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문명의 4대 성인이라 일컫는 
석가모니, 공자, 소크라테스, 예수가 
주인공이 돼 좌담회를 개최한다면 
어떠한 모습이 될까

이심전심의 미소로 
서로를 존중하며 인류가 당면한 
현시대의 과제를 풀어갈 
해법에 관해 허심탄회한 
노변정담을 나누시지 않을까?

최근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76세 원로 여배우 나문희 씨가 수상소감으로 “96세 어머니의 하나님과 나문희의 부처님께 감사드린다”고 한 말이 영화제 트로피보다 빛났다고 하며 세간에 화제가 됐다. 집안 식구들 대부분이 기독교 신자인데 본인만 독실한 불자인 원로 여배우의 티없고 당당한 수상소감은 모든 국민들에게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께 유쾌한 공감의 파문을 던졌으니 참 자랑스런 불자이다. 

1997년 법정스님께서 길상사를 개원하실 때 김수환 추기경께서 왕림해 축하말씀을 해 주신 것을 현장에서 인상 깊게 들은 적이 있다. 종교를 떠나 온 국민으로부터 존경받은 두 분, 무소유를 실천하며 평생을 일관하신 두 분이 평생지기처럼 인정하고 격려하는 따뜻한 모습은 종교의 벽을 넘어 잔잔한 감동으로 깊이 새겨졌다. 그 후 2005년 부처님오신날에는 김수환 추기경과 수녀님들을 초대해 ‘길상음악회’를 통해 종교를 뛰어넘은 만남을 갖기도 했다. 참다운 진리의 자리는 서로 부정하거나 대립하는 자리가 아니라 상호 인정하고 비추이는 자리라 아니할 수 없다. 

18세기 말 조선에 천주교가 도입될 무렵 시절 주어사 스님들이 박해받고 ◎⃝기는 권철신, 이승훈 등 천주교 학자 신부들을 받아들여 천주교 교리를 강론케 하여 사찰이 천주교 발상지가 됐던 천진암 스토리를 담은 뮤지컬 ‘생명이 중한디’가 최근 공연돼 큰 호평을 받았다. 아리담선원장 송탁스님이 종교간 교류와 평화 원력으로 공들여 만든 이 뮤지컬은 인류애와 생명 살림의 메시지를 음악과 무용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대해스님이 감독으로 만든 영화 ‘산상수훈’이 최근 러시아 영화제에 초청돼 외국 관계자들로부터 큰 반향과 호평을 이끌어내며 현재 개봉관에서 상영되고 있다. 불교의 보왕삼매론을 연상케 하는 성경의 가르침에 대한 의문을 젊은이들의 노변정담(爐邊情談)으로 풀어가는 구성과 기법은 영화적 재미를 통하여 이 시대 종교적 진리와 구원에 대한 진솔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정유년 끝자락에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언제부터인가 절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나 현수막을 걸며 축하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풍경이 참 너그럽고 따뜻하게 다가온다. 부처님오신날에 봉축 현수막을 걸거나 아기부처를 만들어 축하해주는 성당이나 교회가 늘어나는 현상도 고무적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적활동을 대체하고 무한 발전하여 조만간 슈퍼 인공지능이 인간의 두뇌를 능가하게 될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며 인간의 주체성과 영성을 지켜나가기 위해 종교의 역할과 교류 협조는 필수적인 과제로 보여진다. 

인류문명의 4대 성인이라 일컫는 석가모니, 공자, 소크라테스, 예수가 주인공이 돼 좌담회를 개최한다면 어떠한 모습이 될까. 자기가 당대에 계시를 받거나 깨쳐 선포한 진리만이 2000여 년이 지난 지금 인류를 구원할 절대적 메시지라 주장하실까? 오히려 이심전심의 미소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인류가 당면한 현시대의 과제를 풀어갈 해법에 관해 허심탄회한 노변정담을 나누시지 않을까? 끝도 시작도 없는 하나의 생명 그물망에서 인연생기하고 생멸변화하는 삼라만상을 허공처럼 갈무리하는 부처님 법을 바탕으로 유무도 걸림도 집착도 없는 부처님 마음이 좌장을 맡아 이웃종교와 손잡고 인류구원의 회담을 하는 뮤지컬이나 영화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불교신문3354호/2017년12월16일자] 

손수일 논설위원·법무법인 로쿨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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