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거리상으로 생각하면 아주 가깝지만 국가 간에 정치적인 문제로 더욱 멀게 느껴지는 곳이 바로 중국이다. 중국 소도시 대련에 거주하는 한인들을 위해 마련한 법당이 내년 5월이면 10년을 맞이하게 된다. 그 작은 법당에 그동안 많은 불자들이 인연되어 삶의 고단함을 위로하고 격려 받으며 신행생활을 해왔다. 

영주권과 시민권이 허락되지 않은 중국의 특수한 상황 때문에 중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영원한 이방인처럼 살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이삼년 동안 정치적인 문제로 사업의 규모가 크든 작든 경제적인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전언이다. 그러다 보니 더러는 내년이면 나아지겠지 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한국에 있는 적금 다 해약해 쓰고, 급기야 집까지 팔아서 다 날리고 중국을 떠돌아야 하는 한인들이 많은 실정이다.

이런 어려운 한인들을 생각하면 더 많은 날을 그 법당에서 함께 해줘야 하겠지만 체류하는 종교인에 대한 비자는 더 까다롭기에 법당을 문 닫게 되는 위험이 있을 수 있어 올해는 분기별로 법회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며칠 전,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송년법회를 하기 위해 대련 법당을 다녀왔다. 고단한 해외 생활이라 그런지 이 송년법회가 더욱 의미 있게 느껴졌다. 불자로 인연되어 살다가 떠나는 인연과 새롭게 맞이하는 인연들의 기쁘고 슬픈 감정까지 뒤섞여 통과의례처럼 꼭 지나가야 하는 법회가 송년법회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장학금 전달과 더불어 단체별, 가족별, 또 개인별 장기자랑과 훈훈한 프로그램으로 송년법회를 넉넉하게 채웠었다. 하지만 요즘은 몇 사람이 한 장소에 모이는 자체만으로도 주시의 대상이 되기에 조용한 송년법회로 대신했다. 이런 해외 법당의 유지 발전에 대한 어려움과 불안함 때문에 포교를 외면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더 큰 용기를 가지라는 부처님의 메시지로 간직하며 힘을 내어 본다.

끊임없이 변해가는 시절인연 속에 오고 가는 모든 인연들이 강건하기를 염원하며, 더불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먼 아프리카를 비롯해 해외에서 포교하시는 모든 스님과 불자님들 강건하시기를 불보살님 전에 축원 올린다. 

[불교신문3354호/2017년12월16일자] 

진명스님 논설위원·시흥 법련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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