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5일부터 22일까지 서울 광화문 갤러리 정.

한선영 作

푸른 하늘과 초록 빛 숲이 고즈넉한 법당 안으로 스민다. 오렌지 빛 석양 아래 늘어선 크고 작은 불상은 저마다 말을 건네는 듯하다. 대웅전 안을 지켜보는 노인의 뒷모습에선 애잔함 마저 읽힌다.

사진 에세이 <길이 고운 절집> 저자 한선영 작가가 ‘하루’ 사진전을 연다. 오랫동안 ‘길’과 ‘절’에 탐닉해온 한선영이 여는 첫 번째 개인전이다. 한선영이 그동안 걸어온 길, 머물렀던 절집에서 마주했던 마음 풍경을 ‘하루’라는 프레임 속에 담아냈다.

작가에게 ‘하루’라는 시간은 그가 주목해온 ‘길’과 ‘절’만큼 특별하다. “길이란 일상적 길(路)인 동시에 수행의 길(道)이다”라고 말하는 작가는 그간 길의 단순한 형태가 아닌 길이 주는 느낌과 울림에 주목해왔다. 사색과 관조의 시간을 갖기 위해, 스스로의 내면을 돌아보기 위해 절에 머물고, 절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지만 사찰 그 자체보다는 안팎에서 만난 풍경과 자기 내면에 귀 기울여 온 작가가 색다른 방식으로 마음 풍경을 전한다. ‘느림의 미학’에 주목해온 만큼 한선영의 사진은 그래서 강렬 대신 은은과 여운에 더 가깝다.

한선영 作
한선영 作

작가는 말한다. “하루는 매일 반복되는 24시간이기도 하지만 생성과 소멸, 생과 사, 시작과 끝이 이어지는 순환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루의 순환은 계절의 순환, 인생의 순환과도 맞닿아 있다. 절에서의 하루, 오늘 걷고 있는 이 하루는 결국 인생의 소중한 한 순간이다.”

때로는 길에서 벗어나야 보이는 것이 있다. 사라진 후에야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것도 있다. 매일 반복되는 ‘하루’도 마찬가지. 끝없이 반복될 것 같은 매일이, 그럭저럭 늘 똑같은 일상이 갑자기 사라지고 나면 그제서야 우리는 깨닫는다. 평범해서 더 특별한 ‘하루’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를 길치, 사람치, 마음치라 칭하는 작가는 “인생길에선 누구나 길치일 수밖에 없다”며 “나 또한 매번 길을 헤매지만 오히려 덕분에 더 많은 경험과 생각을 얻게 된다”고 말한다. 이번 첫 개인전에 대해서 “삶의 길치인 사람들이 공감과 위로를 얻길 바란다”며 “2017년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요즘, 이번 전시를 통해 당신의 ‘하루’는 어떠한지 한번쯤 스스로의 안부를 물어도 좋을 듯하다”고 했다.

스치듯 지나가는 것이 아닌 오랜 시간 머물며 가슴에 와 닿는 풍경에 주목한 전시다. 길을 걸으며 삶의 방향성과 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온 한선영 작가가 마음을 달래며 느릿느릿 걸었던 길, 깊은 숲 속에서 만난 곱디 고운 절집 풍경을 비롯해 그 속에서 생각을 내려놓고 마음을 마주했던 지난한 시간들을 만날 수 있다.

오는 15일부터 22일까지 서울 광화문 갤러리 정.

한선영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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