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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스님] 평창 극락사 주지 자용스님평창올림픽 위해 앞치마 두른 ‘월정사 셰프 스님’

월정사명상마을 앞 ‘스미타’
전 세계인에 사찰음식 선뵈 

BBS 불교방송 간판프로그램 ‘룸비니 동산’ 진행자로 유명한 자용스님은 ‘우리 아이들’이란 표현을 자주 한다. 20여 년 세월 동안 유치원 아이들과 벗하고 어린이포교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덕분에 ‘스님의 아이들’은 수천명에 달한다.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평창동계올림픽이 한달 앞으로 다가오자 자용스님은 기대반 설레임반, 마음이 바쁘다. 평창 극락사에서 20년 넘게 주지로 살면서 누구보다 ‘평창사랑’이 지극한 스님이 월정사 입구 오대산 상가에 문 연 사찰음식점 ‘스미타(Smita)’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날이 당장 코앞이다. 자용스님의 손맛은 이미 검증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숱한 위원들이 평창 월정사를 다녀갈 때마다 자용스님이 손수 공양을 준비했고, 이들은 한국의 낯선 사찰음식에 하나같이 엄치척을 치켜세우며 열광했다. 김대중 이명박 등 역대 대통령과 국빈들이 강원도를 방문할 때도 ‘월정사 VVIP 셰프’는 단연 자용스님이었다.

월정사가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40여년만에 수십억을 쏟아 정비한 18곳의 오대산 상가에 자용스님의 사찰음식점이 빠졌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상가 맞은편에는 한국불교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명상마을이 펼쳐져 있다. “스미타요? 산스크리트어로 ‘미소 짓다’는 뜻이에요. 웃으며 사람을 맞이하고, 그 사람들이 우리 음식을 만나 더 크게 웃고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스미타는 단아하고 정갈한 인테리어에 자용스님의 손이 닿지 않은 데가 없을 정도로 스님의 맑은 체취가 묻어나는 정감있는 ‘공양간’이다. 평창올림픽 마스코트인 수로와 반다비 인형도 자리잡고 앉아 손님맞이에 한몫한다. 스미타는 사하촌마다 즐비한 산채비빔밥집과는 품격이 다르고 황태해장국 같은 강원도 흔한 메뉴는 배제했다. “사찰음식이라 하면 시래기장국 김치찜 나물종류가 전부지만 송이를 올려 밥을 짓고 능이버섯 소면으로 디저트를 만들어 내놨더니, 새롭고 세련된 맛과 청량하고 깊이있는 향에 사람들 호응이 높더군요.” 

스미타는 자용스님만의 축적된 노하우와 레시피로 송이와 표고버섯, 우엉 연근으로 솥밥을 앉히고 감칠맛나는 버섯국수를 뽑는 등 일품 식자재로 가장 한국적이면서 자연친화적인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여름 오픈하기 무섭게 평창의 맛집 블로그에 우위를 장식하고 있는 스미타는 평창올림픽 시즌에 가장 핫한 명소가 될 전망이다. 자용스님은 “자연이 만들어낸 고유의 맛을 있는 그대로 손님들에게 전달하려고 늘 노력한다”며 “외국인들이 한국의 전통음식을 맛있게 먹고 고국으로 돌아갈 때 좋은 추억만 가져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스미타에서 나온 수익금 전액은 극락사가 운영하고 있는 연화유치원 운영비와 평창지역 내 어린이포교 활동에 쓰인다. 

사실 자용스님의 ‘전공’은 사찰음식보다 어린이포교다. BBS 불교방송에서 전설의 어린이 프로그램 ‘룸비니 동산’을 무려 23년간 이끌어온 새싹포교의 주역이다. 1990년대 초반 불교방송에 룸비니 동산이 태동할 때 즈음, 스님은 이미 십수년간 전국 주요 사찰을 돌면서 아무도 나서지 않는 어린이 포교에 올인했다. 서울 조계사와 약수암, 관음사, 수국사, 청수암 등 스님이 거쳐간 사찰에는 반드시 어린이법회가 개설됐다. 이같은 풍문으로 불교방송에 캐스팅됐고 룸비니 동산은 불법과 인연맺은 천진동자들이 다시 태어나는 ‘룸비니’가 됐다. 어렵고 지루한 불교경전을 동화구연으로 바꿔서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갔고 국악동요, 찬불동요를 만들어 포교프로그램 연구개발에도 기여했다. 음성과 영상포교로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법회와 수련회를 거침없이 쉬지 않고 열어 나갔다. 

“아이들이요? 하다못해 강아지도 따듯하게 대하고 진심으로 안아주면 붙잡지 않아도 졸졸졸 따라옵니다. 수행자의 위의도 아이들 앞에선 굳이 고집할 이유가 없어요. 가사 장삼을 수한 스님의 모습이 아이들 눈에는 얼마나 어렵고 불편하겠어요. 그저 포근한 두루마기 하나 입고 수시로 보듬어주고 눈 맞추며 이야기 나누다 보면, 어느새 제 무릎까지 올라와서 삭발한 머리를 만져보고 배시시 웃어요. 스님이 높은 자리에 앉은 무서운 어른이 아니라 친구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면, 새싹포교는 거기서부터 시작됩니다.”

