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건국 1100주년 '고려 불상' 주목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금동관음보살좌상. 13세기 조성된 이 보살상은 오른쪽 무릎을 세우고 그 위에 오른팔을 올려놓고 왼손으로 뒤를 짚는 윤왕좌 자세를 하고 있다. 화려한 보관을 쓰고 영락장식이 덮혀 있는데 라마교 불상의 영향을 받았다. 사진출처=국립중앙박물관

올해는 고려건국 1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태조 왕건이 918년 고려를 세우고 멸망할 때까지 고려는 불교국가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국가주도로 연등회, 팔관회를 봉행하는가 하면 개태사 등 사찰불사가 성행했다. 부처님 위신력으로 국난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팔만대장경 간행이라는 대업을 이루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고려불교는 불화로 대표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세계 160여 점이 전해지는 고려불화는 고려불교와 미술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그에 비해 전국 사찰에서 조성된 고려불상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고려건국 1100주년을 맞아 사찰에 봉안된 고려시대 불상을 재조명해, 시기별 특징과 변화하는 고려인의 신앙형태를 살펴보고자 한다.

고려시대 불교조각은 전기와 중.후기로 구분된다. 전기는 통일신라시대 불상양식을 계승하면서 고려적인 조형을 완성한 시기다. 중.후기에는 북송과 남송, 요와 더불어 원나라 문화가 유입되면서 티베트계 라마교 영향을 받은 화려한 불상이 조성됐다.

사찰불사에 왕실귀족 중심돼
의식봉행, 팔만대장경 간행
불화 우수성 유명한데 비해
시기나 지역특색 조명 안돼

지역별로도 차이를 찾을 수 있다. 강원도 강릉지역에서는 한송사지 석조보살좌상 같이 석조보살상이 주로 조성됐다. 여느 지역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형태인데 월정사 석조보살좌상, 신복사지 석조보살좌상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아 공양하는 모습으로 석탑 앞에 놓여 있다. 충청도지역에서는 대형석불이 눈에 띈다. 태조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한 기념으로 건립한 논산 개태사에는 본존불 높이가 4.5m에 달하는 석조삼존불입상이 세워져 있다. 높이 18m로 우리나라 불상 중 가장 크고 은진미륵이라고도 불리는 논산 관촉사 석조보살입상부여 대조사 석조보살입상. 남한강 유역에는 철불이 두드러진다. 충주, 원주, 양평, 서울, 포천 등에 13구 철불이 전해지고 있다. 경기 광주 춘궁리 절터에서 발견된 철조석가모니불좌상, 서산 보원사 절터에서 출토된 철조석가모니불좌상처럼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불상도 있고, 충주 대원사 철조불좌상 등도 확인된다.

후기에는 송, 요, 원나라 영향으로 불교조각도 변화한다. 서산 개심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과 서울 개운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 같이 요와 송나라 요소가 남아 있는 불상이 있는가 하면 라마형 불상도 조성됐다. 이는 13세기말 14세기 초 고려에 입국한 라마승 영향이 크다. 이들은 왕의 초청을 받아 고려로 온 티베트 스님들은 왕실 귀족들과 교류했다. 또 원 황실도 고려 사찰불사에 동참하면서 문화교류가 이뤄졌다. 그 결과 고려 왕실귀족을 중심으로 라마교 영향을 받은 불상이 조성됐다. 익산 원수리사지에서 출토된 순금제석가여래좌상이나 국립박물관소장 금동석가여래좌상 등이 라마형 불상의 대표적인 예다. 이처럼 고려시대 불상은 시기별로 변화하는 것은 물론 지역적으로도 다르다. 그 특색을 쫓다보면 고려인들의 신앙의 변화도 확인할 수 있다. 

[불교신문 3359호/ 2018년 1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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