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에 가고 싶다

이재호 지음 김태식 사진/씨피엔

“겨울이 옷고름 풀고 살색 햇살 늘어놓으면/ 밤새 잠든 별의 새순을 털면서 피어나는/ 화엄사 홍매화를 보러 가겠네// 삼월 젖동냥에 지친 바람을 잠재우고 피어나는 홍매화/ 아, 성삼재로부터 뼛골 시린 엄동(嚴冬)을 지켜낸 홍매화…”(이재호의 시 ‘화엄사 홍매화’ 중에서)

연합뉴스 김태식 기자가 틈틈이 찍은 문화재 사진에 이재호 작가의 글이 더해져 아름다운 우리 사찰과 문화유산을 노래한 시집 <화엄사에 가고 싶다>가 나왔다. 국보 76호인 화엄사 각황전을 비롯해 공주 마곡사, 해남 미황사, 남한산 성불사, 부안 내소사, 영암 도갑사, 여주 신륵사, 화순 운주사, 의성 금성산 고분군, 서울 창덕궁 등 전국 사찰과 문화재는 물론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소들도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시집으로서는 드물게 347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 눈길을 끈다. 두툼한 책의 두께와 절 집이라는 종교적 공간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시집에는 문화재뿐만 아니라 사랑과 이별도 담겨 있어 부드러움을 더한다.

“이재호의 시는 시가 아니다. 말 그대로 일상이고 삶의 행적이다. 시라는 마땅한 형식이 있지만 그것을 비켜나가는 것이 그의 장점이다. 오랫동안 글을 써온 그가 시집을 엮는다는 것은, 그의 글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쉼표가 될 것 같다.” 책 제목은 물론 수록된 사진에도 등장하는 제19교구본사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의 추천사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여기에 각 사찰이 간직하고 있는 고유한 분위기와 풍광을 잘 담아낸 김태식 기자의 사진은 마치 직접 그 장소에 가서 시를 읽는 듯 생생한 현장감을 전해준다. 문화재 답사를 위해 전국의 사찰 대부분을 순례하다시피 했다는 이재호 작가는 “7~8년간 전국에 산재한 사찰의 문화재 답사를 다니면서 절간 마루에 앉아서 혹은 한여름 나무 아래 매미 소리를 들으면서 스케치한 글을 모아 시집을 엮었다”고 말한다.

시 한편을 통해 바라보는 우리 문화재의 아름다움과 시 한편을 채색하면서 느꼈던 사랑, 그리움, 또한 어울림, 계절의 아름다운 빛깔을 책 한권에 담아내 독자들이 문화재를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그리고 이 시집을 통해 문화재를 종교라는 틀에 가두지 말고 우리 민족의 숨결을 간직한 ‘아름다움’ 그 자체로 이해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전한다. “문화재가 우리들의 삶 속에 한편의 시이기를 바란다”는 소감을 전한 김태식 기자의 바람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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