나눔과 정성이 포교의 기반
눈높이 맞춘 진심만이 통해

자용스님의 방에는 유독 아이들 사진이 많다. 초등학생 아이들이 절에서 스님과 장난치고 뛰노는 모습이 담겼다. “저기 맨 앞에 웃긴 표정 짓는 말썽꾸러기가 우리 유치원 출신인데 지금 평창경찰서 경찰관 됐어요.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친구는 서울로 ‘유학’갔다가 이번에 평창군청에 공무원으로 취직했고, 맨 뒤에 서 있는 맹꽁이는 벌써 시집가서 딸래미가 우리 유치원에 다니고….” 스님은 천진난만한 그 때 그 시절 아이들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면서 ‘엄마미소’를 지었다. 스님 말에 따르면 강원도청 평창군청에만도 극락사 연화유치원 출신들이 수십명에 달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부처님 말씀이야 거기에 얹으면 금상첨화이고, 우선은 나눔과 정성만이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부모는 부모다운 인성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아이들을 부모 눈높이에 맞추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어려운 절살림에도 연예인을 초청해서 유쾌하고 재미난 라디오 공개방송도 하고 여름과 겨울엔 맛난 음식 해서 캠프형 수련회도 짬지게 했지요. 월정사 관내 유치원생들이 수백명씩 모이면 환희심에 신바람이 절로 났습니다.” 

자용스님과 예능인 이수근의 첫 인연도 어린이 포교 현장에서 이뤄졌다. 당시 잘나가던 김병만이 스케줄 때문에 캠프 진행에 불참하고, 김병만 대신 극락사에 온 사람이 바로 이수근이다. 다짜고짜 전화해서 극락사가 어디에 있냐고 물었던 이수근과 평창에 있지 어디에 있냐고 되물었던 자용스님 사이에 흘렀던 냉기는, 이수근이 극락사에 도착해서 아이들을 엄마처럼 품어주는 자용스님을 보는 순간 훈훈한 온기가 됐다. 

이수근은 지금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어렵고 힘들 때 자용스님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삶에 방향을 잃고 흔들릴 때, 각박한 연예계 생활에서 상처받고 지칠 때마다 스님은 큰누나처럼 친엄마처럼 이수근을 살펴주고 감싸준다. 자용스님은 “착하고 여린 친구인데, 열심히 사는 만큼 가족 모두 건강하길 날마다 기도해 준다”고 했다. 

자용스님은 새해를 맞아 중국 고전 예기(禮記)에 나오는 ‘욕불가종(欲不可從)’을 강조했다. “인간의 탐욕은 한량없으니 절제하지 않으면 화(貨)를 입는다는 뜻입니다. 요즘 세상에서 꼭 생각해야 할 문구입니다. 욕심을 따라가지만 않는다면 세상은 평등할 것입니다. 어른들은 욕심을 줄일 줄 아는 지혜를 우리 어린이들에게 가르쳐 주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어른들이 의무를 다하고 있는 걸까, 다들 생각해 봐야 합니다.” 자용스님은 종단의 백년대계가 포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에 그칠 뿐, 실질적인 포교정책으로 현실을 뒷받침하고 있는지,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올초 26년만에 문을 닫은 중앙승가대 부설 보육교사교육원에 관한 이야기다. 2001년부터 교육원장을 맡으면서 그동안 2300여명의 보육교사를 배출해온 자용스님은 “어린이 포교가 중요하다고 구호만 외칠 뿐, 정작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공간과 교육하고 양성하는 기구가 없는데 어찌해야 할까요. 둥지가 있어야 새 싹이 트고, 싹이 자라야 출가를 하든 건전한 불자로서 결실을 맺을 텐데…. 불교계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일할 교사를 양성하는 보육교사 교육원 규모는 기독교 시설에 비하면 새발의 피인데 그것마저 문을 닫았으니….” 

20년 웃도는 기나긴 세월을 한결같이 라디오를 통해 아이들과 소통하고, 유치원 학부모들, 다 커버린 유치원 출신들까지 살뜰하게 챙기면서 평창을 그들만의 극락으로 만들어놓은 극락사 주지 자용스님. 스님은 오늘도 라디오 방송을 하고 유치원 원생들을 만나고 스미타로 달려가 앞치마를 두르고 분주한 시간을 보낸다. 빙긋 웃는 스님 특유의 표정을 짓고 포교로 시작해 포교로 끝나는 하루를 산다.  

자용스님은…
1985년 범어사에서 구족계를 수지했다. 1993년부터 평창 극락사 주지로 부임하면서 경내에 연화유치원을 개원해서 현재까지 수천명의 불자들을 양성했다. 23년간 BBS 불교방송 간판프로그램인 ‘룸비니 동산’을 진행하면서 어린이포교의 선두주자로 활약했다. 불교방송 룸비니 동산은 한국방송프로듀서상 라디오 진행자 부문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전국 주요 사찰에서 라디오 공개방송을 하면서 어린이 포교의 위상을 강화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현재 불교방송 ‘최고의 하루’를 진행하고 있으며, 월정사 앞 오대산 상가에 사찰음식전문점 ‘자용스님의 스미타’를 열어 문화포교에도 앞장서고 있다. 국가공인기관인 중앙승가대 부설 보육교사교육원이 올 초 폐원될 때까지 16년간 원장소임을 맡았다. 

[불교신문3360호/2018년1월13일자] 

평창=하정은 기자  tomato77@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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