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사찰이라는 말 하나에 담긴 사연이 참 많네요. 어디에서 온 말이고 어떻게 다른가요?

부처님 당시 ‘죽림정사’서 유래
빨리어 ‘테라’ 신라 ‘모례’ 설도
기능에 따라 ‘~사’ ~‘암’도 있어

그렇지? 네가 물어온 덕분에 할애비도 하나하나 짚어가며 새기는 재미가 쏠쏠하구나. 자, 그러면 도량(道場)은 무슨 말일까? 도량은 산스크리트어 ‘보디만다라(bodhimanddhala)’에서 온 말인데 깨달음을 이룬 거룩한 자리를 가리켜요. 부처님이 우루벨라 마을 네란자라 강가에 있는 붓다가야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으셨잖아. 그곳을 이르는 말씀이었어. 이제는 스님들을 비롯한 수행자들이 공부하는 곳을 이르는 말이 됐지만. 

절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살아계셨을 때 생겼어요. 불교가 일어났던 기원전 6세기 초기 수행자들은 사는 곳이 없이 이리저리 떠돌았어. 그러나 부처님은 비가 많이 내리는 여름 석 달 동안은 떠도는 것을 멈추고 한 곳에 머물며 수행을 하는 것이 좋다는 안거제도를 만드셨지. 그 뒤로 스님들은 비가 많이 내리는 여름 석 달 동안은 숲에 머물며 수행을 했어. 그러다가 믿음이 깊은 가란타 장자가 마가다국 빔비사라 임금이 내놓은 숲에 오두막 예순 채를 지어 승가에 바쳤어. 이렇게 해서 불교사에서 처음으로 절이 생겼는데 이름이 ‘죽림정사’야. 대나무 숲에 있는 맑은 집이라는 말이지. 겨우 비와 바람을 가릴 수 있는 아주 조촐한 집이었다고 하는구나. 정사(精舍)는 산스크리트어 비하라(vihara) 뜻을 드러낸 한자말로 스님들이 말갛게 정진하는 집이라는 뜻이야. 

그러면 절이라는 우리말은 어디서 왔을까? 먼저 빨리어 ‘테라(thera, 僧院)’에서 왔다는 얘기가 있어. 테라→데라→트레→털레→털→덜→절처럼 입말이 거듭 바뀌면서 절이 됐다는 거지. 또 신라 스님 아도화상이 처음 불교를 가지고 들어와 숨어 지낸 ‘모례(毛禮)’네 집에서 ‘모례’를 우리말로 ‘털례’라고 하다가 ‘털’이 ‘덜’로 바뀌며 ‘절’이 됐다는 얘기도 있고. 그런가하면 절을 많이 해서 ‘절’이라고 부르게 됐다는 얘기도 있어. 우스갯소리처럼 들리지만 있을 수 있는 말씀이야.마지막으로 암자(庵子)는 뭘까? 산에 있는 작은 절이나 토굴을 가리키는데 이름을 달아 부를 때는 일지암이니 백련암이니 하면서 암(庵)이라고 부르지. 절은 대중, 여러 스님이 어울려 머물려고 지어서 불상을 모시고, 설법을 하는 법당이 있어요. 더구나 ‘사’라고 이름 붙은 절이라면 모름지기 탑이 있어야 했다는구나. 옛날에는 불상을 모시지 않고 사리를 모신 탑이 절 중심이었기 때문이지. 그런데 ‘암’은 스님이 수행을 하려고 지은 집이야. 그래서 탑은커녕 재가 불자들이 참배할 수 있는 곳조차 없는 암자가 적지 않아요. 

[불교신문3360호/2018년1월13일자] 

변택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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