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의 심리학

최명희 지음/ 자유문고

십우도(十牛圖)는 불교, 특히 선불교에서 깨달음에 이르는 수행의 과정을 10개의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는 사람이 자신의 본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10단계로 그린 그림이다. 즉 소를 찾고, 소를 길들이고, 소도 없고 나도 없는 이러한 것들을 모두 상징으로 표현한다. 따라서 그 상징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해석은 천차만별이 될 수 있다.

불교를 심리학으로 풀어내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심리학자 최명희는 최근 펴낸 <상징의 심리학>을 통해 심리학의 거장 칼 융의 분석심리학으로 십우도를 해석해 눈길을 끈다. 이 책은 기존의 전통적인 십우도 해석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 특징이다. 융은 인간의 정신 안에는 종교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아주 강력한 에너지가 자리하고 있는데, 이를 ‘집단무의식’이라 한다.

저자는 이러한 집단무의식 속에서 가정되는 무의식의 역동적 작용점인 ‘원형’ 개념으로 십우도에 나타나는 상징적 의미를 새롭게 해석한다. 이에 따르면, 십우도는 표면적으로는 분명히 선불교라는 종교의 옷을 입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심리학이라는 것이다. 십우도의 본질은 ‘진정한 나’를 탐구하기 위한 기본적 준비과정을 열 개의 단계로 나눠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먼저 십우도에 대한 이해와 해석의 문제를 다룬다. 이어 ‘십우도는 심리학의 정수’라고 전제하고, 이를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해석한다. 제1장 십우도는 상징의 심리학이다’에서는 십우도의 내용 자체가 상징으로 표현되었음을 주지시키고, 융 심리학에서 상징이 지니는 함의를 설명, 깨달음의 상징이 왜 소로 표현되었는지를 밝힌다. 제2장 십우도와 심리 이야기에서는 본격적으로 10개의 그림과 게송을 따라가면서 이를 융의 심리학으로 분석하고 거기에 감추어진 상징적 의미를 드러낸다.

이를 통해 십우도를 융의 심리학으로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융의 심리학 자체가 지닌 자양분을 풍성하게 하고, 선불교 수행자들의 수행과정으로만 인식되어온 십우도를 모든 인간이 걸어가야 할 보편타당한 길로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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