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세계문화유산 보유한 천년고찰 표기 늘어날 듯

고속도로 표지판서 사찰 삭제하려던 국토부
불교계 반발에 외려 "사찰 표기 강화할 것"

사필귀정(事必歸正).  종단의 일사불란한 대응이 정부의 부당한 정책을 멈춰 세웠다. 관련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사찰 안내 명칭을 고속도로 표지판에서 삭제하려다 조계종의 강력 대응에 잠정 중단했던 국토교통부가 외려 앞으로는 도로 표지판에 사찰 표기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는 지난 7일 “안전하고 명확한 도로 안내를 위해 도로이용자의 개선요구 등을 반영한 이용자 중심의 ‘도로표지 개선방안’을 내년 말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원래대로 바로잡으라는 종단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국토부가 7일 발표한 개선사항을 살펴보면 △고속도로 문화재·세계문화유산 등에 대한 표기 △일부 크기가 작은 글자에 대한 판독성 확보 △통일된 영문 표기 등이다. 무엇보다 국토부가 문화재와 세계문화유산 등을 내외국인에게 홍보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을 찾겠다고 한 점이 눈에 띈다. 이에 따라 사찰 안내 명칭을 고속도로 표지판에서 빼겠다던 당초 계획은 없던 일이 될 공산이 크다. 도리어 다수의 문화재 등을 보유한 천년고찰의 명칭이 도로표지판에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종단은 국토부 산하기관인 한국도로공사가 “사찰 안내 명칭을 고속도로 표지판에서 삭제하겠다”고 지난 10월 돌연 발표하면서 국토부와 마찰을 빚었다. 도로공사는 ‘고속도로 표지판은 국토교통부 예규 제132호 ‘도로표지 제작·설치 및 관리지침’에 따라 설치되는데, 현행 관리지침에 지역 명소나 사찰, 세계문화유산 등을 표기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들이밀었다.

민원이 빗발친다는 핑계로 이미 실행에 옮겼다. 도로명, 지점명, 관광지 등을 안내하기 위해 설치한 사찰 보조표지 68곳을 제거한 상태다. 그러나 교계에는 ‘스키장 놀이시설 등 일반 상업시설은 표지판 기재를 허용하면서 국가지정문화재 및 세계문화유산은 지워버리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여론이 일어났다.

종단은 도로공사의 결정에 ‘역사문화적 가치를 무시한 처사’라고 강력 반발하며 적극적인 대응에 착수했다. 지난 10월13일 종단은 청와대와 국토교통부 등 유관기관에 공문을 발송해 관리지침 개정을 촉구했다. 본지 역시 10월25일자 신문 ‘고속도로 사찰표지판 사라지나’ 제하의 기사를 통해 문제를 제기했다.

중앙종회도 국토교통부의 도로표지 제작 설치 및 관리지침 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하며 힘을 실었다. 불교문화재 주무부서인 문화재청의 소극적인 태도도 말밥에 올랐다. 총무원장 설정스님은 11월21일 김종진 문화재청장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라며 단호히 경책했다.

종단의 대대적인 저항에 부딪힌 도로공사는 10월말 “국토부에서 관련지침 개정여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철거를 보류할 예정”이라며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사찰표기를 강화하겠다는 국토부의 새로운 방침은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종단 집행부를 비롯한 교계 인사들은 ‘사필귀정’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총무원 기획실장 정문스님은 이에 대해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국토부가 불교계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문화재 및 세계문화유산 등에 대한 표기를 개선하겠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종단도 앞으로 문화재에 대한 불합리한 정책을 있으면 이를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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