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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용성진종조사] <47> 하늘은 맑고 숲은 푸르다①공동기획 : 용성진종장학재단(총재 도문)
  • 글 신지견 그림 배종훈
  • 승인 2018.01.1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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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희가 이끈 
‘도쿠자 특전사단’이 
한반도와 만주내륙에 나와 있는 
일본군을 초긴장상태로 
몰아넣었다. 

일찍 만주에 배치된 
일본군수비대와 일본군 12사단 
19사단, 창장하오가 이끈 
비적의 무리까지 광분상태로 
조선족반일단체와 
조선군중 검거와 학살이 
백결 치 듯 휘몰아쳤다

연세 많은 조동희의 등을 
일본군이 쏘아대는 
아리사카 소총 탄알이 
관통하는 총상을 입었다 

홍범도라는 말에 용성이 버선발로 뛰듯 밖으로 나왔다. 바바리코트를 두 손으로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 절집예절 인사가 끝나자 두 사람은 혼서지 받은 벙어리처럼 싱글벙글했다. 바바리코트는 무덤덤, 통 웃음이 없을 것 같은 얼굴인데, 다시 뵙게 되어 꿈만 같다느니, 어쩐다느니, 너스레에 반가움을 섞어 넣었다. 대선사 백상규는 호두각 대청이 저럴까, 간지러운 것 같은 반가움을 콧잔등에 얹고 빙긋 웃었다. 흥! 은엽은 돌아서서 교당으로 가 다라니를 외웠다.

입으로는 신묘장구 어쩌고 외치지만, 속으로는 수수께끼 같은 ‘과거심불가득(過去心不可得) 현재심불가득(現在心不可得) 미래심불가득(未來心不可得)’이 두렛줄에 달린 물통처럼 달라붙어 있었다.

그 때 태현이 발소리가 나지 않게 들어와 귓가에 소곤댔다.

“교수님, 큰스님께서 오시래요.”

은엽이 염화실 문을 똑똑 두드리니 “들어오시오.” 그랬다. 삿갓을 뒤집어 놓은 것 같은 봉오동 골짜기로 일본군을 유인해, 깡그리 살생했다는 이야기는 끝나고, 그해 10월 청산리전투에서 김좌진 장군과 일본군을 한 놈도 남기지 않고 모두 때려잡았다는 이야기가 새롭게 이어지고 있었다.

은엽이 합장을 하고 자리에 앉으니 용성이 말했다.

“두 분, 인사 나누시오.”

은엽은 앉은 채로 합장을 했고, 바바리코트 그 작자는 엉덩이를 들썩 들더니 도로 앉았다.

“홍범도라 합니다.”

많이 들어본 이름이었다, 곧 용성이 소개했다.

“홍범도 장군은 나하고 연이 있어 잘 알고 지낸 사이입니다. 많은 전투에 참가해 일본군을 격파했고, 지난 경신년 삼둔자전투에서 120명, 봉오동전투에서 157명의 일본군을 격파해 전과를 올린 분이요. 그해 가을 청산리전투에서 제1연대장으로 제2연대장 김좌진 장군과 일본수비대를 모두 섬멸한 우리 독립군투삽니다.”

이번에는 은엽을 쳐다보며 바바리코트에게 말했다.

“이 보살님은 경성의전 교수님이오. 이번에 북방으로 온 것은 조동희 선생을 만나겠다고 학교에 사표를 냈답니다.”

조동희란 말에 홍범도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홍 장군께서 조동희 선생 계신 곳을 잘 아실 것 같아 수소문하려던 참인데, 이렇게 스스로 찾아주신 것은 분명 불보살님 가피가 계신 것 같습니다.”

“조동희 지사라면 평양 박태은 선생 친구 분 말씀입니까?

조동희를 지사로 칭했다.

“그렇소.” 

바바리코트가 은엽을 보고 물었다.

“조동희 지사와는 어떻게 되십니까?”

“저희 친삼촌이십니다.”

“아이고, 이런…!”

홍범도가 다시 합장을 해보이며 용성을 보았다.

