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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2 (2018).7.2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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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불교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시·시조] 이윤순/애

                                          이윤순

설마에 
속아 산 세월
어느 덧 팔십 여년
태워도 
안 타더라
끓여도 안 익더라
아파도 
끊기지 않는 너 북망산은 끊어 줄까

세상에 
질긴 끈이
천륜 말고 또 있을까
노구의 
어께 위에
버거운 짐 덩이들
방하착(放下着)
할 수 없으니 착득거(着得去) 할 수 밖에

시 당선소감 / 이윤순

이윤순

도전의 맛은 꿀맛이다

2017 정유년은 내 생에서 말끔히 삭제해 버리고 싶을 정도로 괴롭고 고통스러웠던 해였다. 어서 빨리 지나가 버렸으면 했었는데, 부처님은 결코 나를 버리시지 않으셨는지 뜻밖에도 나의 절실한 희망사항이었던, 불교신문 신춘문예 당선이란 행운의 소식을 안겨 주셨다. 글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통과 하고 싶어 하는 관문이기에, 늘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해바라기하며  살아오던 중인데, 꿈같은 현실에 놀라 가슴이 두근거린다.

가방끈이 짧은 탓으로 사는 동안 난 늘 위축돼 있어서 글쓰기 취미는 있었지만, 오르지 못할 나무라는 걸 잘 알기에 집에서 혼자서만 긁적거렸지 엄두는 내지 못했었다. 그리고 너무나도 바쁘게 살아 오다보니, 나이 칠십이 넘어 서야 이렇게 도전을 해 행운의 기쁨을 누려 본다.

이제 와서 생각 해 보니 올해는 끔찍한 비극의 해만이 아니고, 희비가 엇갈려 온 한 해가 된 셈이 되었다, 올 해로 9순의 어머님도 가셨고, 단짝이던 친구도 지인 형님도 세상을 떠났고, 칠십년 고락을 같이 하던 나의 밥통(위)도 나만 살겠다고 도마뱀 꼬리 자르듯 떼어 보내어 가슴에 멍든 이 정유년이, 막바지에 와서는 이렇게 나에게 큰 행운으로 마무리 하게 해 준 정유년의 대한 원망이 조금은 누그러진다, 힘들었던 전반전과 외롭고 아팠던 후반전을 거쳐 이제 막바지인생 연장전에서 병마를 벗 삼아 비위 맞춰 달래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 

내 마음의 버팀목은 가족이 우선 이지만, 글 쓰고 시 쓰는 일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일상이며 버팀목 이다. 밤이 길면 긴대로 짧으면 짧은 대로 나에겐 지루 할 일이 전혀 없어 좋다. 날마다 아침이면 지인들과 카톡으로 주고받던 그 좋은 단어들을, 오늘 내가 한참에다 누리는 좋은 하루, 웃는 하루, 즐거운 하루가 되었다. 꿈은 꾸었지만 이루어지리라고는 감히 상상도 못 했었는데, 오늘 이 기분 그야말로 짱! 이다 평생 잊지 못 할 것 같다. 내 생에 대박사건이다

끝으로 졸작을 좋게 평가 하시어 뽑아주신 불교신문 심사위원님들과 불교신문 관계자 여러 선생님들, 그리고 선견지명으로 나를 밀어주시고 용기를 주신 스토리문학의 김 순진 교수님과 편집장 전 명숙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카페 회원님들과 나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나의 가족 친지, 그리고 모든 지인 여러분들과 이 기쁨 이 감격을 함께 누리고 싶습니다. 다시 한 번 불교신문 관계자 선생님들께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당선 소감을 마칩니다.

시.시조 심사평 / 고은 시인 

고은 시인

다시 한번 심신 다하는 시의 길을 찾길

큰 기대 아니어도 기대가 기대로만 끝나는 일은 초라하다. 한 해를 보내면서 읽은 예선 80여 편은 읽는 자의 신세마저 일깨워주었다. 또한 기대 이상의 작품을 만났을 때의 흥건한 기쁨을 다음으로 미루는 애착도 일어났다. 

먼저 응모작품 1천 여 편 가운데서 예선된 80편까지의 단계로 보건대 불교신문 신춘문예의 규모가 이제 문단의 차원으로 방대해진 사실은 놀랍다. 놀라운 한편 이런 양적인 응모현상이 어떻게 그 양을 책임지는 질의 수준의 높이는가를 걱정하게 된다.

시는 누구만의 것이 아니다. 시인은 어느 시대처럼 특별하지 않다. 그러나 시의 진실과 감동은 그토록 아무나 이루어 낼 수 없다. 이 점에 대한 진지한 시인의식을 먼저 갖출 이유가 갈수록 절실해진다.

이상의 몇 마디 고언이 혹시 내년 내후년의 응모에도 참고가 되기를 바란다. 무기명 번호 7번 ‘애(애간장)’과 12번 ‘시’ 그리고 1266번 ‘명조체’를 골라놓고 다섯 번 여섯 번을 읽었다. 지푸라기라도 건져 올리고 싶어서였다. 당선작으로 내세우는 결심은 쉽사리 나지 않았다. 

그러나 한 해 농사를 빈털터리로 되는 것을 막아준 한 편의 시조 운율을 깔아 놓은 전 2연의 짜임새가 정갈했다. 완성도는 숱한 미완성이나 미숙성 바로 뒤에 있었다. 그러나 이 작품이 한 구절로 말미암아 좀 부자연스러웠다. 시속의 화자가 80여 세 운운에 고개가 기울었다. 

‘명조체’는 잘 다듬는다면 틀림없이 풍성한 것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번다한 설명조의 서술을 경계해야겠다. ‘시’는 첫 두 줄의 빼어난 묘사에도 불구하고 그 뒤는 진부하다. 누가 예선 결선 작품을 고르던 응모자의 정진 없이는 당선의 영예는 없을 것이다. 1천여 명 응모자와 80여 명 예선 응모자 그리고 최종 3명 결선 응모자 여러분이 다시 한 번 심신을 다하는 시의 길을 찾길 바란다.

이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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