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에서 꼭 한번 가봐야 할 곳 가운데 하나 세렝게티. 캠핑장으로 들어가는 길에 지평선 너머 해가 서서히 넘어가고 있는 모습.

탄자니아에서 꼭 한번 가야되는 곳을 뽑자면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높이를 자랑하는 킬리만자로(Kilimanjaro)산과 유로피안들의 허니문 여행지 1순위로도 꼽히는 잔지바르(Zanzibar) 섬,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렝게티(Serengeti) 이다. 세렝게티(Serengeti)를 가기로 마음먹고 난 후 특별히 기대감을 갖진 않았다. 

“그래도 세렝게티니까 가봐야지”라는 마음이 더 컸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시기와 날씨, 계절에 따라 볼 수 있는 풍경이 바뀌고, 그것은 본인의 운에 맡겨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뒤에는 일부러 기대를 품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세렝게티는 아직까지도 내게 강렬한 여운으로 남아 있다. 

때는 10월 중순이었고, 세렝게티의 한 가운데로 진입하는 과정부터 만만치 않았다. 지독한 건기로 인해 세렝게티로 들어가는 울퉁불퉁한 비포장 길에는 모래 먼지가 가득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세렝게티에 도착하니 해가 서서히 넘어가고 있었다. 캠핑장으로 들어가는 길에서 만난 동물들에게 한 눈이 팔려 있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지평선을 바라봤다. ‘이 곳은 얼마나 넓은 곳일까’ ‘내가 지금 하늘과 얼마나 가까이에 닿아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광활한 대지를 덮고 있었다. 

내 생각들 아래에는 연두빛과 금빛을 띄는 초원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고 내 생각들 위로는 아름답게 펼쳐진 구름들로 채워진 하늘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사이 끝도 없이 펼쳐진 초원과 구름으로 뒤 덮인 하늘의 경계에 그날의 붉은 해가 천천히 색을 뽐내며 하루를 마감하고 있었다. 

세상의 온갖 감탄사를 내뱉고도 완벽히 표현하기에 부족했다. 진정 내가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이 그렇게나 행복에 겨울 수 없었다. 감히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아름다운 장소’라고 정의 내릴 수 있을 만큼 충분했다. 할 수 있다면 시간을 빚내더라도 계속해서 바라보고 싶고 끊임없이 마음속에 새기고 싶은 광경이었다. 

사실 세렝게티에 도착한 날부터 사흘 동안 날개 뼈 부근에 담이 심하게 걸려 고생을 하기도 했다. 또한 세렝게티 한 가운데 캠핑장에서 텐트를 치고 자다가 한 밤의 동물 울음소리를 들어 겁을 먹기도 했다. 야영 중에 비가 많이 내려 잔뜩 젖은 신발을 신는 것도 여간 보통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모든 불편함과 고생거리들은 세렝게티를 내 눈에 담았다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불교신문3359호/2018년1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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