“사실 이전의 모든 전투도 그랬지만, 몇 해 전 삼둔자전투와 봉오동전투 승리의 공은 용성 선사님과 조동희 지사님, 박태은 선생에게 돌아가야 합니다. 이 어른들 뒷바라지가 없었다면 우리 독립군에게 총이 어디 있으며, 탄약이 어디 있고, 박격포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때그때 군자금을 차질 없이 뒷받침해줘서 용기를 갖고 일어선 것 아닙니까?”

“조동희 선생이나 박태은 선생은 애국자이시니 그렇다 치지만 내가 무슨 도움이 됐겠소?”

용성의 겸양해 하는 말에 홍범도가 손을 저었다.

“아닙니다….”

두 사람의 치레의 말 사이로 은엽이 냉큼 끼어들었다.

“저희 삼촌은 지금 어디 계시죠?”

만주로 올라온 목적인, 아니 제일 궁금한 것을 물었다. 홍 장군은 은엽의 물음에 검게 그을려 살가죽이 한 꺼풀 부풀어 오른 것 같은 얼굴을 들더니, 대답은 하지 않고 은엽만 찬찬히 바라보았다.

함경도 주재소를 차례차례 불태우다 무지막지한 헌병수비대와 맞닥뜨리게 되어 청년유격대는 잠시 해산했다. 조동희는 그 사이 경성에서 현금, 어음, 금붙이 따위를 다섯 가마니나 모아 두만강 건너 훈춘 ‘아지트’로 돌아왔다. 다섯 가마니에서 두 가마니를 떼어 홍범도에게 보내고, 청년유격대 이름을 ‘도쿠자(どくじゃ)’ 특전사단이라고 바꿨다. 왜 일본말이 여기에 들어가느냐, 일단은 일본수비대의 혼동을 일으키게 하고, 다음은 새롭고 격렬한 훈련에 돌입하겠다는 각오였다. 300명 넘는 대원을 ‘사단’이라? 이게 호왈백만(號曰百萬)이란 허풍이다. 우선 이 허풍이 훈춘 인근에 깔린 마적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그렇다면 도쿠자 특전사단이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가, 일본군과는 대결을 피했다. 왜냐? 신무기로 무장한 일본군과 대결하면 인명살상에 패배만 가져왔다. 그래서 한 사람, 또는 두 사람씩 한손에는 빈 자루, 한손에는 작대기를 든 땅꾼으로 위장해 만주벌판 요소요소 일본수비대 진영을 눈여겨 탐지해 두었다가 어슬렁 토끼 재 넘듯 안으로 들어가 다이너마이트로 화약고와 무기고는 물론 군영 자체를 폭파하는 일을 했다. 이것이 우렁이 두렁 넘는 전술이란 것인데, 그러려면 개인기가 신출귀몰해야 했다. 일본군은 사무라이 물이 들어 칼, 그러면 앉은뱅이 무엇 자랑하듯 너도나도 한가락씩 하려했다. 도쿠자는 그런 놈들을 고양이 만난 쥐로 만들어야 했다.

조동희는 중국 삼호(三湖)에 은신하고 있는 무협 씨요시(肖續) 협사를 유비가 제갈량 모시듯 모셔다 도쿠자 무술교수로 삼았다. 당랑권은 몸을 푸는 준비운동으로 수련 전에 한 번 뛰고 형의권, 팔괘장, 태극권, 기문둔갑에 이르기까지 내가권 위주의 무술을 익혔다. 

3년쯤 연마하고 나니, 물론 개인차는 있지만 대원들이 흔히 강호를 떠돈다는 무림의 고수 못지않은 절대강호의 무공이 갖추어졌다. 내가권은 내공을 기르는 것이라 깊이 들어가면 눈에 들어오는 실체 있는 것들이 실체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하나 자연은 역동적인 것으로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변화한다. 씨요시 협사의 말을 압축하면 상성상반(相成相反)의 이치가 무의식 속에서 작용하게 되는데, 거기서 좀 더 깊이 수련하면 천기비문(天機秘文)의 문에 들어선다는 것. 정중동, 동중정 속에서 외부에 존재하는 실체와 내부의 영감을 통한 실체가 일체를 이루면 초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는 것이다. 날아오는 총알을 받고, 몸뚱이가 독수리처럼 쏜살같이 날아 몸을 변신술로 위장하면 상대방이 시력을 잃고 허둥댄다는데, 그런 대원이 다섯 사람만 되어도 일본수비대 작살내는 것쯤 일도 아니라고 여겼다.

