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 가장 좋은 포교방법은 
‘경제공동체’를 통한 불교 전파
‘무진장’ ‘장생고’가 대표적 사례
불자끼리 교리입각한 경제활동

옛말에 가난한 사람들이 살기 힘든 처지를 비관하며 ‘집도 없고 절도 없고…’라는 표현을 썼다. 과거에는 절에 가면 먹여주고 재워 주었다. 집이 가난하면 아이를 절에 맡기기도 했다. 사찰은 가난한 사람에게 의지처였다.

불교경제공동체는 역사상 많은 사례들이 있다. 중국, 일본, 한국에서는 사찰이 경제공동체의 역할을 한 수많은 기록들이 있다. ‘무진장(無盡藏)’ 같은 금융기관은 대표적인 불교경제공동체였다. 사찰은 방대한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으며 승려 이외에 일반 농민과 노비들이 소속돼 있었고 수공업에 의한 생산활동도 활발했으며 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했다. 사찰의 경제력이 너무 막강하여 중국과 한국에서는 왕권을 위협할 수준까지 됐고 결과적으로 불교를 탄압하는 계기가 됐다. 일본에서는 자본주의가 사찰에 의해 그 기반이 마련됐다는 학문적 관점까지 있다. 박규상 교수는 오사카를 중심으로 탄생된 일본상업자본은 진종에 의해 탄생했으며 일본의 진종은 단순히 종교단체를 뛰어넘어 경제공동체를 형성하였다고 주장했다.

불교경제공동체는 마을을 단위로 구축될 수도 있고, 협동조합 같은 소비자 혹은 생산자의 모임 형태로 성립할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인도는 물론이고, 중국, 한국, 일본에서 사찰이 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부처님도 금융업을 장려할 정도로 불교에서 금융은 바람직한 경제기능으로 간주됐고 사찰이 금융기관의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한 교리적 논란은 없었다. 과거의 금융기관 역할이 반드시 자금을 대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물건을 대여해주고 전당포의 역할도 수행하였기 때문에 오늘날의 은행이나 금융기관보다는 더 넓은 개념이었으며 한 때는 사찰이 국가경제를 위협하는 수준이 될 정도로 성장했다.

대승불교 초기에 기증된 공양물을 활용해 이자를 받는 등 공양물을 증식했고 이를 무진물, 탑무진물이라고 하는데 중국에서 특히 성행했다. 중국 당대에 들어와 화도사에 무진장원이 설치돼 교단활동의 중심이 되며 무진장원은 모금한 금전이나 포를 전국의 사원의 수리를 위해서 제공하고 정관말년에는 무진장원에서 무진장시(無盡藏施)가 행해졌으며 각지로부터 사람들이 모여들었다고 한다. 무진장원은 송대에 이르러 ‘장생고’라고 불리었다.

무진장과 장생고는 근대 자본주의 성격을 띠는 조직이라고 볼 수 있다. 무진장이라는 단어는 사원에서 돈을 늘리는 것을 지칭한 것으로 원금과 이자가 여러 손을 거치는 것이 끝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했다고 한다. 이자 받는 것을 죄악시하고 종교개혁이 이루어진 뒤에도 한참 후에야 겨우 은행이 설립될 수 있었던 기독교 사회에 비추어 볼 때 불교의 이러한 관점은 파격적이라고 생각된다. 무진장과 장생고를 모델로 해 불교은행을 창립하면 어떨까? 과거에는 은행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전국적인 지점망을 갖춘 조직이 필요했다. 지금은 인터넷의 발달로 인하여 은행점포가 없는 인터넷 은행이 허용될 수 있다. 불교은행을 설립한다면 불교경제공동체가 활성화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지난 10년 동안 300만명의 신도가 감소한 불교는 향후 10년간 또 얼마의 신도가 감소할까? 모든 인류가 불자가 돼야 하는 것은 아니고 불교가 개신교와 가톨릭을 이겨야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길을 잃고 헤매는 많은 현대인에게 삶의 지혜를 줄 수 있는 불교교리를 전달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시장자본주의의 시대에 경제 문제에 기초한 삶의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면 종교는 현실을 떠난 구름위의 이야기가 되고 만다. 많은 사찰에서 신도수가 줄어들고 젊은이들이 없는 현실을 두려워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려고 하지만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불교교리의 현대화가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행해져야할 불교계의 과제이지만 가장 좋은 포교활동은 불교경제공동체를 통한 불교의 전파이다.

불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 정보만 정직하게 교환해도 자신에게도 이롭고 남에게도 이로운 자리이타가 된다. 어느 기업의 제품이 좋고 나쁜지에 대한 정보, 음식점에 대한 정보, 각종 점포에 대한 정보, 슈퍼마켓에 대한 정보, 은행 금융상품에 대한 정보 등은 모두에게 필요한 정보다. 생산자 협동조합과 소비자 협동조합을 결성해 삶에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구매활동을 하면 불자끼리 불교교리에 입각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 문화재와 국립공원 입장료에 너무 과다하게 의존하는 사찰 재정의 미래를 위해서도 불교경제공동체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아파트 관리비를 어느 은행을 통해 자동이체 하는가를 놓고 은행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불교은행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꿈꾸어본다.

[불교신문3354호/2017년12월16일자] 

윤성식 고려대 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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