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만3500명 보국사 다녀가 스님, 불자들 많은 후원 절실"

연 1만3500명 보국사 다녀가
법회 때 간식 준비하는게 일
스님 불자들 많은 후원 절실

지난 12월16일 창원 해군교육사령부 보국사에서 혜능스님<사진>을 만났다. 해군교육사령부는 논산 육군훈련소와 유사한데, 신병교육뿐만 아니라 장교, 부사관 등도 이곳에서 특기교육을 받는다. 그렇다보니 신병, 수병들과 부사관, 장교 등 다양한 계층이 보국사 법회에 참석한다. 연간 참석인원이 1만3500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2016년 임관한 혜능스님은 해병대 법당을 거쳐 보국사로 왔다. 스님은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 오전, 오후에 법회를 보고, 재일과 초하루 법회는 인근 군법당에서 봉행한다. 인성교육, 사생관 교육, 언어순화교육, 면담 등을 하다보면 한 달이 훌쩍 지난다.

“법당에 오는 수병들을 보면 애틋하고 안쓰러워요. 상담을 신청하는 수병들도 있고, 찾아가는 면담 시간도 있어 대화를 하다보면 어떻게 하면 잘 해줄까 하는 생각만 들어요. 제대 후 어떻게 살지에 대한 고민부터 가정폭력이나 학생 때 왕따 경험으로 힘들어하기도 해요. 결국엔 마음의 힘을 길러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또 배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장기간 생활하는 것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수병들은 6주 교육 후 바로 배를 타는데, 6개월 이상 배에서 지낸다. 낯설고 좁은 환경에서 멀미까지 하다보면 심신이 지치기 마련이다. 그래서 스님들은 수병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훈련으로 몸은 단련됐을지언정 정신적으로는 고갈되기 쉬워요. 종교 활동은 메마른 정서를 풍부하게 해주는 시간이에요. 마음의 근육을 키워주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스님은 군포교가 중요한 이유는 청년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요즘 웬만한 사찰에서 20대 만나기가 하늘에 별 따기지만, 군법당 만큼은 예외다. “한 수병은 가족은 교회 다니는데 자신은 법당에서 위안을 얻는다며 나오더라고요. 부모님이 전화 와서 통화도 했어요. 해병대에서는 출가하고 싶다는 수병도 만났고요. 군법당에서 만난 수병들이 제대 후 신실한 불자가 될 거란 기대보다는 지금 씨앗을 뿌린다고 생각해요. 10년이 지나서 나를 편안하게 해준 종교를 떠올리며 불교에 귀의할 것이라 믿고 활동합니다.”

스님은 젊은 장병들과 소통할 젊은 군승의 중요성도 이야기했다. 군포교 현장에서 보니 말 안 해도 이해할 수 있는 또래공감이 절실하다. “수병들과 얘기하다보면 그 심정이 이해돼요. 저 역시 훈련을 받았고, 승가대학에서 더 길고 힘든 단체생활도 해봤잖아요. 그래도 한계는 있어요. 10년 이상 차이가 나다보니, 제가 많이 내려놓고 다가간다고 해도 아이들은 이모랑 얘기하는 기분이지 않을까요.(웃음)”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군법당에서는 간식이 최고다. 스님이 법문을 하지만 수병들 집중력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간식을 먹으며 즐기는 잠깐의 휴식이 수병들에겐 오아시스와 같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초코과자가 있어요. 초코파이 먹다가 오예스, 몽쉘통통 먹으면 새롭잖아요. 수병들이 오면 ‘스님 교회에서는 00버거 주는데 우리도 주세요’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럼 저도 마음이 짠해요. 다른 종교랑 비교하려는 뜻보다 이왕 절에 오는데 맛있는 걸 먹고 싶다는 간절함 때문에요. 저 역시 법당에 오는 수병들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것을 주고 싶고요.”

법당에서 웃고 떠들며 즐거워할 수병들을 생각하며 스님은 열심히 시주를 받는다. 특히 비구니 스님들이 힘이 돼줬다. “강화 해병대 군법당에 있을 땐 강화 백련사 비구니 스님들이 20년 째 후원하고 계세요. 그 때 비구니 스님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는 걸 깨달았어요. 지금도 전국에 계신 스님들이 도와줘요.”

하지만 도움은 늘 절실하다. 보국사만 해도 1주일에 600명가량이 다녀간다. 매번 다른 법문을 준비하는 것도 일이지만, 간식비를 마련하는 게 스님에겐 과제다. “군 복무중인 청년들은 많은 분들의 아들, 조카, 손자잖아요. 나라를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청년들을 위해 스님과 불자들이 마음을 내주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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