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불화 문양

고승희 지음/ 지식산업사

진흙탕에 살면서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언제나 맑고 깨끗한 연꽃처럼 어떤 환경에서도 항상 청정해야하는 불교사상을 나타내는 연꽃문양. 끊임없이 이어지는 넝쿨을 닮은 당초무늬는 무한한 불교의 진리를 의미한다. 불교만의 독특한 상징을 나타내고 있는 문양들은 불화에 새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오방색 등 여러 가지 색을 넣어 갖가지 아름다운 무늬를 입힌 문양은 색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한국불화에 그려져 있는 문양만을 소재로 삼은 책, <한국의 불화 문양>이 나왔다. 고승희 동국대 불교미술문화재조형연구소 전문연구원이 20년에 걸쳐 연구한 한국 불교회화 문양들의 의미와 역사를 종류별 시대별로 묶었다. 연꽃, 넝쿨, 모란, 봉황, 구름, 거북이 등 문양별로 나타나는 특징을 식물문, 동물문, 자연문, 기하학문 등 종류별로 구분했고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 후기까지 시대별 특징을 나눠 알기 쉽게 설명했다.

불교가 융성했던 고려시대, 왕실 귀족불교 성격을 가장 잘 나타내는 고려불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바로 문양이다. 고려 불화에서 문양은 화면 전체를 아름답고 화려하게 표현하고 불보살상 도상의 불의와 법의에 더 다양하고 다채롭게 그려진다. 불상의 경우 대의에는 연화당초문이 가장 많이 그려지고 상의에는 운봉문이 나타난다. 대의단에는 대부분 모란당초문이 장식되고 상의단에는 채색이 화려한 당초문이, 군의단에는 꽃무늬 화문이, 승각기단에는 연화당초문이 주로 그려진다.

불상과 불의 문양은 보살상 법의 문양이 다양한 것에 견주어 볼 때 비교적 종류가 간단하고 불의단에 그려진 문양을 제외하고는 모두 금니로 그려진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존상에 따라 쓰이는 문양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여기에서도 통일성과 규칙성을 찾아낼 수 있다. 한국불화에 표현된 다양한 문양은 모두 좌우대칭과 리듬이라는 예술 법칙의 순리에 따라 구성된다. 이 법칙에 따라 문양의 근본 도형이 만들어지고 그려진 위치에 따라 각기 다르게 표현되면서 전통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획기적 디자인이 탄생한다.

“문양은 인간만이 구성하고 만들어 낼 수 있는 주관적 미의식의 반영이자 정신적 문화 활동임과 동시에 서로 다른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표현한 독창적이고 창조적 문명의 산물이기 때문에 오늘까지도 인류는 이를 탐구하려는 무한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불교회화의 문양만을 주제로 삼아 단행본으로 엮어낸 것은 20년에 걸쳐 차근차근 쌓아올린 연구결과로 한국 최초이자 세계 최초의 일이라는 자부심을 느낀다”는 저자의 말처럼 정성이 가득 묻어나는 책이다. 일부 도판을 제외하고 저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도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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