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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산정] 강을 건너면 뗏목은 두고 간다
  • 하복동 논설위원·동국대 석좌교수
  • 승인 2018.01.1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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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배의 근간은 
그래도 정부의 큰 축이 되는 
관료제로서 과거의 
잘못된 관료는 솎아내야겠지만 
정권에 아부하지 않고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바라보며 
본연의 소임에 충직한 관료제는 
국민이 보호해야 할 것이다

우리 시대의 마지막 보편적 천재라고 하는 막스 베버(Max Weber)는 기존의 주술적인 전통적 카리스마적 권위 대신에 객관적 합리성에 바탕을 둔 관료제를 상정하였다. 관료제의 각 직책은 잘 정의된 임무와 권한의 영역을 가지며 직책의 권위는 공식적인 직무에 한정된다. 관료는 객관적 자격을 기준으로 한 전문성에 의하여 선발되어 신분이 보장된 가운데 자의(恣意)가 배제된 비정의적(非情誼的)으로 합법성 근거 하에 분노와 감정 없이(without anger and fondness) 직무를 수행하는 것을 이념형으로 삼았다. 

이러한 관료제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민주주의나 효율성 측면에서 비판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막스 베버가 프로테스탄트, 즉 개신교의 현세적 금욕주의에서 자본주의 정신의 유래를 찾아내고 봉건군주시대의 가산적 관료제의 비민주성을 벗어나 합리성의 전제하에 관료제의 이념형을 제시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군주의 자의적 권력으로부터 정치적인 민주성을 확보하고자 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정권의 변동에도 불구하고 막스 베버적 관료제를 통하여 합리성 내지는 합법성의 바탕하에 공적 직무의 일관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궁극적인 민주주의라고 보는 것이다. 

새 정권에서 기관장이 바뀌더니 대기업의 순환출자와 관련한 2년 전의 자신의 결정을 번복하면서. 정답이 없는 문제라거나 해석기준의 변경은 소급적용도 가능하다는 등으로 정책의 일관성이나 국가기관의 신뢰는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그럼에도 정작 해당기업은 정권에 몸을 낮추기라도 하듯 이의조차 제기하지 않고 있는 상황을 보면서 관료제가 스스로의 책무와 정치적 중립성을 포기한 채 정치권력의 요구에 길들여 질 때 국가운영의 일관성뿐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민주성과 효율성까지도 심각하게 훼손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정치권력의 변동에도 불구하고 국가운영의 합리성 내지는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합법성의 전제는 흔들리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나라다운 나라인 것이다. 근대화 이전의 주술적 권위를 청산하고 합리성에 바탕을 둔 과학적 접근을 강조한 베버는 정치가의 3가지 덕목으로 대의(大義)에 대한 열정과 정치권력에게 주어지는 합법적 강제력 행사에 대한 책임의식 그리고 책임의식을 단련시키는 균형감각 내지는 관조능력을 제시하고 있다. 한 국가와 사회 권력의 정통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혈연, 지연이나 내편이라는 우연적 요소가 아니라 보다 객관적이고 예측 가능한 실적주의에 의한 합리성에 있다.

<금강경> ‘정신희유분(正信希有分)’에서 강을 건너고 나면 뗏목은 버려두고 가듯이 부처의 법도 놓고 가는 것인데 하물며 법이 아닌 것에 있어서야 더 무슨 말이 필요할 것인가. “지아설법(知我說法) 여벌유자(如筏喩者) 법상응사(法尙應捨) 하황비법(何況非法).”

나는 나일 뿐이고 남도 나와 다른 남일 뿐이며 우리도 우리일 뿐이라는 생각은 마치 존재가 영원하다는 어리석음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지난 정권의 잘못된 편가름이 초래한 어리석음의 결과로 새로운 정부가 탄생하여 새해를 맞았으니 강을 건널 때 쓰여 진 뗏목들의 부채(負債)에서 벗어나 편가름이 없는 새로운 큰 배를 준비하는 보다 성숙되고 믿음직한 정권의 모습을 보고 싶다. 그 배의 근간은 그래도 정부의 큰 축이 되는 관료제로서 과거의 잘못된 관료는 솎아내야겠지만 정권에 아부하지 않고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바라보며 본연의 소임에 충직한 관료제는 국민이 보호해야 할 것이다.

[불교신문3360호2018년1월13일자] 

하복동 논설위원·동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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