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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릇의 밥에 ‘삶’이 담겨있다대구 ‘자비의 집’ 무료급식 현장
  • 대구 = 여태동 기자
  • 승인 2018.01.1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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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무료급식을 진행하는 대구 자비의 집에서 점심을 나누고 있는 모습.

매주 월요일서 금요일까지

600여명에게 식사 한끼 제공

“부족한 재원과 봉사자 시급”

 

# 오전 9시

겨울 한파가 절정에 이른다는 소한이었던 지난 5일 대구광역시 보현사 인근 자비의 집(대표 효광스님, 동화사주지). 하지만 매서운 추위가 조금은 누그러진 듯한 날씨다. 양지에 햇볕이 스며오르는 오전 9시가 넘자 보현사 언덕을 오르는 계단에 어르신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옷깃을 여미고 오는 모습으로 봐서 지역 어르신들인지, 노숙인들인지 분간은 가지 않지만 삼삼오오 행렬을 이루어 햇볕을 쪼이는 모습은 스산한 날씨마냥 을씨년스럽다.

“어르신 아직 식사시간이 되자면 한참 멀었는데 일찍 오셨네요.”

“뭐, 할 일도 없고요. 밥 나오는 시간 기다리는 게 기분도 좋아 일찌감치 와서 기다리고 있지요. 저기 보세요. 밥 되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거 보면 힘이 난다니까요.”

밥을 기다리는 사람들. 그들에게 밥 한 그릇은 단순한 밥 한그릇 이상의 그 무엇이 들어있는 듯했다. 무슨 이유로 무료급식장을 찾는지는 몰라도 이들은 이곳에서 한 끼의 공양으로 하루라는 삶의 자양분을 얻고 있었다.

# 오전 10시

점심공양을 하기 위한 움직임이 부산하다. 자비의 집 안에서는 자원봉사자 20여명이 쌀을 씻고 국을 만들기 위한 무채를 썰고 있다. 몇 가지 야채도 도마에서 잘라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매일 점심을 먹기 위해 오는 인원은 평균 570여명이라고 자비의 집은 파악하고 있다.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이른 새벽부터 시장을 봐야 한다.

이 일을 20년째 하고 있는 사람은 장춘강(74)보살. 자비의 집 산증인이다. 1999년 IMF 한파가 몰아친 이듬해 대구지역에 늘어나는 노숙인들의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조계종 제9교구 대구광역시 신도회가 나섰다. 초대회장이었던 고(故) 최동원회장이 발의해 시작해 2000년에는 현판식도 가졌고, 비영리 단체로 국세청에 등록도 했다.

그 과정을 다 지켜 본 장 보살은 봉사부장을 맡아 지금까지 새벽시장을 보는 것부터, 배식과 질서유지, 음식관리 등 일체의 무료급식과 관련된 일을 했다. 그가 받은 봉사료는 교통비 정도일 월 10만원 정도다.

요즘은 관절이 안좋아 약봉투를 끼고 살면서도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자비의 집을 나온다. 장 보살은 “이제는 나이가 들어 언제까지 봉사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충분한 예산이 확보되어 안정적인 무료급식이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 오전 11시 30분

본격적인 배식이 시작됐다. 큰 양푼에 담긴 밥에서 김을 무럭무럭 솟아오른다. 고기가 든 국 통에서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알루미늄 식판이 나눠지고 일찍 줄을 선 어르신들이 반찬과 밥, 국을 배식받는다. 이 사람들이 기다린 시간은 2시간30분이 넘는 시간이다.

1국 3찬 이상으로 구성된 식판 하나를 받기 위해 이들은 2시간30분을 기쁜 마음으로 지불한 셈이다. 밥을 받는 순간 저마다의 입에서는 알 듯 모를듯한 미소가 번진다. 그 마음을 아는 듯 자원봉사자들은 주걱으로 듬뿍듬뿍 밥을 꾹국 눌러 식판에 담는다.

밥을 배식하는 사이에도 줄을 서는 인원은 계속 늘어났다. 처음에는 자비의 집 주변을 한바퀴 돌더니 골목길을 내려가 보현사 법당 마당으로 긴 꼬리를 잇는다. 이어 법당근처까지 휘돌더니 보현사 입구까지 행렬이 이어진다. 이렇게 길게 선 줄을 선 사람들에게 배식이 다 이루어질까하는 걱정이 앞서서 배식하는 봉사자에게 살짝 물어보았다.

“배식이 한 시간이라는데 줄이 엄청 서 있어요. 오신 분들에게 다 배식할 수 있나요?”

“어떻게 해서라도 오시는 분들에게는 다 드려야 해요. 오시는 분들에게 한 끼의 공양을 안 드리고 돌려보낼 수는 없잖아요. 밥을 더 해서라도 줄이 끊어질 때까지 배식하는 게 원칙입니다.”

# 오후 1시

12시30분까지 배식시간이지만 30분 넘게 배식이 이루어졌다. 자비의 집 옆에 설치한 임시천막에는 몇 사람이 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일어나곤 했다. 오후1시가 넘어서자 행렬의 끝이 보였다. 잠시 후면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행렬이 끊어질 것 같다. 자비의 집에서는 회를 거듭할때마다 늘어나는 인원 때문에 걱정이다.

자비의 집 박재준간사는 “대구시의 지원을 받아 급식을 제공하는 인원은 370명분이며 이 예산은 오로지 음식을 준비하는 비용 뿐이라 늘어나는 인원을 감당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무료급식에는 20여팀(1개팀 20여명) 400여명이 순수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자비의 집을 찾다보면 자연스럽게 후원자가 될 수밖에 없다. 부족한 인력과 예산 때문에 ‘발등에 불’을 본 자원봉사자들이 나선다. 봉사와 더불어 후원하며 고된 일을 하고 있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언제나 미소가 번져난다.

자비의 집 시설장 심담스님(보현사주지)는 “매일 600여명에 달하는 어르신들에게 점심을 제공하기 위한 재원과 후원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지역 불자님들의 관심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음식을 받은 한 어르신이 공양을 하기 위해 천막으로 향하고 있다.

대구 = 여태동 기자  tdyeo@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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