋나지 않는다. 

미국 영화 매체 <헐리우드 리포터>는 지난 3일 보도에서 “이 영화는 기술적 측면에서 상당한 영화”라면서 “카르마(업)와 환생 등 불교의 진리를 다루는 모험담”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승가대 교수 자현스님은 “이 영화는 49재를 다루면서 불교 가르침을 다루고 있다”면서 “1200만명이 넘는 관객이 본 것은 불교를 포교하는데 큰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현스님은 SNS에서 “불교가 이번 기회를 살려 불교의 문화적 역량을 통한 외연을 넓일 수 있어야 한다”면서 “그런데 좋은 기회에도 전혀 반응을 보이지 못하는 불교의 대응이 못내 섧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자현스님은 “세미나나 불교적 입장 등 이슈를 계속 만들어야 한다”면서 “49재에 대한 인식만 잘 정립되고 환기되어도 불교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화 출연진과 <신과함께> 웹툰 주호민 작가(왼쪽에서 세번째)가 자리를 함께 했다.

장재진 동명대 교수는 “연기(緣起)를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전체적으로 불교적인 영화라고 할 수 있다”면서 “그런데 명부(冥府)는 도교에서 차용한 것으로, 지장보살이 끝내 등장하지 않아 불교영화가 온전하게 되지 못했다”고 평했다.

장재진 교수는 “그러나 불교적인 내용을 담은 영화가 12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것은 ‘불교문화콘텐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다는 증거”라면서 “불교문화콘테츠가 무궁무진한 만큼 가능성이 크니, 기왕이면 불교 가르침에 부합한 영화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신과함께>의 흥행 돌풍은 불교적 메시지를 지닌 영화는 ‘어렵다’는 선입견을 깨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 여름에는 속편 <신과 함께 - 인과 연>이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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