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9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공연장에서 원로 교역자에 대한 총무원장 포상식이 열린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평생을 강학 연찬과 후학양성을 위해 헌신해 오신 큰스님들께 존경과 감사의 자리가 될 것이다.

종진, 덕민, 무비, 혜남, 지안, 명성, 묘순, 일초, 도혜, 지형 대강백(大講伯) 큰스님들의 이름만으로도 한 시대를 풍미한 한국불교의 역사라 할만하다. 큰스님께 경학을 배울 수 있어 승가는 자존과 위엄을 갖추었고, 스님의 자비로운 감로법문으로 불자들은 더없이 환희롭고 행복했음은 물론이다.

이미 입적하신 지관대종사와 묘엄명사께도 조계종도의 마음을 다해 최고의 경외와 찬탄을 올린다. 아울러 포상을 고사하신 종범큰스님과 여러 어른 스님께도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바친다. 

큰스님들의 존재만으로도 승속을 불문하고 항상 숭앙(崇仰)해마지 않았다. 멀리서 우러러보아도 그 인연에 감읍할 따름인데, 그 회상에서 직접 수학하고 큰스님의 행해(行解)를 본받을 수 있었던 이들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런 까닭에 나를 낳은 것은 부모이지만 나를 기루고 키운 것은 큰스님들의 자비덕화가 아닐 수 없다. 우리에게 큰스님들은 부처님이자, 부모이며, 선지식이었고, 또한 진리의 길을 함께 가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도반이셨다. 당신들의 수행과 삶의 덕화로 인해 한국불교는 더욱 빛나고 자랑스러웠다. 

위당 정인보 선생은 해방 직후 백범 김구 선생을 비롯한 임시정부 요인을 환영하는 자리에서 장건의 문장을 빌어 “곤륜산(崑崙山)을 타고 흘러내린 차가운 물사태(沙汰)가 사막 한가운데인 염택(鹽澤)에서 지하로 자취를 감추고, 지하로 잠류하기를 또 몇 천리, 청해(靑海)에 이르러 그 모습을 다시 지표로 드러내어 장장 8천8백리 황하(黃河)를 이룬다”고 감회를 토로했다. 뜻깊은 법석을 맞는 우리 모두의 마음 또한 그러하리라 믿는다.

큰스님들의 평생을 무어라 할까? “평생 마음을 기울여 사람들에게 향함은, 만인의 마음밭에 반야종지를 심음이라네(平生心膽向人傾 萬人心田植般若)!” 큰스님 가던 길 앞에 있거든 아니 가고 어찌할꼬!

[불교신문3353호/2017년12월13일자] 

진광스님 논설위원·조계종 교육원 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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