일본수비대의 경비가 아무리 삼엄해도 화약고를 폭파하고 병영을 잿더미로 만든 사건이 나날이 이어졌다. 놈들은 조선독립군 소행으로 보고, 독립군 행적만 서캐 훑듯 훑었다. 하나 도쿠자 특전사단 단서는 눈치조차 못 채고 혹 금품을 노린 마적들의 짓인가, 그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고 나서 일본수비대는 중국이 전쟁을 하면서 수없이 우려먹은 ‘이이제이’ 전법을 쓰기로 했다는 소문이 들렸다. 낭인 출신 나카노 타스(中野淸助)가 쑹화장(松花江) 상류 창장하오(長江好)라는 비적 두목한테로 가 창장하오를 구워삶아 텐락(天樂)이란 이름으로 의형제를 맺었다. 그래서 창장하오는 악질적인 친일 마적이 되었고, 왜놈 낭인 나카노 타스는 지린성(吉林省)에서 벌목업을 했다. 거기에 총독부 경무국장 마루야마 쓰루기치(丸山鶴吉)가 끼어들었다.

총독부에서 경무국장에 오를 만큼 관록이 붙은 마루야마 쓰루기치를 창장하오에게 보내니 창장하오를 말랑말랑하게 주물러 비적 참모가 되었다. 여기에 ‘시베리아 오기주’라는 이름을 갖고 카바레 접대부 행세를 한 일본 여자 스파이 야마모토 키쿠코(山本菊子)까지 합세해, 스파이부대로 알려진 일본군 제12사단을 끌어들였다. 30여 명 남짓 되는 도쿠자 특전단의 활동이 일본군을 전대미문의 긴장상태로 몰아넣었다. 일본군 진영에서 도쿠자 사단을 불령선인(不逞鮮人)이란 이름을 붙이면서 일본군 19사단까지 투입되어 대대적인 섬멸작전에 돌입했다.

이것이 ‘훈춘사건’이다. 조동희가 이끈 ‘도쿠자 특전사단’이 한반도와 만주내륙에 나와 있는 일본군을 초긴장상태로 몰아넣었다. 일찍 만주에 배치된 일본군수비대와 일본군 12사단, 19사단, 창장하오가 이끈 비적의 무리까지 광분상태로 조선족반일단체와 조선군중 검거와 학살이 백결 치 듯 휘몰아쳤다. 방화, 강간, 소탕의 소용돌이 속에 도쿠자 특전사단은 무예가 고단이라 상대방의 움직임에 따른 이치대로 35(三十五)계의 트릭의 원리를 이용해 빠져나갈 수 있었다. 흔히 ‘36(三十六)계 줄행랑’이라는, 맨 마지막 36계가 도망치는(走爲上) 전술이었다. 무예의 고단자가 등을 보이고 도망간다는 것은 퍽 부끄러운 일이나 무림의 세계에서는 도망가는 적수를 쫓거나 공격하지 않고 달아나게 놓아준다. 하나 일본군은 무예의 품격과 도리를 지키는 무도(武道)집단이 아니었다. 조동희는 동지 몇 명과 훈춘현 징신진(敬信鎭)으로 몸을 피했다. 조선족이 많이 모여 부락을 이룬 러시아 연해주 크라스키노(Kraskino)로 가는 길인데, 일본수비대가 뒤에 바짝 따라붙었다. 

연세 많은 조동희의 등을 일본군이 쏘아대는 아리사카 소총 탄알이 관통하는 총상을 입었다. 호위하고 가던 동지들이 곧 뒤돌아서 맨주먹으로 일본군이 난사해대는 총탄 속을 뚫고 들어가 여덟 놈의 일본군을 그 자리에서 목을 쭉 뽑아버렸다. 그리고 곧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으로 이토 히로부미의 가슴에 3발의 브러우닝 권총 구멍을 내러가던 가던 길에 잠시 머물렀다는 초가집으로 몸을 피했다. 하나 조동희는 안타깝게 숨을 거두고 말았다. 

[불교신문3360호2018년1월13일자] 

글 신지견 그림 배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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