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열면 바로 눈앞에 선지식이 보입니다”

 

모든 법 원만히 갖춘 법흥사서
모든 곳 이르는 보살행 펼치는
선지식 ‘변행외도’ 가르침 받고

장학금, 약사여래 보시 전하며
‘출생의 기쁨’까지 생각해보다

제21차 ‘53기도도량순례’ 법회가 지난 11월10일, 11일 양일간 적멸보궁으로 유명한 영월 법흥사에서 여법하게 봉행됐다.

‘53기도도량순례’ 제21차 순례법회가 지난 11월10일, 11일 양일간 강원도 영월 법흥리 사자산(獅子山) 적멸보궁 법흥사에서 여법하게 봉행됐다. 불가에서 ‘적멸보궁’이란 어떤 곳을 말하는가. ‘적멸’은 일체의 번뇌에서 해탈한 불생불멸의 높은 경지를 이르는 말이고, ‘보궁’은 귀한 보물을 둔 궁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적멸보궁’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열반하신 뒤 법신에서 나온 귀하디귀한 진신사리를 모신 전각으로 미혹(迷惑)의 세계를 벗어나 항상 적멸의 열락을 누리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부처님의 전신과 다름없는 진신사리를 모셨기 때문에 적멸보궁에선 불상과 후불탱화를 조성하지 않고 법당 바깥에 사리를 모신 탑이나 계단(戒壇)을 설치하는 것이 특색이다.

지금은 교통이 편해서 부처님의 열반성지인 쿠시나가라 등에서 진신사리를 모셔오기도 하지만, 과거 우리나라에 있는 진신사리들은 신라시대 자장법사가 중국에서 모셔 와서 영축산 통도사(通度寺), 오대산 중대(中臺) 상원사(上院寺), 설악산 봉정암(鳳頂庵), 사자산 법흥사(法興寺), 태백산 정암사(淨巖寺)에 등 다섯 군데에 봉안했는데 이름 하여 다섯 곳을 5대 적멸보궁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번 53기도도량 순례지인 사자산 법흥사에는 자장스님이 도를 닦았다는 토굴과 중국에서 가져온 경전을 담아온 석함이 있다. 특히 석가모니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있는 적멸보궁이어서 우리 회원들의 마음가짐은 그 어느 순례보다도 의미가 크고 변행외도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뜻있는 자리가 되었다. 

11월의 이틀을 보낸 영월 사자산의 가을은 단풍천지였다. 겨울로 가는 길목이어서 날은 무척 추웠지만, 한편으론 바람에 서걱 이는 낙엽을 밟으며 사자산 법흥 계곡을 지나 법흥사로 오르는 산길의 정취는 매우 깊어서 마치 무릉도원을 걷는 기분이 들었다. 회원들은 사계가 아름다운 법흥 계곡을 만끽했다. 어떤 회원은 마치 어린 시절 가을소풍을 온 듯 법흥사의 가을을 담으려는 듯 연신 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그래도 기도는 해야 할 터, 한참 산길을 오르니 법흥사의 일주문인 원음루(圓音樓)가 눈에 들어왔고 법흥사 대중들이 회원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선묵혜자스님과 법흥사 주지 삼보스님은 일산(日傘)아래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평화의 불을 모시고 절 마당으로 들어섰고 회원들은 합장하며 뒤를 따랐다. 적멸보궁으로 오르는 길은 깊고 그윽했다. 마음은 벌써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친견한 듯 했다.

경내에 들어서자 징효 대사의 부도가 보이고 그 옆으로 500년 묵은 밤나무가 회원들을 맞이한다. 법흥사에는 특이한 만다라 전각이 있다. 밀교(密敎)에서 발달한 상징의 형식을 그림으로 나타낸 불화(佛畵)인 만다라는 신성한 단(壇)에 부처와 보살을 배치한 그림으로 거대한 우주의 진리를 표현한 것이다. 만다라전각 안에 그려진 법흥사의 만다라는 극치의 아름다움이 품어져 나왔다. 대개 만다라는 극락정토의 모습을 그린 정토변상(淨土變相)이지만, 이곳 법흥사는 불상이 없어서 만다라 전각을 배치한 듯 했다. 우리나라에서 만다라전각이 따로 조성된 곳은 법흥사가 유일한 것 같다. 

