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마음을 가져오라

혜담스님 지음/ 불광출판사

‘삶이란 무엇인가’ 화두로
출가 50여년 오롯이 정진

스승과 달마, 혜능스님
가르침 수행의 빛 삼아
고뇌한 깨달음의 여정
수행 지침서 역할 기대

서울 불광사 선덕 혜담스님이 깨달음을 구하는 50여 년의 수행의 기록을 정리한 <그대의 마음을 가져오라>를 최근 펴냈다. 신재호 기자

“어느덧 나이가 70을 눈앞에 두고 있다. 죽기 전에 그 동안 수행 과정에서 실패했던 경험들을 후배 수행자들이 똑같이 겪지 않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수행 경험과 선불교를 이 땅에 있게 한 달마조사와 혜능조사의 선사상이 능히 그 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됐다. 그래서 10여 년에 걸쳐 자료를 수집해 깨달음의 고뇌를 담은 원고를 써 한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불광법회를 창립하고 도심포교와 불교 대중화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는 광덕스님(1927~1999)의 상좌로 조계종 총무원 호법부장 등 종단 주요 소임을 역임한 서울 불광사 선덕 혜담스님. 스승의 지도로 ‘마하반야바라밀 염송수행’과도 만나, 반야사상의 체계를 연구하기 위해 일본 유학을 떠나기도 했던 혜담스님은 학문적인 시각으로 불교교리에 접근하는 학승의 한계를 절감하고, 귀국 후 더욱 조사어록 공부와 화두참구에 몰두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20여 년 동안 조사들의 화두가 자신의 화두가 되는 시간을 보내며 달마스님과 혜능스님의 선사상을 체득해 나간 혜담스님이 그 동안의 걸어 왔던 깨달음의 여정을 갈무리하는 책 <그대의 마음을 가져오라>을 최근 펴냈다.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9일 서울 불광사에서 만난 혜담스님은 “부처님의 마음이 어떻게 전해지고 실현되는지 후학들에게 전하고 싶어 50여 년 걸어 온 출가수행의 경험을 책에 담게 됐다”면서 “더불어 초심자 시절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참선 수행하는 스님과 불자들이 답습하지 않길 바라는 선배의 마음도 함께 실었다”고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학교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면서 출가의 뜻을 세운 스님은 불교신문에서 황벽선사의 ‘전심법요(傳心法要)’라는 제목의 법문을 보고 순간 무엇인가에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전까지 출가를 고민했던 이유는 오진 한 가지 범부중생인 스스로를 바꾸어 부처가 되고자 함이었는데, 황벽스님은 “부처와 중생이 다르지 않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이후 고뇌가 더욱 깊어져 결국 출가 사문에 길에 들어섰고, 해인사에서 전 종정 혜암스님을 시작으로 수행자로서 기틀을 다져준 광덕스님과 인연을 맺으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스님은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고등학교 시절 상구보리의 뜻을 세운 것도, 황벽스님 말씀에서의 의심도, 혜암스님의 ‘견성해야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말씀에 당혹감이 생긴 것도, 광덕스님의 ‘마하반야바라밀 염송’에 의심이 생긴 것도 모두 깨달음에 관한 탐구의 시작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회고했다.

이처럼 삶에 대한 깊은 회의와 고민 속에서 20대 청년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바로 부처님 말씀이었다. 이 책에는 수행으로 점철된 혜담스님의 소박하면서도 뜨거웠던 수행의 여정을 엿볼 수 있다. “삶의 회의를 씻어내고 확철대오(廓徹大悟) 하겠다는 원력으로 출가생활을 시작했다”는 스님이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마음을 다잡지 못해 갈등이 밀려오는 순간도 있었고, 깨달음 아닌 것을 깨달음으로 착각하기도 했다. 수행에 몰두한 나머지 뇌혈관이 터져 생사의 갈림길에 선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스승의 가르침인 마하반야바라밀 염송수행 ‘순수불교’를 마음에 담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여기에 조사어록을 통한 수행을 병행하며 출가 당시의 물음인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불교의 답을 찾아 왔다. 무엇에도 얽힘 없는 자유자재한 삶을 살기 위해 자기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안목을 키우는 지혜를 구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리고 고희에 이른 혜담스님은 “불교의 광활한 가르침은 ‘마음 없음’에 귀결 된다”면서 “이제 조금 눈이 열린 것 같다”고 담담히 말한다. 역대 조사들과 광덕스님이 강조한 ‘번뇌가 다 한 것이 부처가 아니라, 번뇌가 본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 부처’임을 깨달은 스님의 고백이다.

“순수불교의 안목을 열어주고 반야바라밀의 깨닫게 해 준 은사 광덕스님의 영전에 이 책을 바친다”고 소회를 전한 스님의 책이 선승의 ‘할(喝)’보다 묵묵히 걸어온 수행과정을 후배들에게 들려주기 위한 회고록이자, 조사어록을 정리해 설명한 지침서가 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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