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무료급식 현황은…

밥 한 끼는 단순히 먹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생계 곤란으로 끼니를 챙기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밥 공양은 그 어떤 공양 못지않게 큰 의미를 지닌다. 사진은 노인들을 위해 따뜻한 밥 한 끼를 공양하며 부처님 자비정신을 전하는 원각사 노인무료급식소 모습. 불교신문 자료사진.

배고픈 사람에게는 먹을 것을
주는 일은 큰 복을 부르는 공덕

소외된 이들을 위한 밥 공양은
그 어떤 공양 못지않게 큰 의미

사찰에서는 좋은 음식을 만들어
공양하는 것을 공덕으로 여겨

“사문 바라문이나 여러 가난한 이들에게 베풀어주되, 밥을 필요로 하는 이에게는 밥을 주고, 음료수가 필요한 이에게는 음료수를 주며, 의복, 음식, 평상, 침구와 질병에 필요한 약품과 집, 성 등을 필요로 하는 것을 모두 주면, 이와 같이 하는 것을 든든하지 못한 재물에서 든든한 것을 찾는 것이라고 한다.”

부처님께서는 <증일아함경>에서 보시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배고픈 사람에게는 먹을 것을 주고 목이 마른 사람에게는 물을 주며 아픈 사람에게는 약을 줄 수 있는 것은 큰 복을 부르는 공덕이 된다는 뜻이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그들이 필요한 것을 나누는 일이야말로 보시가 갖는 참된 공덕이라고 할 수 있다.

밥 한 끼는 단순히 먹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먹는 문제는 곧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생계 곤란으로 끼니를 챙기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밥 공양은 그 어떤 공양 못지않게 큰 의미를 지닌다. 예로부터 사찰에서는 공양의 공덕을 높게 평가했다. 타인을 위해 정성껏 좋은 음식을 만들어 공양하는 것이 다른 그 무엇보다 귀한 공덕이라고 여겼다. 사찰에서는 수행의 한 방편으로 스님들 스스로 공양주를 자청하기도 한다. 공양을 올리는 것이야말로 타인을 위한 자비행의 시작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2018년 무술년 새해가 밝았지만 여전히 우리사회에는 따뜻한 밥 한 끼 해결하기 어려운 이들이 존재한다.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꿈과 희망을 키우는 새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하루하루 끼니 걱정으로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공양을 나누는 불교의 전통은 시대를 뛰어넘어 사회로 확산되고 있다.

온 나라가 어려움을 겪었던 IMF 시기를 전후해 많은 사찰과 불교 단체들은 굶주린 이들을 위해 밥 공양을 올리기 시작했다. 무료급식을 통해 노숙인과 소외계층에 따뜻한 밥을 전하며 자비를 몸소 실천한 것이다. IMF 이후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찰과 불교 단체들은 전국 곳곳에서 무료급식을 펼치며 부처님 자비사상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형편이 어려워 끼니를 해결하기 힘든 독거노인과 노숙인 등을 위한 무료급식은 단순히 밥 한 끼를 나누는 일을 넘어 불자로서 큰 공덕을 짓는 일이다.

전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교계 무료급식소 가운데 대표적인 곳이 서울 원각사 무료급식소다. 원각사 무료급식소는 지난 1993년 탑골공원에서 끼니도 때우지 못한 채 소일하는 노인들을 위해 밥을 나눠주면서 시작했다. 하지만 IMF로 중단될 위기에 처했고 이후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에서 위탁받아 지속했다. 지난 2015년 3월 무료급식이 중단될 상황에 처하자, 서울 심곡암 주지 원경스님이 원력을 내어 지속적으로 무료급식을 펼치고 있다.

원각사는 매일 오전10시부터 오후2시까지 탑골공원 뒤에 자리한 급식소에서 200여 명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며 자비행을 실천하고 있다. 안양 삼막사는 매주 일요일 경내에서 등산객들을 대상으로 국수공양을, 평택 명법사는 매주 토요일 평택역에서 노숙인을 대상으로 무료급식을 실시하며 자비행을 펼치고 있다. 인천 능인사도 매주 일요일 경내 공양간에서 무료로 국수공양을 실시하고 있다. 청주 조계종주지협의회는 지난 1993년부터 매주 일요일마다 청주 중앙공원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무료급식을 펼치고 있다. 꾸준한 봉사를 펼치며 지난 20년 동안 1000회가 넘도록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강릉 관음사와 포교사들이 주축이 된 행복나눔 봉사회는 매주 일요일 사찰 경내에서 무료로 국수를 배식하고 있다. 동화사복지재단은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대구 보현사 앞 자비의집에서 무료급식을 펼치고 있으며, 능화사와 마음이아름다운재단은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대구 능화사 등에서 무료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제11교구본사 불국사도 경주 성림동에서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다.

거창군삶의쉼터에서는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노인과 여성,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무료급식을, 김해불교사암연합회도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가야불교문화원 무료급식소에서 무료급식을 진행하고 있다. 부산 혜일암은 지난 2000년부터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 부산 지하철 구서역에서 무료급식을 실시하고 있으며, 울산 정토사도 지난 2004년부터 무료급식소를 통해 지역 노인들을 위한 자비행을 펼치고 있다.

자비신행회는 광주 동구 일원에서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독거노인과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무료급식을,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은 고시촌 청년들을 대상으로 청년식당을, 매주 토요일은 소외계층 청소년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신나는 가족 레스토랑을 각각 실시하며 소외이웃을 위해 음식을 나누고 있다. 또 매월 2~3회 십시일반 밥차를 운영하며, 보육원과 아동센터를 방문하는 간식 밥차도 운영하고 있다.

광주 대해노인복지센터는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대해행복밥상’을 통해 무료급식을 실시하고 있으며, 화순 연꽃세상도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만연사 경내에서 연꽃세상 경로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사찰과 불교단체로 구성된 전북불교네트워크는 전주 전북생명평화센터 내 생명평화밥상에서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지역 노인들을 대상으로 무료 급식을 펼치고 있다.

원각사 무료급식소를 이끌고 있는 원경스님은 “이웃을 위한 공양은 수행의 한 방편이자 복과 지혜를 함께 쌓는 복혜쌍수의 의미를 갖고 있다. 많은 봉사자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해 보시행을 펼치는 모습을 보면 보람도 크다”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 전국 사찰과 교계 단체에서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다. 불자들도 십시일반 정성을 보태주거나 관심을 갖고 참여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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