밀교의 티베트에서는 이 만다라를 관상(觀相)의 대상이나 예배의 대상으로 여기는데 깨달음의 경지를 도형화한 것을 윤원구족(輪圓具足)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윤원구족이란 낱낱의 살(輻)이 속바퀴축()에 모여 둥근 수레바퀴(圓輪)를 이루듯이, 모든 법을 원만히 다 갖추어 모자람이 없다는 뜻이다. 법흥사의 일주문이 원음루로 이름을 지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 회원들은 적멸보궁 앞에서 ‘평화의 불’을 상징하는 연꽃초를 원을 그리며 놓은 뒤 육법공양, 천수경과 사경, 안심법문, 나를 찾는 108참회기도를 여법하게 봉행하고 선묵혜자스님의 법문을 들었다. 

회주 선묵스님을 따라 적멸보궁으로 가는 순례회원들.

“이제 올해도 거의 다 지나갔습니다. 실로 깊어가는 가을입니다. 연초가 엊그제 같았는데 벌써 연말이 다가옵니다. 참으로 세월이 유수와 같고 화살과 같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스님과 함께 순례를 다니지만 이곳 강원도까지 순례를 오시느라고 참으로 수고가 많았습니다. 53기도도량 순례가 없었다면 어찌 이 깊은 강원도의 무릉도원 사자산 적멸보궁 법흥사에 오실 수가 있었겠습니까? 말로만 온다 온다고 해도 실제로 오기가 힘든 곳이 바로 이곳 강원도 영월 사자산 법흥사입니다. 

오늘 여러분이 사자산 법흥사에 오신 까닭은 무엇입니까? 달마가 서쪽으로 간 까닭처럼, 여러분이 오늘 이 멀고 먼 강원도 산골짜기에 왜 왔는지를 지금 눈을 감고 한번 생각해보세요. 왜 왔습니까? 여러분들이 지금 오늘 여기에 오신 목적은 <화엄경> 입법계품의 21번 째 선지식인 변행외도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그 선지식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눈에 보입니까. 보이지 않습니까? 마음을 열면 눈에 그분의 모습이 보이지만 닫으면 보이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이 앉아 있는 지금 이 자리는 바로 석가모니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있는 적멸보궁입니다. 모든 기도처가 다 좋지만 적멸보궁에서의 기도는 공덕과 그 의미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알아야합니다. 열심히 기도 정진하셔서 부처님의 가피를 듬뿍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그럼 진정 변행외도의 가르침은 무엇일까? 그의 법문은 ‘모든 곳에 이르는 보살의 행’에 관한 것들이다. 중생을 제도하고 구제하기 위해서 중생들이 원하는 장소로 가서 갖가지의 모습과 행(行)을 나타내 보이는 선지식이 바로 변행외도이다. 명호가 변행(遍行)인 것도 중생의 근기에 맞게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켜서 거기에 맞는 가르침을 주는 선지식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중생들이 어려움에 처해있거나 가르침을 구하고자 하는 중생들을 교화, 그들이 스스로 기쁨을 느끼게 해준다. 변행외도가 ‘출생의 기쁨’을 상징하는 ‘무량도살라’로 불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가 외도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도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한 대승적 방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쩌면 오늘 법흥사 기도처에서 우리는 도반으로, 스님으로 화현한 변행외도를 만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회원들은 사자산 법흥사 순례를 봉행한 뒤. 기와불사와 직거래장터, 국군장병 초코파이보시, 소년소녀가장 장학금, 108약사여래 보시금 수여행사도 가졌다. 

삼보스님
법흥사 주지

[불교신문3352호/2017년12월9일자] 

선묵스님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