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빤따노지역의 열악한 환경에서 진지하게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 모습.

미얀마 양곤에서 가장 큰 이라와디 강을 따라 차를 타고 4시간을 달리면 빤따노지역에 도착합니다. 이 지역에는 도시로 나가 공부할 수 없는 아이들의 유일한 배움터인 예뽀예레 야간학교와 뚜청마을 야간학교가 있습니다. 이곳은 넘치는 학구열로 학생 수가 나날이 늘어 지금은 임시교실까지 만들었습니다. 누가 억지로 시킨 것이 아닌 스스로 공부가 하고 싶은 학생들과 마을 주민, 선생님들이 힘겹게 학교운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녁 6시가 되면 불을 밝힐 전등이 없는 마을 전체에 짙은 어둠이 깔리고 마을 아이들이 다니는 야간학교에만 어슴푸레 빛이 새어 나옵니다. 마을 전체가 물에 잠겨 학교에 갈 수 없었던 우기가 끝나고, 드디어 하고 싶은 공부를 맘껏 할 수 있는 아이들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합니다. 올 한 해 동안 후원자들이 완성해 보내준 티셔츠, 에코백, 운동화, 원피스, 학용품을 소중히 안고 햇살 같은 아이들을 보니 마음 한편에 밝은 빛이 들어오는 듯 했습니다. 

우리를 보고 스스럼없이 다가오며 장난치던 아이들은 수업이 시작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책을 펼치고 공부를 시작합니다. 어두운 조명 아래 책걸상도 없이 가방을 깔고 바닥에 앉아서 공부하지만 그 모습은 매우 진지합니다. 11살 표린소 군은 백혈병으로 추정되는 병에 걸려 2주에 한 번은 양곤의 병원에서 투석을 받고 있지만, 학업에 대한 열정은 그 누구보다 높습니다. 표린소 군은 빨리 병이 나아 자신처럼 어려운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이런 학생들의 마음을 알기에 마을 주민과 선생님들은 야간학교의 불빛을 끌 수 없습니다. 

우리 시각에서는 작게 느껴졌던 것들이 미얀마 빤따노 지역의 마을과 학교를 돌아보며 이곳 주민들에게는 얼마나 커다란 것들인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그날까지 모두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생각됐습니다. 우리와의 짧은 만남이 아쉬운 듯 마을 어귀까지 뛰어와 손을 흔들며 “제주띠바레(고맙습니다)”라고 외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긴 여운으로 남습니다. 

[불교신문3353호/2017년12월13일자] 

안지혜 더프라미스 미얀마지부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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