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예능프로그램 ‘내 방을 여행하는 낯선 이를 위한 안내서’에 출연중인 혜민스님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뜨겁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살고 있는 3인조 여성그룹 재지(ZAZI)와 방을 바꿔 생활하는 스님의 모습은 그야말로 ‘신선’ 그 자체. 암스테르담 스키폴 국제공항서점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발견하고는 직원에게 한껏 자기자랑을 하며 ‘인증샷’을 남기고, 저렴한 시장 물가에 놀라 ‘웬일이니’를 반복하며 꽃과 음식을 양손 가득 사들이는 스님의 모습에서 대중은 그동안 삭발염의 수행자에게 가져왔던 ‘무소유’ ‘초연함’ 보다 ‘동질감’ ‘인간미’ 등을 느낀다. 팝송을 부르고 춤까지 추는 등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스님의 색다른 매력에 ‘유소유 혜민스님’ ‘흥부자 흥스님’이라는 별명까지 붙을 정도.

그간 스님들 방송 출연이 간간히 있어왔지만 혜민스님이 ‘내 방 안내서’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일종의 파격’으로 다가온다. 대중이 가졌던 기존 수행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감 없이 깼기 때문이다. 해당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백시원 PD가 방송 전부터 “베일에 가려져 있던 스님의 사생활”이라며 높은 기대감을 드러낸 것처럼, 혜민스님은 ‘전 여자친구에 대해 말해달라’는 네덜란드 친구에게 ‘TV에선 말할 수 없어’ 하면서도 수행자에게도 실연의 상처가 있을 수 있다는 은근한 암시를 남기고, 친구의 초대를 받아 참석한 가족모임에선 “나는 부모님한테 잘 못해 반성을 많이 한다. 난 왜 이렇게 못할까” 고백하며 눈물까지 펑펑 흘린다. 

우리가 매일같이 보고 듣는 방송에서 스님들 출연이 더없이 반갑게 느껴지는 이유는 불교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좁혀주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에서도 아침 일찍 일어나 2시간씩 예불을 올리는 것을 빼먹지 않고,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아주 사소한 것에도 매번 감사해하는 혜민스님의 모습을 보며 대중은 ‘불교 수행자’의 모습을 떠올리는 동시에 스님도 나와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권위를 내려놓고 허물없이 소통하려는 혜민스님의 색다른 모습에서 ‘권위의 종교’보다 ‘소통의 종교’를 본다.

[불교신문3354호/2017년12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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